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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Dec 19. 2024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의식의 흐름대로 종이 위에 써 내려가는 모닝페이지. 책 <아티스트웨이>로 인해, 그리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너무 잘 알려져 있는 그것을 3일 전에 처음 시작했다. 


모닝페이지가 아니어도 이미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또 소셜 미디어에도 수시로 짧은 글을 올리고 있다 보니 굳이 모닝페이지까지 쓸 필요를 느끼진 못했다. 물론 이보다 더 궁극적인 이유는 '모닝페이지'에서 '모닝'을 지켜내지 못하는 사람이라 애초에 투-두 리스트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


그랬던 것을 이제와 시작하는 이유는 나에게도 감정의 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글을 꾸준히 쓴다 해도 브런치에 모든 감정을 날것 그대로 다 쏟아낼 수는 없다. 솔직한 편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적정 수준의 거리 두기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에 아무도 보지 않는, 심지어 나조차 다시 들춰 보지 않는 한 페이지 남짓의 공간이 필요했다.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도 찾아보지 않고 말 그대로 그냥 필 받아서 시작했다. 글씨도 개발새발 막 쓴다. 원래 글씨를 잘 쓰지 않지만 그래도 읽을 수는 있는 정도였는데 모닝페이지를 쓸 때만큼은 글씨체에는 아무런 정성을 담지 않는다. 한동안 다이어리 기록과 필사를 멈추지 않고 했을 때는 그래도 손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오랜만에 다시 쓰려니 손도 저려 글씨체는 그림이 되어버렸다.


단 3일 써봤지만 모닝페이지와 글쓰기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돌아보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하니 정말 할 말 못할 말 다 쏟아내게 된다. 심지어 욕설도 가감 없이 뱉어낸다. 책 속에서는 어떤 용도이며 방향으로 설명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의 나에겐 감정 쓰레기통의 역할이 주된 역할이라고 보인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자기 검열관 스위치가 꺼진 상태로 쓰는 글은 오히려 더 솔직한 내면을 비추는 듯하다. 기대하는 건 라이프 코칭과 함께 좋은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싶다.


글을 쓴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비워내고, 정화시키고, 채우는 행위가 글쓰기다.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표현의 강도와 담아내는 감정의 깊이는 상이하겠지만 비우고, 정화시키고 채우는 본연의 기능은 동일하다.


40대에 접어들어 가장 잘 선택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쓰는 삶을 선택했다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만큼 나를 붙들어 주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것이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도심 어딘가에 쓰는 공간을 마련하여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매일 모이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커피 한 잔과 음악 가운데 각자의 삶을 써 내려가는 그런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삶을 말이다.


상상하다 보면 언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다가도 현실감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상상의 골조를 다시 쌓아 올려 본다.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지금 보다 더 깊은 나를 마주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내 안에 숨겨진 씨앗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가져보며 아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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