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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pr 14. 2018

7개의 회사, 5번의 이직 이야기, 네번째.. 퇴사#3

직장인, 스타트업, 퇴사, 이직, 취업, 커리어, 창업

7개의 회사, 5번의 이직 이야기, 네번째.. 퇴사#3 :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경험


'7개의 회사, 5번의 이직 이야기'가 벌써 네번째 이야기이다. 꾸준히 독자들이 읽어주시는 스테디 콘텐츠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정말 사적인 이야기지만, 그리고 인생 수백, 수천만가지 길 중 하나를 먼저 가본 것인데 그 경험에 귀를 기울여주셔서 말이다.


앞선 3개의 이야기에서 '더이상 성장과 발전을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그리고 내가 욕하는 윗사람처럼 될까봐 겁이 났던 이야기'와 '좋은게 좋은 걸로 넘어가고 일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회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내가 지금 선택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제가 경험한 중견기업과 스타트업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그 회사들을 다니면서 퇴사하게 마음 먹게 된 부분이나 주위사람들이 퇴사했던 이유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기업에 다니다가 스타트업/중견기업에 들어가게 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업무 범위와 조직 분위기였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의 산업과 사업,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반드시 이 글에서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는 철저히 직접 경험했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실만 가지고 풀어서 이야기하겠다)


1. 업무 범위

사실 조직이 작다보니 업무가 세분화가 안되어 있어서 당연히 담당해야할 업무 범위가 넓고 R&R이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는 것은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부딪혀 현실을 겪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처음부터 그런 조직에 있었다면 당연히 여겨지겠으나, 업무가 비교적 명확하고 거기에 맞춰 보고라인과 책임이 정리되어 있는 곳에 다니다가 들어가게 되면 모든 것이 혼돈스럽다. 어디까지가 내 일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사람의 일인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나눠서 지고 성과는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 물론 칼처럼 명확히 쪼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어떤 기준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일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한방향으로 나아가는게 오히려 정돈된 큰 회사보다 어렵다. 임직원수가 적으면 수월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업무량이 많지 않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하던 누가 하던 하면 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어느 조직이나 사람이 모이면 진상은 반드시 존재하고 프리라이더나 얍쌉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량이 많다면 상황이 다르다. 특히 스타트업이면 한창 성장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량이 살인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일이 가뜩이나 적은 인력에 소수에 몰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이럴 때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모든 사람들의 퇴근시간이 점차 늦어진다. 다들 일하는 것처럼 앉는 있는데, 정말 일이 많아서 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이 많지 않지만 일이 적다는 소리를 들으며 일을 더 받지 않기 위한 꽁수를 발휘한다. 그 중 하나가 조각상처럼 자리에 붙어서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긴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근무시간 동안 온갖 개인일이나 각종 시간 버티기 장기를 발휘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대기업도 그런 사람들이 곳곳에 많으나,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 대비 자유로운 분위기가 표방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훨씬 더 마음껏 한다. 대기업은 놀면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티가 나고 평가에 반영된다. 뭐 놀지만 성과만 제대로 나와준다면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은 성과지표 관리가 대기업만큼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놀기 더 좋다. 열정을 불살라서 뭔가 하고 있는 분위기가 팽팽해보이지만, 한걸음 속으로 들어가면 겉으로 보이는만큼은 아니다. 어차피 어느정도 규모가 넘어가게 되어 채용을 하게되면, 창업자나 회사에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대기업 대비 우수한 인력이 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직원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바꿔말하면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일을 시켜놓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이걸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맞춰서 느긋하게 일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모두가 수평한 관계라는 이유로 모두가 일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는 구조는 좋게 말하면 쥬니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기도 하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책임은 옴팡 져야 하면서 가르쳐주거나 보호해주는 사람도 없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업무전문성이 확고히 잡힌 경력직이나 창업때부터 그 자리까지 버텨낸 사람들에게는 밖에서 말하는 사내용, 혹은 사외용 직무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업무 바탕이 없는 신입이나 쥬니어들은 A-Z까지 스스로 찾아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자유도가 높고 자신을 인정해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이 어찌할 수가 없는데 그것을 물어보고 해결할 방도가 거의 다 막혀있다. 죽어라 열정 쏟아부어 일해도 일한 것보다 성과가 낮을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시니어의 노하우가 쥬니어에게 전수가 안되니 업무효율성과 인사이트가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책임도 본인이 지어야 하는 구조가 되니 쥬니어지만 시니어의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경우도 많다. 



2. 조직분위기

일단 자유롭다. 아니 정확하게는 스타트업 혹은 작은 규모의 회사라는 특성에 맞춰 자유로움을 표방한다. 출퇴근시간도 대기업에 비해서 느슨한 편이고, 수평관계를 지향하는 경우 서로 호칭을 높여주거나 영어이름을 쓰기도 한다. 스스로 알아서 모든지 잘하는 쥬니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처음에는 그 자유로움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자유로움에는 댓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앞서 업무범위 이야기할 때, 언급했듯이 일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 자유다. 역설적으로 그 자유로움 때문에 업무강도가 강해진다. 알아서 잘해야 하니 알아서 일하고 성과까지 내려면, 자유를 개인시간으로 즐길 여유가 없다.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은 일량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자유는 사무실에서 겉으로 보이는 판타지에 가깝다. 


작은 조직일수록 공과 사가 애매모호해지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 가족같은 회사 이야기를 하다가 비난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사실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이 가족같은 회사를 암묵적으로 혹은 대놓고 지향하는 곳이 많다. 사실 업무범위를 넓게 주고서 당신은 어리지만 모두 동등한 관계라며 매니져라 호칭하는 것도, 자유로운 분위기에 수평관계라 이야기하면서 그러니 정해진 업무시간 보다는 당신이 일하는 속도와 성과에 맞춰 일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서 정작 살인적인 일량을 소화해나야 하는 것도, 서로서로 친하게위해 주는 가족같은 회사이기 때문에 가족이니까 그럴 수 있잖아라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 이는 두번째 이야기에서 다뤘던 '좋은게 좋은 걸로 넘어가고 일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인 회사에 대한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짧게 넘어가겠다. 창업멤버들끼리는 그렇게 회사를 성장시켰고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했을 수 있다. 사업 초기 목표를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하고 왔어야 하니 일부 어쩔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고 굳이 이해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어느 순간 창업멤버끼리만 가족인데, 직원들도 그렇게 강요받는다. 분명히 고용주와 피고용인인데 말이다. 사업이 잘되어 성장을 하면 창업멤버들은 고생한만큼 그 성과를 나눠서 갖기 때문에 가족이라해도 상관없지만, 직원들은 그럴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 그들이 사업을 성장시킬 때 했던 것들을 직원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러면 창업멤버들처럼 지분이나 월급 이외에 강력한 성과보상을 해주던가!


자유로운 분위기도 오묘한 경우가 많다. 분명히 자유롭고 수평적이지만, 사실상 재벌기업 보다도 수직적인 관계가 녹아있을 수 있다. 그러면 더 힘들다. 겉으로 보이는대로 말하고 행동했다가, 오히려 찍히는 사태가 발생한다. 차라리 우린 군대조직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조직은 거기에 맞추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게 싫으면 안가면 되는 것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수평관계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의 평등, 즉 서로 존중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성과에 따라 파격적인 성장을 보장해준다는 의미에 가깝다. 마음대로 말하고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유로운 수평관계 일수록 상하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에 따라 냉정한 것이 정상이다. 외국회사는 서로 편하게 말하고 칼퇴근해요 라는 순진한 생각은, 성과가 안나왔을때 전날밤에 문자로 해고통보를 해버리는 곳도 외국회사라는 것을 알지 못해서이다.


스타트업, 작은 규모의 중견기업들이 주는 강점도 분명히 많다. 이번 글은 부정적인 부분을 목적으로 썼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스타트업이나 작은 회사가 나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의미다.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고 즐겁게 일하고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다양한 면을 봐야하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극히 일부 단면을 적어본 것이다. 커리어 방향성을 잡고 실행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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