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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09. 2024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아이맥스 2D 관람, 


"이게 팀 버튼 영화지!"


수십년만에 드디어 팀 버튼이 돌아왔다!



팀 버튼의 첫번째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지금의 팀 버튼이 있게 만들어준 1988년작 #비틀쥬스 의 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틀쥬스2)가 36년만에 돌아왔다. 팀 버튼의 치기 어린 악동 기질이 제대로 발휘된 바로 그 작품이자 팀 버튼 영화의 인증을 만들어낸 바로 그 영화의 속편 말이다. 십대시절을 함께 하면서 내 상상력의 원천 중 하나가 되었고 헐리우드키드 영화매니아로서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를 만들어준 팀 버튼 감독이다. 그의 열혈팬으로서 언제나 팀 버튼 영화는 무조건 그냥 본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팀 버튼 영화는 아주 날카로운 날이 바짝 서있었고 그래서 사랑했지만 그도 점차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점점 두리뭉실해지고 무난해져왔고 심한 경우 그의 독특한 스타일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지기까지 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그렇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젊었을 때만 할 수 있는 감각은 나이가 들어가면 해낼 수 없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폴 버호벤 감독과 리들리 스콧 감독 같은 예외도 아주 가끔은 있지만 말이다) 36년만에 비틀쥬스의 속편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팀 버튼 감독이 가장 까칠했을 때(?) 한창 젊다 못해 어릴 때 만든 첫 장편영화 데뷔작의 속편이라니 당연히 그 때 그 감각으로는 만들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30대 미친 팀 버튼 감독이 돌아왔다! #비틀쥬스비틀쥬스 는 그저 그 때 자기 모습과 행동을 복제해서 최대한 재현만 했더라도 만족했을텐데, 그 정도가 아니라 그냥 그 때 자기 자신과 접신해서 만든 것 같다. 일단 36년만의 속편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원래부터 2편이 있었던 양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다시 돌아온 주요 캐릭터들은 36년의 시간을 영화 속 시간과 연계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영화의 배경과 스타일 거기에 독특하고 기괴한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는 완벽하게 유지된다. (그 사이 발전된 기술과 넉넉해진 제작비가 영화를 보다 매끈하게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1988년 1편과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팀 버튼 특유의 저 세상 상상력과 약을 빤 듯 미친듯한 종횡무진 자유로움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한마디로 "이게 팀 버튼 영화지!"



원래 팀 버튼 영화가 수십년을 넘어 돌아왔는데, 그렇다보니 문제가 하나 있기는 하다. 팀 버튼 영화나 드라마가 팀버튼다울수록 '매니아' 컬트영화 감성이다보니 특히 국내에선 호불호를 심하게 탄다. 역설적으로 팀 버튼 영화가 팀버튼답지 않을수록, 팀 버튼 스타일만 남을수록, 국내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즉, 이번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최소 우리나라에선 환영받지 못할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미리미리 예매해서 개봉주에 보려고 한거다. 개봉주조차도 넘기기 만만치 않을 듯해서 말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개봉주 이미 퐁당퐁당 상영에 다음주 아이맥스관 포함 대부분 내려가거나 회차가 확 줄었다. 당장 오늘 영화관도 그랬다. 개봉주에 주말인데 아이맥스관이 거의 다 비었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고 너무 좋아서 추석연휴에 한번 더 아이맥스로 보고 싶은데 불가능할 듯하다. 



트렌드 강연할 때 영화 트렌드를 예시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최소한 헐리우드는 이야기한대로 움직이는 듯하다. 그리고 작년부터 슬슬 변화에 속도가 붙다가 특히 올해가 그 변곡점의 정점이 된 것 같다. 다시 8090년대 스타일을 21세기로 재해석한 영화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대박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올해는 내가 너무 자주 영화가 최고다, 미쳤다를 연발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영화가 나를 만족시켰던 해가 언제였던가를 생각하면 최소 20년은 된 것 같다. 2024년은 이미 엄지척을 연발한 영화들로 오랜만에 너무나 충만하다. 헐리우드키드 영화매니아로서 최고의 해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에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추가 되었다.



내가 팀 버튼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기발한 상상력과 예술적 감성으로 뇌가 싹 씻기고 정신이 리셋되는 기분이 들면서 새로운 창의력에 대한 영감을 받아서인데, 수십년만에 다시 그렇게 자극 받은 느낌이다.



※ 이건 완전 아이맥스용 영화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맥스 화면비로 시야를 꽉 채운다. 그리고 그 화면으로 팀 버튼의 '예술작품' 비쥬얼 향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여기에 팀 버튼의 짝꿍, 대니 엘프먼이 음악을 맡아 비쥬얼에 찰떡같이 붙는 영화음악을 박력있는 아이맥스 사운드로 즐길 수 있다니. 이런 기회 쉽지 않다!



※ 영화관에 온 관객 몇몇이 시선을 끌었다. 내 앞쪽에 두 커플이 있었는데, 한 커플은 중장년 커플(부부)로 비틀쥬스 1편을 20대 시절 데이트하면서 본 티가 팍팍 났고, 또 한 커플은 20대 선남선녀 젊은 커플이었다. 애들 다 키우고 부부 둘이서 데이트 시절 본 영화의 속편을 보러온 커플과 한창 사랑하고 데이트하고 있는 젊은 커플이 한 영화를 보며 즐기는거다. 분명 이들에게 이 영화는 추억의 한장을 차지하겠지?



※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폭망 확정인데 그래서 좋은 점도 있었다. 일이랑 컨디션 문제로 개봉날이나 다음날 못보고 일요일 낮에 겨우 봤지만, 혹시나해서 별 기대 없이 아이맥스 굿즈가 남았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아이맥스용 굿즈(아이맥스 포스터, 미니 팝업북)가 남아있다고 챙겨줘서 받을 수 있었다. 운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간만에 탐나던 굿즈라 대만족! 



미국에서는 팀 버튼 영화 중 역대 최고 오프닝을 기록하고 최고 흥행작이 될 것 같고 올해 최고 흥행작 중 하나가 될 거라는 흥행예측이 대세인데, 올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취향 차이가 가장 극명한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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