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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c Dec 02. 2024

요즘 누가 임원 하러 회사 다니냐고 하는데

얼마 전에 뉴스를 하나 보았습니다. '4050도 2030 직장인들 달라졌다. 이제 임원하려고 회사 다니지 않는다' 40대 중반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는 16년 다닌 직장을 작년에 나왔는데, 저도 임원, 시켜줘도 안 하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오늘은 왜 직장인들이,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심플하게 생각하면 시대가 바뀌었죠. 제 신입사원 시절에는 '임원 되는 법' 이런 책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서점에서 그런 책은 볼 수도 없죠. 오히려 '적당히 일하고 잘 사는 법' 이런 책이 팔립니다. 가까이서 본 임원의 삶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굳이 임원이 목표가 될 필요가 없는 이유를 4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1) 일


회사가 놀이터가 아니죠. 일하는 곳입니다. 부장, 이사, 상무 이렇게 올라가면 갈수록 일이 많아요. 우리나라 회사들 비슷하고 야근에 회식에, 그런 자리 위로 올라갈수록 많습니다. 일이 많다는 것이 핵심은 책임감이 높다는 거예요. 절대적인 일의 양도 그렇지만 책임의 양이 높아지면 사람이 여러모로 힘들어집니다. 


제가 마지막 모셨던 팀장님 5년 안에 3번 바뀌었습니다. 실적도 나빠지는 와중에 여기저기서 바라는 것은 많고 결국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위에서는 혼나고 밑에 애들을 관리해야 하고 실적 책임 제일 앞에서 지고,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그 자리? 저는 정말 가고 싶지 않더군요. 건강? 망가지고, 영혼 갈리죠. 화목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분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임원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 


팀장이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죠? 그런데 저희처럼 영업 조직이면요. 오히려 팀원이 돈을 잘 버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가장 실적이 좋은 직원들이 1억 훌쩍 넘게 받아갈 때 팀장은 1억 근처? 정도 받아가더군요. 영업 조직은 팀장이라고 돈을 더 받지 않습니다. 


물론, 영업 조직이 아닌 마케팅 조직이나 스텝 부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쪽도 돈을 아주 많이 주지는 않아요. 연차 많은 차장, 부장과 비교해서 큰 차이는 안 납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말했듯 책임은 훨씬 더 많이 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세금 및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연봉 5천만 원 25% 내외, 연봉 1억 35% 내외, 연봉 2억 45% 내외 내야 합니다. 직장인은 많이 벌수록 내야 하는 돈이 투명하게 높아집니다. 


3) 고용 안정성


팀장이 되면 고용이 안정될까요? 아니요. 더 시험대에 오른 것입니다. 삐끗하면 짤려나갈 가능성이 더 높아지죠. 파리 목숨이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위에 사람들에게 훤히 보이는 그런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겠지요. 


직장은요, 직장인이 못할 때까지 승진시킨다는 말이 있어요. 제 선배는 내보내려고 마지막에 임원을 6개월 시키고 내보내더군요. 그 전에는 쉽지 않으니까. 임원은 계약직입니다. 해고시키기 더 편하죠.


4) 문화 


문화적으로 팀장이 생각보다 존경받지 못하고 오히려 뒤에서 뒷담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거 한국인 특유의 무언가가 있어요. 쉽게 교사들의 권위 생각하면 됩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떨어지죠. 우리는 리더에 대한 어떤 존경심이 없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심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사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팀장은 위에 치이고 밑에 치이는 외로운 자리입니다.


결론


솔직히 말해서 저에게 그런 기회가 왔다면, 글쎄요,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했다고 하면, 그때부터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많은 일과 책임감에, 돈도 그리 많지 않고, 고용도 불안하고, 이에 요즘 임원을 기피한다는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분명히 누군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또 잘하시는 분들은 더 높은 자리를 가서 사장을 하시겠죠. 그래서 그런 분들, 저는 존경합니다. 능력도 사회성도 두루두루 갖추신 분들이죠. 그런데 그런 자리가 제 자리는 아닌 거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일찍이 노선을 잘 정하시길 바랍니다. 내 목표가 임원이 아니라면 이제 열심히 다른 길을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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