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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09. 2017

느리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막장' 스릴러

(노 스포일러) 영화 걸 온 더 트레인 리뷰, 영화, 영화리뷰, 영화평

걸 온 더 트레인, 느리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막장' 미스테리 스릴러 (평점 9/10)


걸 온 더 트레인은 요즘 요란하게 시끄러운 영화들 속에서 '나를 찾아줘'처럼 느릿느릿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느린 속도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통 스릴러이다. 얼마전에 본 23 아이덴티티 (원제 : Split)처럼 어찌 보면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한, 하지만 21세기에 맞춰서 세련되게 세공된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한 여인이 실종되고 그 여인은 어떻게 되었으며 범인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미스테리 스릴러이다. 그 중심에는 자존감이 밑바닥까지 떨어져 자신의 삶과 자아를 잃은 알콜중독자 여인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바라는 삶을 출퇴근하는 열차 차창 넘어 보이는 한 여인에게 투영한다. 그녀에게 그 여인은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진정 그 여인의 삶은 그녀가 상상하는 그런 삶인가? 그녀의 이상향인 그 여인이 자기가 투영한 삶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는 무너져 폭주하기 시작한다. 사건은 바로 이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범인을 찾는 미스테리 스릴러 답게, 실종된 여인, 그리고 알콜중독자인 여자 주인공, 그 외 주위를 둘러싼 모든 인물들이 실종된 여인과 얽히며 용의선상에 오른다. 과연 실종된 여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범인은 누구인지 후반부까지 헷갈리게 만든다. 하지만 반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범인이 깜짝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실마리를 하나 둘 푸는 정통 방식을 선택하는 편에 가깝다.



영화가 흘러가는 스토리로만 보면 완전 이만한 '막장 드라마'도 없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미국영화들이 막장 스토리로 가려면 한국 아침 드라마다를 꽤나 벤치마킹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막장 스토리라고 영화를 폄하하는 의도로 '막장'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아니다. 막장 드라마도 수준이 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뜬금없고 황당한 막장 드라마가 아니다. 탄탄한 스토리가 있고, 영화 진행에 따라 점차 꼬여가면서 강도와 긴박감이 올라가는 흐름이 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과연 진실과 기억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세상을 혹은 사람을 바라볼 때 자기만의 색안경으로 맞춰서 보는 것이 아닌가? 각자 살아가고 있는 인생에서 행복은 내게 있는가, 타인의 기준에 있는가? 사건이나 사물, 사람을 보이는대로 보는 것이 맞는가? 과연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가? 등등...... 살면서 부딪히는 근원적인 질문들을 영화 걸 온 더 트레인은 막장 드라마 스토리에 녹여넣고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처럼 우아한 미스테리 '막장' 스릴러는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영화를 조바심 내지 않고 하나하나 씹으면서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관객들은 충분히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수작이 걸 온 더 트레인이라고 생각한다.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2016 제작 

감독 테이트 테일러 

출연 에밀리 블런트, 헤일리 베넷, 루크 에반스, 레베카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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