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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y 19. 2024

정해진 시간과 공간 점유에 대한 댓가

태도, 매너, 비즈니스매너, 사회생활, 가치, 사업, 창업


고즈넉한 전통 있는 책방에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은 붐비는데 책방은 망하기 직전이고, 방송이나 유튜브 타서 사람들 몰려온 노포가 사진 찍으러 온 메뚜기떼가 지나간후 기존 단골 잃고 상태가 엉망이 되어가고, 카페가 카공족으로 점령 당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카페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에게 도서실처럼 조용히해달라며 컴플레인이 들어오거나 공부할 모니터랑 책을 잔뜩 가져가 하루종일 자리를 점령하는 것을 듣고 보고 경험한 후 기분이 씁쓸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생각을 해봤다.


교육, 컨설팅업에 있다보니 우리나라가 남의 생각이나 말의 가치를 형편없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는데, 같은 맥락으로 남의 공간이나 시간의 가치 역시 낮게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같이 살아간다는 개념 없이 자기만 아는 매우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다.


책방은 책을 팔아야 돈을 벌고, 식당과 카페는 음식을 팔아야 돈을 번다. 여기에 추가로 포함해야 하는 것은 정해진 시간과 공간 점유에 대한 댓가다. 책방은 도서관이 아니다. 즉 책을 산다는 전제하에 책을 보던, 사진을 찍던 그 행동을 허락하는 것이다. (한때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에게 따로 입장료를 받았던 서점 한 곳의 방침은 그래서 충분히 이해가 갔다) 식당과 카페는 포장이나 배달이 아닌 이상 음식값에 시간과 공간 이용비가 포함된 것이다. 대다수의 오프라인 채널은 모두 그렇다. 온라인 채널처럼 체류시간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체류시간이 적정범위를 넘어서게 되는 순간 적자로 돌아선다. 싼 값의 부페나 무제한 식당들이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직접 그 비용까지 지불하지 않아도 아무 말이 안나오고 장사나 사업이 잘되는 곳이면 나 대신 다른 고객이 내가 이용한 시간과 공간 비용까지 지불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나 친척, 가족, 학교나 직장, 사회생활 선후배, 형누나들에게 배운 것 중 하나는 이 시간과 공간의 댓가에 대한 개념이었다. 적정 시간이 넘어가면 남기는 한이 있어도 음식 하나를 더 시키거나 다 마시지도 않을 술 한병을 더 시키고, 책방이나 음반점에 가서는 살 것이 있으면 온라인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경한 곳에서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여기 사장님도 계속 장사를 하시지"라며 말이다. 


그들이나 내가 부자라서? 아님 경제 관념이 없는 바보라서? 아니다. 그게 소중한 그런 곳들이 오랫동안 살아남게 하거나 잘 되게 만드는 길이자 진정한 '상생'을 실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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