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일한 스타벅스 커피 농장 알사시아 하시엔다
지난 6월, 업무로 코스타리카를 방문하면서 전 세계 유일한 스타벅스 커피 농장을 방문했다. 항상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는 브랜드이고, 브랜드의 본질을 만드는 원두에 집중한 곳에 가게 되어 무척 흥분했는데, 가 보니 역시 스타벅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거기서 사 온 시그니처 블렌드를 마시면서, 스타벅스 하시엔다의 홈페이지를 탐색하다 보니,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의 비전과 미션을 실천해 가는 집요함과 영리함에 감탄하게 됐다.
스타벅스 농장은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서 1시간 조금 못 되는 곳인 뽀아스 화산(Poas Volcano)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굽이굽이 산길을 40여 분 정도 달렸을까, 스타벅스 농장의 정문이 나타났다.
커피를 연상하게 하는 갈색 철문에 코스타리카 스타벅스 농장임을 알리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다. 옆으로는 넓은 주차장. 열린 철문을 통해 몇 미터 내려가면 리셉션이 나온다. 커피 투어를 예약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접수확인을 하고, 투어를 함께 할 직원을 만난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투어 예약은 하지못해서 방문자센터에 있는 카페로 바로 들어갔다. 방문자 센터는 거대한 야외 카페와 기프트샵, 커피 로스팅 공간, 커피 교육 공간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의 카페가 세상에서 제일 큰 스타벅스 카페는 아니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독특한 스타벅스 지점인 것은 분명하다. 카페는 스타벅스 커피 농장과 폭포가 흐르는 거대한 자연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커피를 마시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는 기분이 든다.
스타벅스는 세계 각지마다 그 나라의 독특한 메뉴에 기반한 푸드 코너를 마련하는데, 보편적인 샐러드나 베이커리 메뉴 사이로 코스타리카만의 메뉴들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어서 상당히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점심을 충분히 먹고 간 관계로 커피만 마셔봤지만 만약 식사 때 도착한다면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카페는 특이하게 직원들이 직접 서빙을 해 주는데, 넓은 곳임에도 척척 잘 찾아오고, 수시로 테이블을 청소하는 부지런함을 볼 수 있었다. 유니폼이 일반적인 매장의 유니폼과 확연히 다른데, 세계 유일의 커피 농장, 유일의 매장에서 일하는 것을 표현하는 듯, 색상이나 스타일 모두 달랐다.
카페를 나오면 농장의 각종 시설들이 펼쳐진다. 커피를 로스팅 하는 곳, 생육 실험 중인 온실, 건조탱크 등이 있고, 투어를 신청하면 약 1시간 반 정도의 시설 관람과 해설을 듣게 된다.
커피 투어 마지막은 당연히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다. 세미나실 혹은 선방 같은 분위기의 작은 룸으로 안내되는데 이 공간에서는 맨 마지막 단계 체험이다. 실상 커피 투어는 커피의 일생 체험이라고 할 수 도 있는데, 커피 나무를 키우고, 거기서 열매가 맺혀, 다양한 처리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잔에 담겨 우리 입에 닿기까지 순서대로 진행된다. 밖에서 보고 온 커피 빈의 성장과 처리의 결과물인 커피를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들과 향과 맛에 집중한다.
아래 사진의 맨 왼쪽의 커피 드립 기구는 코스타리카 전통 드립 기구인데 기념품 가게마다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나온다. 오른쪽의 머신에서 커피가 보글보글 끓고, 열심히 설명하는 스탭과 집중해서 듣는 투어 참여자들의 모습은 바깥에서 보면 세상 심각하다.
스탭이 만들어 주는 커피를 조금씩 맛보기도 하고, 질문을 하기도 하면서 커피 투어의 마지막을 체험하고 나오면 카페와 기프트샵이 짜잔! 하고 눈 앞에 펼쳐진다.
MD샵에서 판매하는 스타벅스 알사시아 농장 카페의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한 잔 하면 기분이 남다르다. 코스타리카는 커피 원산지라 커피 맛이 어디에서도 훌륭한데, 스타벅스 농장의 커피 맛은 스타벅스 커피 맛의 기준점을 찍은 맛이라고 생각하며 마시면 기분이 특별하다. 그리고 어디에 담아서 먹느냐도 커피를 즐기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스타벅스 알사시아 농장에서 느낀 것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자신의 브랜드의 근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 구축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편리하며 당연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오감과 양심의 만족이다. 커피 빈이 생산되는 곳을 직접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처리 과정의 소리와 향을 맡고, 카페에 와서는 커피를 직접 마셔보고, 굳즈를 만지며 구매하는 일련의 과정은 보통의 관광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여기에 스타벅스가 집중한 것은 양심의 만족, 깨어있는 브랜드로서의 의식이라는 포인트다. 카페와 농장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로컬 아티스트의 벽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바로 그곳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벽화에 더불어 주위 농가들이 스타벅스에 커피를 판매하지 않아도 무료로 제공하는 더 나은 커피 품종 종자들, 농가에 제공하는 각종 산업 관련 정보는 스타벅스가 미국 브랜드가 아닌 우리 나라 브랜드처럼 느끼게 만든다.
전세계에서 몰려 온 스타벅스를 아는 사람들은 커피농장에서 스타벅스의 원재료에 대한 고집, 집착, 의지 그리고 상생의 기치에 따른 행동들에 저절로 마음이 열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코스타리카 자연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난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마시는데 어찌 너그러워지지 않을 수 있으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사진 찍고, 음악을 듣고, MD상품을 만져보고 사는 일들이 그저 관광지를 즐기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이 곳을 다녀 온 사람들이라면 독특한 환경과 전세계 유일한 공간이 주는 독점적 만족감에 항복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 폭포 봤어? 어마어마한 사일로에 커피 건조되고 있어! 마지막에 끓여서 시음했던 그 맛, 기억하지? 거기서 사온 머그컵이야! 이런 대화들이 평생을 따라다니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보다 친근하지만 누구보다 영리하고 과감하게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딩을 펼치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팜(starbuckscoffeefarm)이라고 영어로 치면 Starbucks Hacienda Alsacia 라는 사이트가 뜬다. 도메인은 starbuckscoffeefarm 이다. 사이트를 방문하면 열대의 감성을 바로 느끼게 하는 초록 식물과 열매, 새와 개구리, 나비가 있는 대문이 보인다. 생물들은 모두 코스타리카의 자연에 있는 것들인데, 나비에 커서를 가져다 대면 나비 날개가 움직이는 작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또한 이 오브제들의 바탕 색은 커피의 색인 다크 브라운이다. 컬러풀한 디자인 요소들이 커피라는 배경 위에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농장이 위치한 곳이 어디인지를 짐작하게 하면서, 커피 농장의 여러가지 목표가 다양성이라는 컨셉으로 드러난다.
http://www.starbuckscoffeefarm.com/en/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하나의 농장, 여러가지 목표(One farm, Many goals) 라는 문구가 있다. 전 세계 유일한 농장이라는 희귀성 속에 스타벅스가 달성하고자 하는 더 나은 품종 개발, 지역사회 기여, 커피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보 나눔 등이 그것이다. 실제로 커피농장에서 실험 중인 여러가지 품종들은 지역 사회의 소규모 커피 농장에 무료로 제공된다. 농장은 받은 품종에 대한 반대급부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가 개발한 커피 품종으로 수확을 해도 스타벅스에 납품할 의무는 전혀 없다. 그러면 스타벅스는 왜 이런 남좋은 일을 하는가? 커피 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한 회사 차원이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 함께 대처하기 위함이고, 낯간지럽게 들릴지라도 커피 산업내 공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보면 이렇게 적혀있다.
Create best practices to make growing coffee more profitable for small-scale farms; develop the next generation of disease-resistant, high-quality coffee; and share information and resources freely with farmers around the world.
목적에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으면서, 그저 호기심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스타벅스가 주는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고, 호기심을 더 깊은 브랜드 관여로 유도한다 .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하면 두 사람의 안내자가 나온다. 젊은 여자와 중년의 남자. 누구를 선택해도 괜찮다. 그들은 자신들을 소개하고, 농장 투어를 버추얼로 시켜준다. 한 곳에서 설명이 끝나면 다음은 어디로 가라는 지시가 나오고, 그 곳으로 움직이면 다시 안내자가 나와서 방문한 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 준다. 실제 현장을 촬영한 영상과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한 경우 잘 그래픽화 된 컨텐츠들이 제시되면서 이해를 돕는다. 실제 투어를 가면 방문하게 될 곳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온라인 투어가 끝나면 방문 완료 도장을 찍어준다. 일종의 인증서? 같은 개념인데 그것을 받으면 실제 알사시아 농장을 다녀온 것 같은 뿌듯함과 만족감이 든다. ONE FARM, MANY GOALS 라는 슬로건이, 홈페이지가 말하고 있지 않은 GOAL 중 하나는 스타벅스가 고객의 마음에 우뚝 선 커피 거인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