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해본 적 없는데, 누구나 본 적은 있으니
인터뷰이들과 소통할때 행복한 본캐 말고,
회사원으로서 과호흡을 느끼는 부캐의 이야기
금요일 밤 열시 십오분, 텅빈 사무실
긴 한숨을 쉬며 애꿎은 키보드를 툭 툭 내려친다
오늘 하나의 촬영을 끝내고나면,
또 오늘만큼 정리하지 못한 일이 자리에 생겨나있었다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사원인데,
회사에서 시킨 유튜브에도 직접 출연하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 정말 그이가 된 기분이다
나를 그렇게 만드는건
“유튜브라는 매체가 주는 양면성” 때문이다
누구나 알 법한 유튜브인데, 누구도 운영해본 적은 없다.
결국 거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사람은 누구나 용량이 다르다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
직장인들은 ‘캐파’라고 한다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일을 잘하는거라고
몇년 전까진 생각했는데-
그것도 ‘정도’를 벗어나면 헤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저 허우적대는 것 외에 달라지는게 없다는 것을
요 몇 개월간 느끼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2~3년 전만 해도 뚝딱 만들어내고,
완비되지 않아도 대응하며 치고 나가는 스타일로
어떤 선배께서 평해주신데로 “달려가면서 일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은데..
“유튜브”를 맡고나서 많이, 망가졌다
하루의 루틴도 너무 세밀해져버렸고,
자리를 비우고 촬영을 가게되면 힘들고 고된
그 시간만큼 행정업무가 자라나 있다. 버섯처럼.
나는 내 일을 사랑하는 편이다
인터뷰를 준비하고 촬영하고,
그들과 호흡하는게 행복할 때가 많다
다만, 기업을 섭외하고 촬영을 준비한 뒤
현장에서 촬영을 마치고, 가 편집본을 검토하고 의견을 주는 동안
내 업무도 쑥쑥 자라나 있고,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힘도
100% 발휘하기 힘들어지는 일상이 이어진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되는 이유,
“잘 아는 일 같지만, 누구도 모르는 일"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유튜브에 출연하는게 힘든게 아니다.
다만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를 모르는
괴로운 현실이 정말 답답한거다.
더 답답한 건 나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서슴없이 또렷하게 전달하고,
(어느정도) 재치있게 말하는 일이다.
그게 재능이라면 사회자가 맞는거고,
내겐 피디 작가 편집까지 다 하는 재능은 없다는 것을
요 며칠 동안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다.
유튜브 담당자가 아니라, sns 담당자가 아니라
진행만 시키면, 다른 업무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까?
해낼 수 있다고치면, 유튜브 반응은 기대처럼 잘 따라올까?
다시 고민이 커져 버렸다.
이렇게 찍어야되고 저렇게 애드립쳐야되고,
여러 사람 의견 더 들어보게 세팅해야되고
함께 고민해주는 파트너회사와,
출연해주시는 기업분들과,
봐주시는 유튜브 이용자들이 다 만족하도록
오늘도 유튜브는 어렵다.
내가 보는 유튜브들은 다 쉬워보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