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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ug 09. 2022

동네를 대표하는 곳이 문을 닫으니 정신이 멍하다

소상공인, 트렌드, 변화, 창업, 사업, 식당


동네가게들이 바뀌는 것도 일상적으로 된지라 이제는 또 바뀌었나 정도로 별 감흥이 없다. 그런데 얼마전 동네빵집 한곳이 문을 닫았는데 이것은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주인이 바뀌고는 15년, 그 전부터 하면 내가 명일동에 살기 시작한 순간부터니 최소 30년 이상 한자리에 변함없이 있던 동네빵집이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특히 지금 아파트단지에 살기 시작한 10년 가까이 동안은 집에서 가깝고 빵도 맛있어서 단골로 가던 곳이다. 소상공인이 어렵다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우리 동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이 문을 닫으니 정신이 멍하다.



단순히 코로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은 요즘 분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인건비에 이어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 값까지 오르니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을거다. 지난주 점심약속이 있어서 종로 D타워에 식사하러 갔는데 친구가 대창덮밥을 시켰다. 직원이 대창이 6조각 나오니 추가로 하는 것이 어떨지 주문단계부터 추천을 하더라. 1만원 중반대 가격이라 설마하고 그냥 시켰는데, 정말 작은 대창 조각 6개가 전부였다. 난 치킨덮밥을 시켜서 그나마 낫기는 했지만 이 돈에 이걸 먹을 바에는 차라리 편의점꺼 사먹는게 훨씬 만족도가 높았겠다 싶었다. 


배달비가 올라서 전보다 배달을 확실히 덜 시키게 되었다. 혼자 살고 외부 일정이 많다보니 배달을 아예 안시키지는 않지만 확실히 줄이게 된 건 사실이다. 반전은 단순히 배달비가 비싸서만은 아니다. 음식의 질과 량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배달비만 추가가 되었다면 그나마 덜 줄였겠지만, 모든 식당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배달음식 자체의 질과 량에 불만이 생겼기 때문이다. 비싸도 제 값 주고 제대로된 음식이라면 그 돈을 지불할 의사가 충분히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니 결국 음식을 건드릴 수 밖에 없었을거다. 특히 요즘 인플레이션이 겹치니 이걸 돈 주고 먹는다는게 짜증이 날 수준도 속출한다. 개인식당 보다는 프렌차이즈가 아무래도 관리가 좀 된다고 생각했지만, 얼마전 한 유명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에서 시킨 떡볶이는 건더기는 어디로 다 사라지고 죄다 소스국물 뿐이었고 또다른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시킨 세가지맛 순살 치킨 세트는 순살치킨조각이 세가지맛에 맞춰 각각 일렬종대로 거대한 박스 바닥에 깔려있었다. 배달비 아까워서 포장으로 선회했지만, 음식의 질과 량 자체에 문제가 생기니 포장도 피하게 되었다.



대신 무인상점의 밀키트와 동네반찬가게 제품을 사는 일이 늘어났다. 몇개월 전까지만해도 과연 사업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면에서 부정적으로 봤던 유행이었고 지금도 과연 각각 충분한 매출과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인건비 절감 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의 여파가 아직은 덜해서인지 가성비와 음식의 질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기술 발달로 인해 음식질이 어마어마해진 반조리, 조리음식들을 홈쇼핑에서 시키는 횟수도 늘었다. 조금 귀찮아도 배달과 포장, 식당에서의 식사를 줄이고 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방법으로 집에서 최대한 먹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경제분위기가 최소 4~5년은 더 갈 것이고 그 사이 지금의 변화 역시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그리고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계속 민감하게 살피며 적응하고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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