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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l 22. 2024

기업 섭외에 성공한 뒤, 더 큰 과제는 현장에 있었다

현장 첫 촬영에서 느낀 무거운 현실의 무게. 그럼에도, 배울 점이 있었다

마흔, 사회 생활 15년차,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결정, 회사 유튜브 채널의 메인 MC.


서울의 좋은 회사를 소개하고,

직접 찾아가 사무실과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구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간접 체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그 콘텐츠 촬영의 기회를 준 첫 번째 회사는 IT회사였다.


첫번째 기업 촬영을 오기까지의 수난기는
아래의 에피소드를 참조해주세요

https://brunch.co.kr/@alexkidd/130


사전 미팅과 촬영 준비

계획된 촬영 전개는 굉장히 심플했다.

건물 로비 등 회사 입구에서 회사 소개

사무실을 찾아가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

직원들 게릴라 인터뷰 : 커리어 및 복지 소개

대표님 인터뷰 : 회사 비전 및 인재상 소개

면접 진행 : 구직자로서 면접에 참여하여 필수 질문, 모의 면접의 분위기를 제공

엔딩 : 면접 결과 및 회사 후기를 소소하게 인터뷰


깔끔한 전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사전 미팅을 통해 대표님 및 담당부서의 의견을 확인했고,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재밌는 컨텐츠들을 몇가지 발견했다.


촬영 일주일 전

전체 흐름이 나온 대본을 받았고, “오디오에 빈 틈이 없다”는

주변의 예능식 평가를 늘 달고사는 나 답게, 진행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구직자’라는 컨셉에 맞게,
해당 업계와 회사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경력 면접을 보고 준비하던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이때까지의 고민은 “재미”보다는 확실히 ”정보“였다.

나는 개그맨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사람들은 물론 소소한 재미를 원할 순 있겠지만,

결국은 회사에 대한 정보나 커리어 관리에 대한 내용을 기대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의 내 고민은,

어떻게 실무진의 커리어 패스를 보여줄까

어떤 질문을 이끌어내서 구직자들에게 팁을 줄까

일하는 사무실의 분위기는 어떻게 보여줄까

업계의 현황은 어떻고, 이 회사가 어떻게 포지셔닝을 취해야 더 잘 될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제안까지 하는 역할을 해보자.(PD와 별도 사전 회의를 통해 삭제한 Role. 미리 물어보길 잘했다.)


이렇게 철저한 구직자의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를 끝냈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오버핏 수트에 타이, 구두를 신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까진 철저하게 ‘사회자’ 정도의 롤을 생각했었다. 다들 의욕을 가지고 잘 참여해줄 것이고, 해오던데로 내가 잘 얘기하겠지라는.

촬영 현장 #1. 로비부터 입구까지

건물 정문과 로비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 스탭들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고, 나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촬영을 기다렸다.


인트로를 찍고 로비에 들어갔는데,

보안하시는 분께서 오셔셔 무슨 촬영이냐고 물으신다.


아뿔사. 챙겨야할 부분이 더 많구나.


의례히 준비가 되어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다행히 사람이 붐비는 시간도 아니었고, PD님이 잘 말씀하셨고 담당자분도 금방 이해하셨다.

그래도 본인이 관리자인데 상황을 몰라서 물어보셨다고 친절히 대답하셨다.


레슨 하나, 사전에 필요한 협조 사항이 있다면 미리 알려드리자.
당연히 아는 것은 없다. 촬영에 집중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관리하는 분들이
미리 알고 대비하게 만들기 위해서. 경험해본 사람이 미리 챙기자.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자, 크게 숨을 고르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무실 촬영이다.


촬영 현장 #2.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다.

자동문을 열고 들어서니,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가 우릴 압도했다.

생각했던데로 입구 쪽에 있는 몇가지 집기들과 소품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카메라를 보며 태연하게 얘기하려 무진 애썼다.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키보드 소리.

사전 미팅을 하러갔을 때도 조용했지만, 나는 안다.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촬영이 의식돼서' 그들도 업무에 집중이 힘들다는 걸.

나도 촬영 협조를 받아봤고, 일하는 사무실에 촬영을 받아본 입장이라서 더 잘 안다.

일반인 VS 일반인. 다시 말해, 직장인과 직장인이 만나서 촬영을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아주 묘한 기류에 대해서는, 이미 촬영에 임하기 전부터
충분히 염려하고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그에 대한 고민은 아래 에피소드에.


https://brunch.co.kr/@alexkidd/127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수족관 속에 내가 들어와있고, 큰 창을 통해서 누군가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창문은 절대 깨지지 않고, 어떠한 소리도 오가지 않는. 스스로 짊어질 무게감

그때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회사를 섭외한 것이지,
일하는 직원분들을 모두 섭외한 건 아니구나


첫 회 촬영은 '사무실 급습' 느낌의 컨셉이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왔다면, 아무래도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가 누구인지 알기에, '기대하는 역할과 캐릭터'에 준비가 되어있고

인터뷰를 원하든 원치않든 생각하는 무드가 진행이 될 터.


그러나 나는, 레퍼런스도 인지도도 없는 일반인이다.

당연히 그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 자꾸 이런 생각을 되뇌이면서 선을 그은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촬영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애 썼다.


한 분이라도 더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사무실을 종횡무진했고,

인터뷰 거절 의사를 받아도 영상 안나갈테니 걱정말라고 다독일만큼 평소의 내 캐릭터대로.


순식간에 2시간이 흘렀고,

나는 사무실 여기저기를 누비며 6분 정도의 직원 인터뷰를 얻어냈다.

제법 긴장했는지 자켓 속 셔츠가 땀으로 젖었고,

점심 촬영을 위해 잠시 대기실로 자리를 이동했다.


자리에 앉아서 크게 숨을 들이키고, 저 너머 어딘가를 바라봤다.

처음으로 느끼는 현실의 벽을.


자. 그럼 이제 저 벽을 어떻게 넘을까.

아직 내겐 오후 촬영이라는 기회가 남아 있다.

그리고 이내 결심했다. 나는 일반인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도움이 되어야 하고, 무엇이든 만들어내야하는 사람이다. 기회를 준 회사에게 '나 자체'로 정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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