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블록체인
스타트업, 알렉스넷, 블록체인, 사업
스타트업 붐이 정점에 다다르니 관련된 TV프로그램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그 중에서 이 프로그램이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심사위원들의 속시원한 질문들이 스타트업 육성과 심사를 자주하는 나를 제대로 대리만족 시켜주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힘이 난다, 거의 백종원의 골목식당급 힐링 프로그램! 비슷한 시기에 ㅇ종편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스타트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방송을 시작했는데, 그 수준을 보고 실망을 넘어서서 경악한 터라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스타트업과 창업, 사업 생태계에 대해 1%도 이해못한 상황에서 일반 예능프로 만들듯 접근한 티가 너무 난다. 더구나 지원한 팀들 중 괜찮은 팀들은 대부분 이미 잘나가고 있는 팀으로 굳이 거기 나갈 필요가 없어서 취지에 맞지도 않고, 심사위원들이 참가팀들에게 했을 실제 스타트업 예비창업가나 초기 창업가들에게 의미있는 커멘트들은 편집으로 다 날아간 분위기고, 피칭팀들을 너무 많이 뽑아놓다 보니 각 팀에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 정도 피칭과 Q&A만으로 제대로 된 팀 거르기도 만만치 않아보이더라. 그저 모두 좋게좋게 멋지거나 즐거운 것만 보여주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판타지와 붐업을 극대화하려는 듯하다. 그게 방송의도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한 청년 스타트업 대표가 등장했을 때 심사내용은 뒷전에 선발해놓고 잘생겼다는 커멘트만 나올 때는... 뭐... 뭐지?
암튼 다시 '블록배틀' 프로그램 이야기로 돌아가면, 제대로 된 심사위원들과 투자자, ACC, 코치들이 하는 이야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특히 블록체인 하나만 한정해서 예를 들면, 요즘 워낙 블록체인 열풍에 너도 나도 다 블록체인을 앞세우는 터라 블록체인 기반 ㅇㅇ하겠다는 스타트업이 너무 흔하다. 정부에서 블록체인을 이야기하니 각종 지원사업부터 정부돈으로 집행하는 기관들은 물론이요, 블록체인을 미끼로 일반인들 대상으로 돈을 모아 투자 하려는 사기업들까지 '블록체인'을 지원과 선발 기준으로 해놓다 보니, 예비창업가부터 3-4년차 스타트업들 마저도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난리다. 기존 사업모델이 있는 스타트업들은 자기 사업모델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겠다고 이야기하는데 글쎄... 지금 모델이 잘 안돌아가거나 투자 받기 위해서 억지로 붙인 느낌이 드는게 대부분이다.
솔직히 난 블록체인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들에게 질문한다,
1) 사업아이템과 모델이 블록체인 없이도 생존력이 있는지,
- 기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블록체인 없이 다른 방법으로라도 돌아가야 한다. 블록체인만으로 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시장과 고객이 존재하고 지불의사가 있다면 그건 블록체인 때문이 아니고 사업아이템 때문이다 -
2) 사업모델에 블록체인이 왜 필요한지,
- 블록체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혹은 공급자가 얻는 가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원장, 분산, 거래비용 등등 이론적인 좋은 이야기말고 그 사업모델에서의 정확한 역할과 가치를 말이다. 그저 있으면 더 좋은 기술과 서비스는 돈 많이 벌고나서 하면 된다. 당장 매출과 수익도 안나는데 부수적인 걸 먼저 하는 건 낭비다 -
일단 1)번에서 80-90%가 날아가고 2)번까지 오면 거의 다 생존하지 못한다. 그냥 좋은거니 하자는 안이한 자세로 임하면서 제대로 알고 자기꺼로 소화도 못한 상태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3)번과 4)번 질문들도 있지만 거의 거기까지 갈 일이 없다. 지금 창업가 당신이 이야기하는 것은 굳이 복잡하게 블록체인으로 다 바꾸지 않고 단순히 서버 파이어월만 강화해도 고객도 문제 없고 당신도 비용이 훨씬 덜 들지 않느냐, 혹은 굳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담아두지 않아도 돌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사업모델이니 정보 저장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느냐 물어보면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책에서 본 말만 하거나 아예 대답을 못한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는데 결론은 이 프로그램 강추한다!!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