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May 29. 2021

에이스 쇼호스트들의 전면전, 팝콘각!

마케팅, 홈쇼핑, 프레임전환, 설득


토요일 아침에는 빨래하고 청소를 한다. 그러면서 홈쇼핑을 틀어놓는다. 토요일 오전 8시 20분부터 10시 20분은 홈쇼핑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시간이다. 그야말로 각 홈쇼핑 방송사들이 최고의 에이스를 전면에 내세워 피튀기는 혈전을 벌인다. 가장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는 황금시간대 중 하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졌다. 왕영은이 하는 현대홈쇼핑 프로그램과 강주은(배우 최민수 아내)가 하는 CJ온스타일 쇼핑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시간에 같은 물건을 판매하는 전면전이 발발했다. 왠만해서는 서로 시간대나 날짜가 다르거나 판매제품이 겹치지 않는데, 풍기인견 침구류라는 동일한 물건을 동시에 판매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메인 홈쇼핑 방송의 특성상 이 사고를 양 방송사 에이스 쇼호스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 제대로 팝콘각! 


결론은 왕영은의 압승! 중간중간 커멘트 날리는데 동시간대 강주은 프로그램의 제품을 의식했는지, 그 제품의 강점을 단점으로 만들어버리는 능수능란한 프레임 전환 기법으로 설득하더라~ 강주은 방송의 풍기인견 침구류는 자수를 넣은 예쁜 디자인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풍기인견의 기능과 편익을 내세웠는데, 어차피 기능과 편익은 동일하니 '자수'를 공격 포인트로 잡았다. 자수가 들어가면 세탁시 자수 부분이 점차 말려들어가면서 침구류에 주름이 생기고(논리적 소구), 자수를 넣은 풍기인견은 디자인이 올드하게 느껴진다(감성적 소구)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수가 없는 자신의 제품은 그런 문제가 없으며, 소재는 풍기인견이지만 자수를 없애고 세련된 호텔침구류 디자인으로 풍기인견도 5성급 호텔룸의 침대처럼 꾸밀 수 있다고 말한다. 거기에 One more thing~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자수 넣어서 예쁘기는 한데, 물건을 사는 엄마나 아내의 취향에는 맞을지 모르나 남편과 자식들은 싫어할 수 있다는 점도 떠올리게 만들면서 말이다. 반면에 강주은은 방송 내내 여름에 시원해요, 예뻐요만 말했다. 당연히 왕영은이 물량도 훨씬 더 많이 확보해둔 상황이었을텐데 먼저 전체매진을 기록했다. 저런 멘트를 생방송으로 날릴 정도면 얼마나 공부하고 연구하고 미친 디테일로 준비했을지 소름이 돋았다.


역시나 오늘도 많이 배웁니다, 왕영은 누님! 뽀뽀뽀 뽀미누나에서 지금은 제 마케팅 뮤즈이십니다. 역쉬는 역쉬!



매거진의 이전글 UX Writing 사용자 지향적 글쓰기라는 과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