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창업, 알렉스넷, 패스파인더넷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마인드 중 하나는 "닥치고 돈만 주세요"다. 내 사업아이템은 완벽하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대박 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단기로 밖에 생각 못한다. 돈만 준다고 하면 다른게 안보인다. 첫투자에 돈만 주면 그때까지 지원하고 도와준 사람들은 뒷전이 되기 일쑤고, 투자 단계가 하나씩 넘어가고 규모가 커질수록 초기 투자자는 점점 더 뒷전으로 밀린다. 사업규모가 커지고 이해관계자가 많아질수록 '관계'를 더 소중히 여겨야 하고, 도움 받고 지원을 받은만큼 그 가치에 대해 보답을 하는게 인지상정이지만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예비창업가부터 초기단계 스타트업 육성, 특히나 아직 재무적 투자 없이 전략적 투자와 코칭, 컨설팅과 네트워킹을 주로 하다 보니 돈 앞에 배신 아닌 배신(?)을 겪는 경우가 자주 있다. 특히 근래 들어서 증권이나 부동산 투자도 만만치 않으니 정부 뿐 아니라 민간 돈들까지 스타트업 바닥에 쏟아져들어오고 있다보니, 그런 일들은 더 흔해지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사회나 사업 경험이 적기까지 하니 돈 앞에서 쉽게 혹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수익율을 내야 하기 때문에 돈으로 엮인 관계인만큼 그 역할을 해내야 관계가 유지되고 다른 투자자나 이해관계자들에게까지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놓치고서 말이다. 당장 눈 앞의 돈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사업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거나 정확한 방향을 잡고 실행하면서 리스크를 최대한 피해가게 만들어주는 전략적 지원이나 코칭, 교육, 컨설팅이 훨씬 더 중요하지만, 돈이 흔해질수록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늘어난다. 그러니 스타트업하는 창업가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괜찮은 스타트업이나 창업가는 점점 더 줄어드는 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한마디로 대부분 투자자들은 '엔젤'도 아니요, '바보'도 아니다. 돈을 투자하는 건 돈을 벌기 위함이지 자선사업하는게 아니란 말이다. 돈만 있으면 다 될 거라고 '눈엔 콩깍지가 씌워져 있고', 경험은 적어서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니', 잘되면 모두 해피하지만 잘안되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 그러니 첫투자에서 다른 창업멤버들 다 내보내서 창업가 1인 체제로 만들고 지분 49%를 요구하거나, 암묵적으로 기존에 지원 받던 모든 기관과 관계를 끊어야 투자한다는 조건을 걸거나, 창업가 개인의 활동이나 회사 차원에서의 스타트업 이해관계자들과의 활동시 투자자 컨펌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도 덥썩 물고 관계를 끊는다. 창업가들은 그게 진정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오히려 기존산업과 시장 생태계에서는 말도 안되는 '독소' 조건이며, 향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뻔히 보이는 위험한 조건인데 말이다. 물론 그들과 한동안 회사 가치만 키워서 적당한 시기에 팔고 빠지겠다는 생각이라면 뭐 말리진 않겠다. 사업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 '돈'이나 '유명세'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해관계가 서로 정확히 맞는 것이니 말이다.
어제 스타트업 캠퍼스 이노베이션랩 5기 해단식에서 마지막 코칭이란 제목으로 10분 정도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 이야기한 내용 중 하나가 "세상 정말 좁으니 네트워킹과 평판, 자기관리를 잘하라"는 것이었다. 스타트업과 창업 바닥 역시 너무 좁아서 평판은 돌고 돈다. 어느순간 문제가 생기면 의외로 평판이 발목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돈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조차도 돈을 목적으로 하는 창업가나 생각만 있고 능력과 대책 없이 붕 떠있는 몽상가를 피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히는 순간, 그 창업가의 생명은 사실상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