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스크롤을 내리다가 멈췄다. 낯익은 이름. 100일도 채 안되었는데 어느새 1만 팔로워를 넘겼다. '그는 성장했고, 나는 여전히 여기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의 오래된 BGM이 다시 흘러나왔다. 불안감, 두려움, 부러움.
이 3화음은 퇴사 후 나다운 삶의 여정에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단골 멜로디였다. 변주도 심해 지루할 틈이 없는 감정의 하모니 덕분에 많은 글을 써내려 올 수 있었다. 감정을 알아차린다는 건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생각보다 쉬운 건 아니다. 특히 내 진짜 욕망을 표출하기 싫어서 감추려 할 때 부딪히는 감정적 저항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SNS를 하다 보면 가끔 '저 사람은 왜 팔로워가 빠르게 늘어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콘텐츠 하나를 만들어도 내 나름의 정성을 다 했던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담아내는 메시지도 비슷한데 그는 승승장구하고 나는 늘 제자리걸음을 했다.
가끔은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왜 나만 안 되는 걸까.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못했나 싶었다. 밤늦게 혼자 앉아 있으면 머릿속이 시끄러워졌다. '내가 부족한 걸까, 운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재능이 없는 걸까.'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하루는 무기력해졌다.
'온라인' 세계에선 한 번 흐름을 타는 게 꽤 중요하다. 숫자는 마음을 상하게도 하지만,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세상은 숫자에 반응한다.
지금에야 하는 말인데 타인의 성장을 납득하지 못했던 건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채, 나만의 잣대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매일 글을 쓸 때 그들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을 찾아보며 어떤 점이 조회수를 높였는지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플랫폼의 문법을 익히고, 타깃을 분석하며, 하나 둘 실험해 보면서 자기만의 방법을 만들어간다. 업로드되는 콘텐츠는 그들의 무수한 시행착오가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그런데 나는 그 시간의 밀도를 전혀 알지 못하면서 결과만 보고 쉽게 생각했다. 나의 잣대로 함부로 평가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니 결과는 확연하다. 3-4년 전, 내 옆에 서 있었던 사람은 저만치 앞에 서 있다. 이제는 그 뒷모습도 아득하기만 하다. 가끔은 과거의 인연을 들먹이며 빌붙어 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들의 삶은 더 이상 나와의 접점이 사라진 상태다.
그런 생각을 품는 나 자신이 더 싫었다. 그 마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애써 눌렀지만, 내 안에서 부글거리는 수치심은 감추기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BGM이 흘러나왔다.
불안, 두려움, 부러움. 이 감정들이 밀려오면 먼저 부정적인 생각이 차오른다. 하루가 무기력해지거나 예민한 상태로 보낸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왕이면 자주 만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다. 그런데 최근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이 3가지 감정은 다른 한 편 내가 무언가를 강하게 욕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변화에 대한 의지가 끓어오르는 순간이라는 의미다.
한동안 평온한 상태가 유지되었는데 최근 평온함이 깨지는 일을 경험했다. 3년 전과 비슷하게 이번에도 부러움의 대상이 등장했다. 다행인 건 그 사이 내 마음도 제법 단단해졌기에 부러움이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퇴사 후 지금까지 나는 매일 이 질문 앞에 섰다. 정답이 있기를 바랐지만 내가 찾은 건 시절마다 달라지는 해답이었다. 그 질문은 점점 나를 옥죄었고, 마침내 나는 방향을 틀었다. 힘을 빼고 보니 비로소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게 되었고 감정이 만들어내는 바람을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은 내가 원하는 방향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길을 잃은 줄만 알았던 순간, 감정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나침반이었다.
이제는 묻는다.
'어떻게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부러움을 자아냈던 그들의 삶의 궤적을 통해 배운 것처럼 하나씩 나의 걸음을 재정립해 나가며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어디로 도달할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는 나다운 오늘을 살아가 본다. 그리고 그 답은 언제나, 감정의 가장자리에서 시작된다. 마치 오래 묵은 음반 위에 다시 놓인 바늘처럼, 내 삶엔 또다시 새로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