brunch

나도 책을 쓸 수 있을까?

by 알레

참 이상하다. 매일 글은 잘도 쓰면서 책을 쓴다는 생각만 하면 글이 떠오르지 않는다. 원인이 뭘까. 그게 무엇이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 몸은 본능적으로 '기획'이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무렵만 해도 주변에 책을 출간한 저자를 그리 많이 알지 못했다. 그땐 브런치 작가만으로도 감지덕지였으니 출간 작가는 언감생심이었다. 한 권 분량의 글을 써낸다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내 브런치에 쌓인 글의 수를 보니 벌써 책을 두 권에서 세 권은 출간했을 분량이 쌓인 듯하다. 단 한 번도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면 나도 뭔가 하나에 꽂히면 쭉 가는 스타일인진도 모르겠다.


양적인 글쓰기는 나름 익숙해졌다 치자. 근데 왜 자꾸 출간을 위한 글쓰기라는 것만 생각하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린 듯 캄캄한 걸까?


혼자 고민을 해봤다. 그리고 찾게 된 한 가지 답이 있다. 나는 분석하는 것을 회피하는 사람이라는 것. 요즘 책 쓰기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그 책에 보면 책을 쓰고자 할 때 먼저 나는 누구이며 어떤 독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계속 잘게 쪼개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늘 더 나아가지 못한다. 정확히는 '스스로'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다.


올 해는 꼭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건만 여전히 진척이 없는 이유다. 집중하다가도 이내 마음은 콩 밭에 가버리고. 손 놓고 있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순간 세상 와 절교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건데', '저 사람한텐 뭐가 그리 쉽지?'라는 생각들이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한다. 못된 마음이다.


솔직히 그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가 찾아온 게 쉬웠을 리가 없다. 거기까지 뭔가를 꾸준히 했고 자신이 쌓아온 이야기가 편집자의 눈에 들 만큼 콘텐츠에 신뢰를 쌓아왔을 텐데. 내 못된 마음은 참 함부로 말한다. 또 한 가지는 그토록 바라던 거면 그만큼 절실하게 하던가. 손 놓고 있던 건 나 자신인데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기회를 못마땅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남들에게 향하던 마음은 이내 나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결국 인정하게 된다.


요즘 나는 계속 나에게 되묻는다. '너 정말 책 쓰고 싶은 거 맞아?' 아니면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되물을 때마다 여전히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있음을 확인한다. '그럼 대체 왜 자꾸 가로막는 건데?' 다시 한번 따져보지만 그다음부턴 묵묵부답이다. 어쩌면 너무 생각이 많은지도. 이제 좀 자의식을 해체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오류를 일으키는 자의식이 더 남아있었나 보다. 이대로 뒀다가는 올 해가 다 가도록 시작도 못할 것 같다.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1월,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왜 벌써 올 해의 목표 두 가지중 한 가지가 불안 불안한 건지.


나 정말 책 쓸 수 있는 걸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