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처음으로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오픈했다. 그때는 함께하는 팀이 있었기에, 나름 '팀 발'이라는 것을 믿고 시작했던 게 사실이다. 솔직히 모임의 처음은 자발적이지 않았다. 원래부터 성격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아닌지라, 팀 내에서 운영자로 누가 좋겠냐는 대화 중에 누군가 나를 추천했고 나는 수긍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또 시키면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이 있지 않는가. 그게 또 나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은 중간에 그 팀이 해체되면서 이름을 바꿔 독자적으로 이끌어가는 모임이 되었고 그 시간이 어느덧 2주년이 되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고 여전히 함께 해주고 계신다. 덕분에 한 번 만나 뵙지도 못한 사이임에도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는 관계도 여럿 생겼다. 감사하다. 나에겐 과분할 만큼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퇴사 후에 이렇다 할 일을 시작하지 못해 지금도 빌빌대지만 이 모임 하나만큼은 그런 나에게 자신감이고 자존감이 되어준다.
나는 '글'이라는 형태로 끄적이는 것을 꽤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과거 한 때 글쓰기를 인생에서 지워버리고자 했던 과거의 내가 그때 그 마음이 진심이 아니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은 하루에 브런치 글 하나와 더불어 소셜 미디어에 짧은 글 서너 개는 거의 매일 기록하는 것 같다. 생각이 툭 치고 올라올 땐 그걸 받아주는 게 예의 아니겠나. 마치 권투 선수가 잽을 날리듯 짧게 남기는 기록들이 쌓이니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한결 수월해진다.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는 분들이 바로 몹쓸 글쓰기에 계시는 작가님들이다. 그리고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이고, 소셜미디어에서 나를 팔로우하고 있는 팔로워 분들이다.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한편으론 피상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보다 내밀하기도 하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와 연결되는듯해도 시간이 쌓일수록 점점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주변에 남는 게 좋고 감사하다. 추가로 좋은 점은 서로에게 구속적이지 않기에 얼마든지 관계에서 유연할 수 있다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면서 늘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지만 백날 생각해도 내 머리로는 그저 '편안함?' 수준의 답 밖에 내지 못해 아쉽다. 그럼에도 늘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어떤 모습으로든 이분들에게 가치로운 모임으로 남아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이 모임은 과연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솔직히 수많음 모임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온라인 생태계에서 이 질문은 어쩌면 무의미한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함께 하는 날동안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아무리 2년을 운영했어도 여전히 월말이 되면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음에는 얼마나 오실까?' 하는 마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과 다음기수에도 쭉 함께 해주시길 바라는 어찌 보면 양가감정일 수 있는 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는 게 운영자의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모임에 대해 지인의 질문을 하나 받았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에요?' '글쓰기, 글감, 이라는 단어가 자칫 어려움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가? 나에겐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하며 부담 없이 다가왔던 단어들이 누군가에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지인의 질문을 곱씹으며 답을 고민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거다.
몹쓸 글쓰기는,
1.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2. 나의 이야기를 꺼내어놓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3. 꾸준히 글을 쓰고 싶지만 혼자서는 버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4. 느슨한 연대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5. 짧은 글이라도 매일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6. 브런치 작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7. 꾸준한 기록으로 나를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이다.
어쩌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소위 말하는 뾰족하지 않은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모임처럼 보이겠지만, 위의 7가지를 한 가지로 정리해 보면 결국 두 번째 항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고 싶은 사람.' 그게 바로 '나'이기에.
이제 몹쓸 글쓰기는 3년 차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모임의 이름처럼 꾸준히 글을 쓰면서 글쓰기는 그 자체로 몹시 쓸모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깊게 경험하고 살아가기에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의 삶이 어딘가 엉켜있는 듯하거니, 매일의 삶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듯하거나,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당신은 지금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뭐, 글쓰기가 부담스러우면 스스로의 질문에 활자로 된 답을 해야만 하는 때라고. 그리고 이왕 할 거라면 3년 동안 그 고민을 해본 사람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이다.
당신을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몹글 10기는 모집 마감됬습니다.
*몹글에서는 글쓰기 질문을 제공해 드립니다. 11월에는 2024년을 회고하는 질문을 제공해 드렸습니다. 몹글 10기 모집은 마감되었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기수의 질문 링크는 자유롭게 활용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https://aleiswell.notion.site/9-132325cf1e918085abb5fe09eaecf45c?pvs=4
*몹글 관련 질문은 오픈 채팅을 통해 가능합니다.
https://open.kakao.com/o/sLdcl3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