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돌아가신 회사 선배 이야기입니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다른 부서의 과장이었던 분인데, 일벌레로 유명했습니다. 자기 일은 누구보다 철저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고, 회식 자리에 빠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저도 함께 미팅을 한 적이 많았는데 내가 아는 분들 중에 가장 회사에 올인했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차기 팀장 후보였죠. 한 때 제 롤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그분은 7년 전에 세상을 달리했습니다.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였습니다. 아들과 딸, 자녀 둘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소에 피로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큰 병이 없었기에 놀랄 만한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잠이 든 채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장례식장을 찾았는데 회사 동료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와 딸은 하염없이 울고 있었고, 3살짜리 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보통의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의 아내와 딸의 울음보다 아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더 안쓰러웠습니다.
육개장을 먹던 동료들이 이야기했습니다.
"평소에 일은 줄여가면서 해야 했는데. 너무 무리했어."
"술을 좀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우리도 언제 이런 일이 있을지 몰라"
그러면서, 각자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서 걱정을 하고 반성을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다시 그런 일을 잊어버립니다. 회사는 일로서 우리는 다른 생각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 부서는 정말 다음 날 저녁에 술자리를 했습니다. 술자리에서는 그 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없습니다. 늘 하던 회사 소문이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이 그 대화들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 흔하지 않게 일어나지 않는 일은 잊어버리고 각자의 흔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저는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가 심장마비가 오기 며칠 전까지도 그와 같이 미팅을 했습니다. 그가 술을 끊어야겠다고 스쳐가듯 이야기한 게 기억이 납니다. 그에게도 어떤 신호가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저에게도 그런 신호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 선배의 죽음도 저에게는 강력한 신호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쉬지 않고 달려가야 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지 말자고 하는 것도 책임감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한국 사람들입니다. 내 선배와 후배들도 "쉬는 것 자체에 죄책감이 들어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장기간 휴가를 나면 책임감 없다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칼퇴를 하면 책임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인생에는 일과 돈 이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건강과 가족이 그렇습니다. 제가 휴가를 내고 칼퇴를 하는 것은 회사에 책임감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저 자신과 가족, 제 건강에 책임감이 있는 행동입니다. 제가 휴가도 반납하고 자진 야근을 하는 것은 회사에 책임감이 있어 보이는 행동일지 몰라도, 저 자신과 가족, 제 건강에 책임감이 없는 행동입니다.
결국 돈도 나와 가족을 위해서 법니다.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돈도 건강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지나고 나면 건강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직장을 다니기 위해 나의 건강과 가족을 희생해야 한다면 그 직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과 가족은 하나 뿐이지만 직장은 하나가 아닙니다. 분명 다른 대안들이 있습니다.
가족과의 시간과 건강은 기본값이어야 합니다. 그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해 달려야 할까요? 돈을 버는 것의 최종 목표는 돈 자체가 아니라 그런 것이 되어야 합니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입니다. 수단 때문에 목적이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조금 더 벌기 위해 모든 것을 잃지는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