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은 글의 첫인상 같은 것

마춤법

by alerce



소개팅을 하든, 업체 사람을 만나든 누구든 타인을 처음 만나면 첫 인상이라는 것이 남게 된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에는 많은 것들이 작용한다. 옷차림, 표정, 작은 손짓, 어투 등에 사람들은 기민하게 데이터를 분석하여 인상을 결정짓는다. 착한 사람 같아. 센스가 좀 없더라. 너무 말이 없어.... 이런 저런 한 줄의 평이 그 다음 스텝을 결정한다. 다시 볼만한 사람이라면 그 인연은 지속된다. 한 줄 평이 좋지 않은 경우 그 인연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글에서도 가끔 첫인상이 좌우된다. 글자와 흰 여백 뿐인 이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에서도 말이다. 대면하는 것보다 힌트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글쓴이에 대한 인상이 안 좋아지면서 글이 읽기 싫어지는 순간은.. 맞춤법이 틀릴 때다. 아, 모두는 아니고 적어도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신경을 쓴다. 내가 이런 맞춤법에 대한 글을 쓰는게 두렵고 우습다. 왜냐면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맞춤법이 왜 중요한지 모르고 살았고 아예 철저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의사소통만 되면 되는데 왜 굳이 정확하게 글을 써야하는 건지 이해를 못했다. 나는 인터넷이 보급화되던 시대를 살았고, 지금 보면 외계어같은 통신 언어가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내 스스로에게 필요성이 납득가지 않으면 배우지 않는 정말 이상한 성격이다. 의미가 통하려고 있는 문자체계에서 나는 친구들, 부모님과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랬기에 왜 부수적인 규칙들을 지켜야하는지 납득이 안갔던 것이다. 역할을 역활이라고 써도 다 알아듣고, 낫다를 낳다라고 하도 다 알아는 듣는 것이지 않는가. 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일학년때 까지도 나는 띄어쓰기도 안하고 글을 썼다. 이런식으로아예띄어쓰기도안했던것이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어느정도 한국인처럼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나를 무척 싫어하던 한 동급생 덕분이었다. 디자인 쪽에선 꽤 알아주는 대학을 운좋게 들어갔었다. 입학해보니 수능 성적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성적을 따내기위한 치열한 분위기가 형성되어버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 친구와 팀과제를 하게 되었는데, 팀웤은 형편없었다. 그 친구는 나를 이유없이 무시하는 것 같았다. 내가 밤을 새가며 자료를 작성해서 가져가면 그친구는 맨날 다 바꿔놓고 안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그래서 참고 참다가 왜 자꾸 내 자료는 안쓰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뜻밖의 대답이 내 머리를 내리쳤다. 맞춤법이 다 틀려서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하. 이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춤법을 똑바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때라면 믿을까? 누군가에겐 맞춤법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아직도 맞춤법이 그렇게까지 중요한가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 팀과제 이후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어떻게든 지키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맞춤법은 첫인상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맞춤법이 완벽하게 맞는 글을 썻다고해서 백프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댓글을 읽다보면 맞춤법은 이상해도 내용이나 생각이 깊은 글이 많다. 하지만 맞춤법을 안 지킨 글은 뭐랄까. 이에 고춧가루가 낀채로 소개팅에 나가는 것과 같은 것 같다.


누군가는 그런 고춧가루보다는 사람에 집중하려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고춧가루 때문에 사람 자체에 대하여 집중이 안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는 적어도 이에 고춧가루가 없는 편이 좋지 않은가. 작은 선입견도 처음 만남에서는 다음 스텝을 좌우해버리니까.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맞춤법을 신경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여전히 많이 틀리지만) 노력만으로도 많은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 것이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대학교 들어서야 맞춤법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진 늦깍이 맞춤법 학도니까.


아까 서두에 첫인상 얘기를 했는데... 가끔 드물게 의도하지 않았는데 일적으로든 어떻게든 엮여서 어떤 사람을 계속 봐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첫 인상이 꼭 들어맞지 않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복잡한 사람인데 몇 시간 마주했다고 한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편해지니 말이 많은 사람.. 센스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처음만 그럴듯 했던 사람.. 그래서 선조들은 겉만보고 판단하지 말라 했다. 맞춤법도 그런 것 같다. 맞춤법은 겉이다. 맞춤법을 틀린다고해서 학력 수준이나 생각의 깊이를 과소평가해버리는 경우를 가끔 본다. 소개를 받았는데 맞춤법을 너무 틀리는 경우 만남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이런 경우가 꽤나 많은지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판단은 자유지만.. 그런 판단은 어찌보면 좋은 글과 생각을, 또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