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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l 09. 2024

인구 절벽, 어린이집과 선생님들의 일자리와도 직결된다

신도시 대단지 아파트 입주, 그리고 5년 뒤. 이게 현실이구나.

2019년 봄,

첫째 출산을 앞두고 서울에서 가까운 신도시에 입주하게 되었다. 

서울 중심부가 아닌 다소 외곽 지역에 인접한 곳에 사무실이 있어,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가지고 한시간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라서, 선택했다.


나라에서 1기, 2기, 3기로 지정하여 개발한 신도시는 아니고, 수만세대가 10년에 걸쳐 입주한 계획 도시를 편하게 지칭함

 때마침 우리 아파트 근처 3개 단지가 동시에 입주를 하고 있어, 

굉장히 저렴한 전세 보증금을 들여 좋은 조건으로 입주할 수 있었다.

(다 합쳐서 2천 세대가 넘게 입주를 하니, 아무래도 전세 보증금을 통해 

잔금을 맞추는 세대간에 경쟁이 과열되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좋은 환경이다)


신혼집은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 20평대였다. 전철역이 가까운 것은 좋으나
단 두동짜리 나홀로 아파트라 아파트 내 어린이집 등 인프라가 전무했다.
애가 없을땐 대로변에 인접하여 접근성이 좋은 점이 메리트였으나,
대형 화물차가 다니는 대로로 인해 집에 검은 먼지가 쌓이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렇게 입주하게 된 새 아파트에는 어린이집도 있고 놀이터도 세 개,

피트니스 센터와 열람실까지 보유한 좋은 환경이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이제 막 아이를 가졌거나 아이를 낳을 계획인 신혼부부들이 많아서

 아파트 단지 자체의 분위기가 좋았다. 어디를 가도 아이를 위한 배려가 넘쳤고, 

새로 조성된 도시라서 위해시설이 전혀 없었다.


아이를 낳기전부터 결심한 바가 있다. 아이를 위해 모든 내 삶을 바꾸겠노라고. 그 첫번째 결정은 아기가 크기 좋은 환경으로의 이사였다.


그 해 여름에 아이를 낳게 되었고, 

이듬해 봄에 대기순번 차례가 와서 어린이 집에 입소할 수 있었다. 

처음 지어진 단지의 국공립 어린이 집이라, 선생님들도 다들 밝고 의욕이 있으셨다. 

열심히 키즈노트를 작성해주셨고, 나도 일하다가도 알람이 오면 손을 놓고 정성껏 답변을 드렸다.


그렇게하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다양한 어린이집 행사와 결정에 자연스럽게 몇 년간 함께 할 수 있었다.


몇년간 지켜본 결과,

어린이집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세가지였다.


첫째는 당연 악성 민원, 유별난 부모다.

당연히 나도 아이를 보내는 같은 부모로써 내 아이가 염려되고 걱정스러운 건 한가지지만, 

다만 "정도"라는 것을 지킨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더라.


극히 일부긴하나, 

본인보다 훨씬 어린 선생님들에게 굉장히 함부로 말하고, 

자기 아이가 무조건 피해를 봤다고 지례짐작해서 무례하게 구는 부모들을 봤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시시때때로. 

내 아이를 케어해주는 선생님들을 손 아래 사람보다 더 하대하는 존재들. 

그들의 목소리만 지나가다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왜 내가 이런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공유해야할까 싶을만큼.
선생님들은 그런 존재들에게 무방비하게 방치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들이 선생님과 원을 믿고, 또 작은 실수나 상처는 서로 이해하려 애쓴다.
 매너있고 지성있게 행동하는 부모가 99%다.

다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서게 행동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의욕을 가진, 젊고 훌륭한 선생님들이 진상 부모들의 등쌀에 밀려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고 하나둘 그만두는 모습을 보는 마음이 참 편치 않더라.

대한민국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 오늘의 주제를 위해 넘어가고자 한다.


예산 집행 기준만 있는게 아니라 진상 부모 퇴소 기준도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선생님을 떠나게하는 부모는 나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 아닌가.


두번째 이유, 다섯살의 고비.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정기 회의를 갈 때마다 예산에 대한 얘기가 정말 많이 나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유가 복잡하면서도 명료했다.


우리 어린이집은 6살~7살 반이 없다.(모든 어린이집이 정원이나 보육 연령대가 다 같지 않다.) 그

러다보니(어찌보면 현실이기도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다섯 살까지만 다닌 뒤 다음 기약이 없는 어린이 집에 있으면 불안한 것이다.


유치원도 요즘엔 다섯살 부터 갈 수 있고, 정 안되면 일곱 살까지 다닐 수 있는 더 큰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것이 아이의 적응적인 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섯살이 되는 겨울에 적지 않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떠난다.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이 정말 편하지만, 다섯살 반을 졸업하고 

만에 하나 유치원 추첨에 떨어지면 눈물을 머금고 타의에 의해 영어유치원을 보내야한다. 

그것도 아니면 6~7살 반이 있는 더 큰 규모의 어린이집을 보내야하는데, 이것도 대기가 만만치않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재원중이고, 어찌될지 모르니 부모는 아이가 다른 곳에 입소 승인이 날때까지 원에 알리지 않는다

입소 승인이 난뒤 어린이집에 알리는데, 어린이집 입장에선 사실 많이 늦은 공지라 사실상 대기가 없는 이상 신규 원아를 받을 수 없다

어린이집은 절대적으로 0~1세 입소 희망자가 많다. 4살~5살 입소는 왠만한 규모나 직장 어린이집 아니고서야 대기도 드물다.

결국, 결원인 상태로 운영을 진행한다.

인원을 다 채우지 못한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은 기준에 따라 지원금 등 예산이 삭감된다.

남아 있는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은 삭감된 예산 등 현실에 맞춰 특별활동 등까지 소화하게 된다. 전보다 열악하게.


엄밀히 말해, 부모의 탓도 원의 탓도 아니다. 그래서 안타깝다.

모두가 예측 가능한 일인데, 결국 그렇게 가는 것이다.

부모나 원은 알고 있지만 예산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모르는 일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선생님과 헤어지기 아쉬워 우는 아이들을 보며 선생님도 같이 운다. 누가 아이들과 선생님을 갈라놓는가. 슬픈 현실이다. 어쩔 수 없는.


세번째 이유, 인구 절벽

상술했듯이 내가 입주하던 당시, 우리와 비슷한 신혼부부가 아주 많았다. 

그래서 대부분 비슷한 시기 아이를 낳고 입주 후 2~3년 까지는 신생아가 정말 많았다.


아파트 단지마다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늘 자리가 없어 대기를 걸어놨으며, 

부족한 자리를 민간 어린이집 채워 주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입주한지 5년이 넘어가자, 그때 아이를 낳은 부부가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둘째 셋째를 낳는 집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 

신규 유입되는 가구도 많지 않아서, 어린이집 입소 희망 대상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입주할 때 단지마다 설립된 어린이집은 그대로, 선생님들도 그대로인데 아이들이 줄어든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뉴스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던 인구 절벽의 심각성을 마주하게 되니,

정말 참혹하리만큼 심각하다.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내년부터 연령별 반의 구성을 바꾼다고 들었다. 

입소 희망이 많은 0세 반을 한 반 늘리고, 절반도 채우기 힘든 5세 반을 없애기도 한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부모들은 항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몇년째 어린이집 운영 현황을 가까이서 봐온 나로서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안타까운 마음만 함께 나눌뿐.


방관하는건 아니다.

당장 내 둘째에게도 닥친 일이다.

예상보다 일년 빨리 어린이집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이고, 곧 눈치 작전이 시작되면 근방의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또 한번 문의와 입소 대기 신청이 넘치게 될 것이다. 나로서도 피해 아닌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암담하다. 이게 받아들일 현실이다.

태어나는 아이가 없는데, 어린이집이 어떻게 운영되겠는가?
그럼 선생님들의 일자리는? 어린이집은 이대로 문을 닫게 되는건가?
예산도 당연히 줄어들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불편해지는 일만 남았다. 모두가.
어떤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봐야한다만, 작금의 현실은 정말 녹록치 않다.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국가적인 재앙이 펼쳐지고 있다.

출근하는 버스를 타러 길을 걷다가,

길 건너 초등학교 증축이 완료된 것을 본다.

아이들이 많아서 건물을 키우고 반을 늘렸단다.


저 학교도 5년 뒤를 보장할 수 없다고, 장담한다.

아이가 없다. 어린이가 없다. 당장 증축했는데 앞으로 저긴 어쩌려나 싶다. 

시골이 아니라 이젠 도시에서도 하나둘 폐교가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 모두에게 펼쳐진 현실이다.

지금은 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나가게되겠지만, 내 사촌동생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고, 내 직장 동료의 어머니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늘도 열심히 나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봐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는 정도, 겨우 그 뿐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숭고한 일을 하시는 선생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그 마음이 다치지 않는 날들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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