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에는 무엇이 묻혀있을까.
복서라는 말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나는 그냥 복싱장 회원이다. 하지만 늘 격투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배운다면 그래플링보다는 타격기를 배우고 싶었다.
주짓수가 굉장히 유행하는 시기지만 상대와 얽히고설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대끼며 수 쓰는 건 업무시간에 질리도록 하고 있음으로, 모름지기 여가란 업무시간에 안 하는 일과 느끼지 않는 것으로 택해야 옳다.
내가 스스로 감히 복서라 칭하지 않는 것은 진짜 복서의 훈련을 봤기 때문이다. 다니는 체육관 코치님 중 한 분이 현역 선수여서 가끔 대회 준비를 하시는데 그때의 비장함과 프로다운 몸놀림에 압도되었다. 마치 전쟁놀이를 즐기던 꼬마가 진짜 참전군인을 처음 봤을 때의 경외감이랄까.
도효에는 모든 게 묻혀있어.
돈, 명예, 권력 심지어 여자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키시 中
최근 즐겨보는 넷플릭스 드라마 [리키시]의 대사이다.
복싱은 아니고 스모를 주제로 한 드라마인데, 많이 세속적이긴 해도 그 안의 메시지는 종목에 상관없이 많은 운동선수들이 공감할 대목 아닐까. 나아가서는 각자의 업을 가진 모두가 공감할 명대사다. 신경 써서 광을 낸 복싱화를 신고 수련하는 코치님을 보며 저분이 링에서 찾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고 내가 나의 업에서 갖고자 하는 건 무엇일지 생각을 한다. 운동이 사색을 부른다.
그놈의 직장인인 탓에 복싱장 출석률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코치님이 미트를 잡아주시는 세 라운드보다 정시에 퇴근해서 체육관에 들어서는 게 더 힘든 요즘이다. 복서가 무엇인가. 쉽지 않음에도 자신이 택하였음에 따라 그 길을 가는 것이 복서라면 잠깐씩은 나도 복서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