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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Nov 18. 2024

글래디에이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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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2 IMAX2D, 글래디에이터 1편이 인생 영화 중 한편으로 가슴에 들어온지 벌써 24년전인 2000년, 24년만에 속편이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 보다는 우려가 컸다. 극을 이끌어가던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이 죽은 상황에서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의심했기 때문이다. 공개된 예고편에서 그 뒤를 잇는 새로운 주인공은 예상대로 별 아우라를 보여주지 못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러셀 크로가 막시무스를 거의 인생 캐릭터로 만들어버린 바람에 누가 뒤를 맡아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주인공은 나름 할만큼 했다. 물론 러셀 크로가 생각 안난다는 말이 아니라 애초에 비교 대상이 너무 높으니 그 정도면 잘했다 정도라는 말이다. 


보는동안 지루하지 않았고 시간 잘 가고 재미있기는 했지만, 딱 그만큼이었다. #글래디에이터 가 워낙 넘사벽이라 남자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태생적으로 #글래디에이터2 는 잘해야 본전인 그런 영화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1편에 이어 2편도 감독을 맡은 리들리 스콧이다. 속편을 안찍기로 유명한 이 할아버지가 2편을 찍겠다고 했을 때 의심을 했어야 했는데, 다시 맡는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다가 제대로 당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할아버지지만, 이 미친 변태 꼰대 할아버지가 제대로 관객을 낚았다.


글래디에이터 2는 글래디에이터 1편의 스토리라인을 묘하게 그대로 쫓아간다. 상황과 설정은 물론이고 캐릭터들 역시 전편과 겹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영화 엔딩까지 30분 정도 남기고 갑자기 다른 영화인양 폭주하면서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아마도 이 변태 할아버지는 이 30분을 만들고 싶어서 속편을 맡은 것 같다. 전편을 스스로 완전히 카피한 듯 쫓아가는 글래디에이터 2의 중후반부까지는 관객에게 "니가 보고 있는 영화 글래디에이터 속편 맞지?"를 강제주입하는 느낌이다. 제목에 글래디에이터를 넣으려면 어쨌든 검투사 이야기를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보면서도 뭔가 느낌이 싸한데 남자 주인공에게 영웅적 면모를 쌓아줘야할 때 주변 캐릭터에게 그 역할을 분산시키고(특히 조연인 아카시우스가 훨씬 더 막시무스스럽다) 조연 캐릭터들 하나하나 카메라를 나눠준다. 무엇보다도 덴젤 '마크리누스' 워싱턴만 나오면 눈빛 하나하나까지 모두 담으려는 듯 감독의 애정이 철철 넘쳐나는데 후반부 30분을 보는 순간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되더라! 이건 마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에이리언 속편을 거절하고 수십년만에 프로메테우스를 만들고 에이리언 커버넌트까지 만들면서 '니들이 보고 싶던 에이리언을 보여는 줄테니 난 내가 만들고 싶은거 만들거야!'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만들고 싶은 영화 마음대로 만들고 싶은데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어가니 일부러 그렇게 한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마디로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 그런 영화다. 할 말은 이미 전편에서 다 했고, 재미와 감동 역시 전편에 의지하고 있고, 후반부 30분 덴젤 워싱턴이 본색을 드러나면서 더이상 글래디에이터가 아니라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정치스릴러가 된다. 이건 글래디에이터가 아니라 피튀기는 정치 스릴러 영화로 그 딱 30분만 의미가 있다. 대충 찍고 의무감으로 채워놓은 무성의한 2시간의 앞부분(역설적이게도 이 부분이 글래디에이터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 보다 정치 스릴러 스타일의 30분이 숨 못쉴 정도로 재미있다. 제작비 적게 쓰더라도 그냥 덴젤 워싱턴 주연에 로마 배경 정치 스릴러를 만들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텐데...


※ 스펙타클한 영화를 아이맥스로 보니 쾌감이 커지는 것은 맞는데 24년전 전편이 기술적으로도 엄청나게 신경 써서 기술 분야에서도 레퍼런스 영화가 되었던 것에 비해 역시나 기술적으로도 무성의하다. 화면비 변화도 없고 화면과 사운드도 평범하다. 존경하는 우리 변태 할아버지는 역시나 글래디에이터2를 찍으면서 글래디에이터에 관심이 없었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이어 또 한번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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