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만큼 흥미로운 별도의 풍경
내가 유학을 마치고 올 무렵, 우리 식구들은 서울로 이사를 왔다.
8년째 서울시민으로 살면서 취업, 퇴사, 이직 같은 사회생활은 물론 연애와 결혼 같은 인생의 큰 이벤트를 거쳐 직접 등기 친 신혼집까지 생겼지만 여의도에서 매년 열렸다는 이 불꽃놀이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용인 사시는 이모네 식구들이 이 불꽃놀이를 보겠다며 서울로 올라오신 덕에 우리는 부랴부랴 계획을 짠다. 본가에서 가까운 원효대교 부근은 사람이 미어터질 것이니 후보지에서 제외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이른 아침부터 이미 당근마켓에 자리 매물이 올라오는 것이다. 하여 신혼집이 위치한 양화대교 근처에서 적당히 자리를 잡고 불꽃놀이를 관람하기로 한다.
내 집안사람들과 접선해서 함께 한강공원으로 이동, 양화대교 근처에 자리를 잡도록 도와드린 후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장모님을 모시고 온다. 살짝 떨어진 곳에 걸터앉아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며 관람을 시작한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붐비지만 한국인이 으레 그렇듯 소란 속에 질서가 있다. 저 여의도 부근은 어떨지 모르겠다. 불꽃놀이는 순수한 놀이다. 여러 생활인들이 한데 모여 인간세상의 온갖 일들은 잠시 잊고 예쁜 불꽃을 보기 위해 모여 앉는 것이다. 아내 표현 따라 미니언들 같다. 불꽃이 터질 때마다 우와, 우와 탄성을 내뱉는 모양새도 그렇다.
양화대교 근처에는 서울을 둥글게 도는 2호선이 다닌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첫 열차가 지난다. 속도가 평소보다 표 나게 느리다. 기관사님의 낭만이다. 이런 낭만적 재량이 좋다. 이후에도 여러 전차가 지나가고 7할은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운행한다. 중간마다 5분씩 휴식시간을 두어서 기관사님의 마음 씀씀이와 별도로 타이밍이 안 맞을 때도 있었다. 아내가 "내가 다 아쉽다"며 탄식한다. 세상에 이런 사람만 있다면 갈등도 소동도 없을 것 같다.
잘 구경했다.
장모님을 들여보내고 나의 집안 친지들을 다시 만나 소감을 묻는다. 볼만했다는 평이다. 오늘이 아니었으면 늘 궁금했을 것이다. 집안 젊은이는 다음에는 어떻게 더 좋은 자리를 잡아볼 수 있을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