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알렉스룸이 완성되고 나서, 한 달 정도를 편한 마음으로 머물렀다. 지인들이 종종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홀로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워낙 추운 때 공사를 하다 보니 손발이 퉁퉁 붓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오층에 짐들을 올리는 게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고생한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해야 하나. 과정을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전기가 들어오고 따뜻해진 공간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애초에 그 과정 자체, 공간을 만들어 놓는 것이 목적이었다 보니 과연 그 쓰임에 대해서는 그다음 문제였던 것 같다. 뭐 그렇게 목적 없이 사냐고 물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게 목표였으니까. 방을 만들어 '무엇을 위해' 사용할까 보다는 우선 '만드는 것 자체'로 알렉스룸은 존재에 이유를 다 한 상태였다. 밤에 모임 장소로 사용할까. 그냥 가끔 공간을 빌려주고 혼자 있을까. 지인들이 오는 시간들도 즐겁기는 했는데, 그렇게 아는 사람들만 오가는 공간으로서는 한해를 쉬며 가지고 있기에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시간이 나면 을지로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는 일과도 계속되었다. 가고 싶었던 가게들을 찾고, 갤러리를 구경 가고, 가끔은 근처 바에 가서 혼술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쯤, 그냥 솔직히 말하면 조금 심심했던 것 같기도. 생활 역시 적어도 조금은 규칙적이어야 할 것 같고. 종종 찾던 바는 알렉스룸과 가까운 '을지로 작은 바'라는 곳이었는데 젊은 사장 둘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떠다니는 대로 그냥 두곤 했는데 가끔은 그곳에 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기도 했다. 문득, 오픈을 해보고 사람들이 온다면 이를 보고 어떻게 가야할지 생각해봐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카페로서 외부에 오픈을 하고 나서 곤혹스러운 부분은, 이곳이 5층에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디지털 미디어가 워낙 잘 퍼져있다 보니,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을 보며 이 어려운 곳을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누구는 '올 테면 와바라'라는 심정으로 카페를 연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가게 문을 열고 헉헉 숨을 몰아쉬는 손님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여기까지 힘들게 온 게 너무 고마운데, 그렇게 정말 힘든 표정을 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미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편으론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고, 또 그만큼 서로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 쉬운 것들은 대부분 가치가 낮고, 가치 있는 것들은 또 어렵게 얻어지는 법이니까. 알렉스룸이 오층에 있게 된 건 한심한 사장의 무책임한 동기 때문이었지만. 그래서 알렉스룸은, 방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또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도 다른 어떤 공간보다 더 가치 있게 와 닿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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