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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Feb 07. 2018

직장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 3가지

직장인, 직장생활, 커리어, 역량, 문제해결력, 커뮤니케이션

4칙연산이 중요하지만 4칙연산을 수학이라 부르지 않고 산수라고 부르는 것처럼 비즈니스에선 엑셀 피봇 테이블 쓰는 법을 역량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저 기술 (스킬)이라고 부를 뿐이죠. 그것보다는 좀 더 큰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회사는 영어가 정말 필요하면 통역사를 부릅니다. 법률 지식이 필요하면 변호사를 쓰면 되고, 회계에는 회계사를 쓰면 됩니다. 기술은 그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돈주고 쓰면 됩니다. 파워포인트를 이쁘게 만들어야 하면 이걸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사람을 부르죠.


정작 회사에서 직원이라고 데리고 가는 사람은 이런 스킬을 전문가 수준으로 보유한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간단한 스킬들은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그 사람이 월급받는 직원이 되는 건 스킬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고도의 지식이나 스킬이 많이 필요치 않은 분야인데 직원으로 뽑을 필요가 없는 경우 회사에서 고용하는 방식이 계약직이나 용역입니다. 경비, 서무, 단순 생산직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회사는 넓게는 대표이사, 좁게는 임원이나 팀장을 대신해 회사에 최선이 되는 생각을 해내고, 의사결정을 하고, 일의 진행을 챙기고, 실적을 만들어낼 사람을 고용합니다. 그게 직원의 정의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초기에는 안보이지만 성장하다보면 팀장이 되어야 하고, 임원이 되어야 하고, 대표이사가 되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게 싫다면 눈치밥 먹으면서 월급 루팡이 되던지 아니면 몇 개의 스킬을 깊게 쌓아올려서 그걸로 먹고 사는 프리랜서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걸 그냥 떠나서 창업하는 길도 있지요.)

'장'이 붙은 직급이 되고, 임원이 되고, 경영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 자질이 직장인의 역량입니다.


직장인의 역량은 크게 문제해결력,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Big picture 이해하기 입니다.


문제해결력은 고객 클레임 처리 능력이 아니고, 비즈니스의 수많은 상황에서 모르고, 명확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을 때 대안을 만들고 주변을 설득하고, 이를 실행해서 성과로 바꿔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 잘쓰는 법을 말하는게 아니고, 크게는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작게는 내 자신의 좀더 좋은 상황을 위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이들의 동참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능력입니다. 말단일 때 내가 왜 저 업무를 했으면 하는지부터 창업을 해서 투자자에게 자신의 꿈에 투자하라는 말까지 모두 동일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Big picture 이해하기는 그림 그리라는 뜻이 아니라 회사, 조직,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큰 구도에서 이해하고, 이에 따라 세부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일들을 찾아내고, 수행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저 눈앞의 엑셀 파일만 들여다보고 있을 땐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이 일의 결과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알기 어렵지만, 이를 통해 고객의 만족도가 변하고, 회사의 수익이 바뀌고, 그래서 내 연봉과 고과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게되면 회사에서 느끼는 지루함과 무의미함이 열정과 몰입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항목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기 보다는 이 역량들이 필요한 상황들에 대해 묘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1.문제해결력


-하필 사수가 휴가갔는데 상무님 오더가 내려왔다. 경쟁사 제품 라인업 최근 변경에 대해 조사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란다. 팀장님은 대응 방안을 알아서 할테니 경쟁사 라인업 분석을 알아서 해오란다. 난 경쟁사 분석 자료 만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쩌지?


-영업 실적이 나쁘다고 팀 전체가 엄청 깨졌다. 내가 맡고 있는 구역도 상태가 별로 않좋다. 과장이 담당자들 모두 영업 20% 개선안을 내일까지 마련해서 보고하랜다. 상황도 너무 나쁘고, 나 혼자 뭘 한다고 바뀔 것도 없어 보이는데 무슨 20% 개선안?


-조직분위기가 좋아보여서 스타트업에 왔는데 대표부터 모든 멤버가 너무너무 바쁘다. 그런데 대표가 지나가는 말로 고객 Retention ratio를 확대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예산을 안쓰면서 하면 좋겠다고 말하고는 그냥 나가버렸다. 사회생활 고작 3개월차에 마케팅은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데. 이 스타트업엔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알려줄 마케팅 사수도 없다. 그런데 마케팅하면 돈 쓰는 업무 아니었나? 어떻하지?


-팀장이 관리임원께 인사팀 내년 업무 보고를 다녀온 후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 너무 약하다고 새로 짜라고 한다. 개선 방향이 있냐고 하니 팀장도 이미 기존 보고서에 자기 아이디어 모두 짜내었다고 자기도 답 없다고 한다. 임원도 불만만 표시했을 뿐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었단다. 내가 교육담당자이긴 하지만 그 전엔 오랫동안 공석이었고, 내가 업무 맡은지도 얼마 안되었고, 보고서 만들면서 여기저기 다른 회사 프로그램이란 프로그램 다 뒤져서 넣은건데 여기서 어떻게 보강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회사 매장 디자인에 대해 고객 조사를 했더니 경쟁사보다 너무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적으로는 물론이고 물건 배치도 복잡하고, 동선 설계도 불편하단다. 좀 좋은 자리에 넓은 공간을 임대하면 잘할 수 있는데, 맨날 이상한 위치에 있는 좁은 매장만 임대해놓고는 매장 디자인가지고 욕한다. 솔직히 내가 디자인 했지만 우리 매장 디자인은 진짜 엉망이긴 하다. 어떻게 개선하지?


-신참으로 들어온 개발자가 또 나갔다. 일은 너무 많고, 기획자와 개발팀장이 맨날 싸워서 업무 방향도 오락가락하다보니 신규 개발자가 3개월 다니다가 그냥 떠나버리는 일이 벌써 세번째다. 중간에 낀 개발자로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게임은 정말 출시까지는 꼭 하고 싶은데, 나도 지친다.


-드디어 신입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 신입이 좀 이쁘게 생겼다고 잡일이나 부서 전체 일을 시킬 때는 나를 막내취급하면서 부려먹고, 막내라고 챙겨줄 땐 그 신입만 챙긴다. 이 신입은 이 상황을 즐기는 눈치다. 어떻게 해야 하나?



2.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이번엔 정말 준비 열심히했다. 저번에 지적받았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요점이 뭐냐', '결론부터 말해' 같은 지적을 받지 않으려고 보고 연습도 밤새워서 했다. 그렇지만 호랑이 같은 부장앞에 섰을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말은 꼬이고, 입은 자꾸 바짝 마른다. 부장이 한마디 한다. '자넨 뭐가 문젠지 알려줘도 바뀌는게 하나도 없어. 저 자료 꼬락서리 좀 봐라. 너 낙하산이냐?'


-똑같은 고객에게 똑같은 제품을 3년간 영업했다. 이젠 고객 사무실에 종이컵이 몇개 남아 있는지도 알고 있는 수준이다. 나만큼 고객과 친밀하게 지내는 영업사원은 회사 전체에 한명도 없다. 그렇지만 실적 보고회때 사장의 질문이 시작되면 난 그저 멍청이 중 상멍청이 취급이다. 내 설명이 두서가 없고, 고객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지도 못한단다. 나만큼 고객을 아는 사람도 없는데, 왜 나한테만 저럴까?


-관리 임원이 혀를 끌끌 찬다. 팀장이 아파서 내가 대신 월별 자금계획 보고를 하는데, 자꾸 자금 계획표에 없는 내용을 물어본다. 자금계획표 숫자를 주로 물어봤었는데, 오늘은 무슨 생각인지 계속 다른 내용을 물어본다. 어리버리하게 대답했다. 임원이 혀를 차면서 한마디 했다. '너 자금 운용 담당자 아냐? 근데 왜 대답을 그 따위로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실무는 내가 훨씬 잘 알텐데, 저 임원은 왜 저렇게 말하지?


-오늘 경쟁 PT가 있었다. 핵심 고객사에서 연이어 PT 결과가 나빠서 팀장이 주로 했었는데, 이번엔 하필 PT가 겹쳐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했다. 고객 반응을 보니 앞서 발표한 경쟁사랑 무슨 차별성이 있는지 이해를 못하는 눈치다. 어떻게 해야 하는거냐?


-요즘 상향식 아이디어 도출이 유행이라고 회사 혁신 방안을 우리 팀도 상향식으로 만들어야 한단다. 때문에 고작 2년차인 내가 팀에서 책임을 지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기획팀에 보내야 한다. 열심히 아이디어 내고, 기획팀에 보낼려고 하는 시점에 팀장이 보내기전에 한번 보잔다. 보내드렸다. 자료를 보고난 팀장이 한숨을 푹 쉬면서 한마디 한다. '휴…한심하구만'


-나는 성이 노씨다. 그리고 회사내 별명은 맥락이다. 노맥락. 팀장이 붙인 별명이다. 팀 회의시간이건, 보고때건 내가 뭔가 이야기만 꺼내면 팀장이 짜증섞인 눈으로 나에게 말한다. '너 지금 이 일의 맥락은 알고 말하는거냐? 너 입사 몇년차야? 너가 신입사원이냐?'


-설명을 했다, 설득도 했고 하소연도 했다. 하지만 듣는 부장은 요지부동이다. 내 의견에 도저히 동의를 못하겠단다. 너무 위험한 생각이고, 투자 대비 회수 여부도 너무 불명확해서 내 아이디어는 진행안해주겠단다. 동료들은 내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모두 기발하다고 했는데, 부장은 자세한 설명도 없이 그저 위험하단다. 그저 고객 상황에 대한 시각이 다른건데, 내 아이디어는 그냥 폐기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회사 때려치워야 하나?



3.Big picture 이해하기


-이미 폐기했어야 할 제품 라인업 개선 방안을 마련하란다. 시장이 줄어들기 시작한지도 벌써 3년, 이제 수익은 커녕 그저 운영비를 조금 넘는 수준의 마진만 들어온다. 그런데 그걸 개선할 방안을 또 마련하라니. 아무래도 우리 임원이 어떻게든 모든 라인업에서 적자 안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부사장으로 승진한다고 믿고 있나보다. 이게 무슨 시간낭비냐?


-블라인드를 봤더니 이직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평이 엇갈린다. 일부는 연봉짜고 일은 혹독하게 부려먹는데 인정도 안해준다고 적혀있고 일부는 일은 많고 복지도 많지 않지만 보상은 확실하다고 적혀있다. 뭐가 맞는거야? 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좋은 회사인거야 아닌거야?


-일주인간 밤을 새웠다. 팀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내 영혼을 쥐어짜서 계획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보고를 받은 팀장은 내 보고서 제대로 보지도 않고 간단히 한마디 한다. '수고했다' 난 도대체 이 계획안 왜 만든거야?


-회사가 적자라고 작년에도 올해도 보너스는 딴나라 이야기다. 그런데 회사 사옥을 새로 매입한단다. 대표가 부동산이면 환장을 한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 보다. 그 돈 있으면 고생하는 직원들 보너스라도 주는게 낫지 않나? 그 인간 연봉도 신입사원 연봉의 20배가 넘는다던데, 지 배부를 일만 하고 있나보다.


-지방 공장 인력을 또 줄인단다. 나도 그 사람들 쫓아내는데 일조를 했다. 제품 라인업 변경 방안 마련을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본사에 못보던 인력들이 들어와있다. 신사업을 한다고 TF가 만들어졌고, 컨설팅 회사에서 왔다고 한다. 십몇억을 쓴다고 하던데, 그 돈이면 공장 인력들 명예퇴직금이라도 더 챙겨주지, 저렇게 신사업 추진한다고 저게 되나?


-신제품 마케팅 방안을 정리해갔다. 깨졌다. 다시 바꿔갔다. 또 깨졌다. 다시 바꿔갔다. 다시 해오란다. 미치겠다. 이주일 사이에 3번이나 퇴짜맞았다. 그렇다고 팀장이 어떻게 해오면 통과시켜 주겠다는 말도 안한다. 내가 아무리 신참이어도 그렇지 이렇게 하는건 학대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글쓴이 :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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