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영원하지 않다. 성장을 위해 파편들을 버릴때도 있더라.
정확히는 내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혼자 앉아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이 복잡할 때 한 숨 쉬어가면서
스스로 객관화하기에도 너무 좋은 습관
처음 글쓰기는 푸념이었다
서초구 중학교에서 딱 4명만 배정된 강남구 고등학교
친구들과 떨어진 새 학교의 첫 날,
우울하고 암담한 감정을 일기장에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17세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고1때부터 서른세살까지 수기로 일기를 써왔고,
결혼하면서 폐지로 버릴때 세보니
일기를 왜 버렸냐고?
펼쳐서 읽어봐야 우울, 분노, 절망이 반이다
재삼수, 편입, 공익 시절 무례한 민원이야기, 삼성 시절 직장내 괴롭힘과 퇴사에 대한 고민들..
(맞다. 즐거울 때는 즐기느라 글을 안쓴다!)
그런 일기들을 신혼집에 가져가면 아내가 볼테고
본가에 두고와봐야 출가한 아들 짐밖에 더 될바에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리라 마음먹고 다 버렸다
이렇게 오프라인 일기는 깔끔히 정리했고,
온라인으로 일기들은 어떻게 했냐고?
싸이월드는 자연스럽게 폐쇄되었고,
(그러니 보고싶어도 못 보는 일기장이 됐고)
페이스북 또한 지우기 힘든 우울한 일기장이었다
그러다 몇년 전, 회사 업무로 인해
아이돌 출신의 여성 방송인의 유튜브 채널에
메인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었다
소시민 입장에서, 큰 고민이 들었다
만에 하나 유명 채널에 내가 나온걸 보고,
내가 쓴 우울한 페이스북 글들이 유포된다면?
소름이 돋았고, 10년 넘게 쌓아온 페이스북을
그날로 탈퇴하고 말았다
그리고 결과는? 아무 변화 없었다..
아 한명이 물어보셨다.
어린이집 등원시킬 때 선생님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아버님 유튜브 나오셨던데 맞아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로 남은걸로 만족하자
그렇게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이어온,
혈기 가득한 감정의 도가니통을 비워내고나니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개운함, 후련함이 들었다.
진작에 없앨걸 왜 그걸 들고 있었을까
술만 마시면 들여다보고(과거의 오늘 기능 혐오함)
우울할 때 들여다보고(비겁한 위로를 삼는 태도)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최악의 행위. 차라리 부동산 기사나 코인 시세를 보는게 나을 정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과거 지향 습관을 양성하는-
나의 과거의 기록이 현재와 미래의 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딱 한번만 해보자.
그리고 어떤 글을 새롭게 쓸지 고민해보자.
새로운 글은 감정이 아닌 공감이 있어야한다 느꼈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볼 수 있어야된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한 선택은 바로 전문성이었다
전문 분야의 글을 쓰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이들이
모이는 채널과 커뮤니티를 찾아나서기 시작했고,
마침내 미뤄왔던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던 것이다
https://brunch.co.kr/@alexkidd/10
아주 처음 글은 모종의 사정에 의해 비공개로 돌렸고,
남아 있는 첫글들 중 하나에 “새 글을 쓰는 내 자세”가 담겨있는 글을 하나 담아본다. 과거와 현재의 회사가 연결되는 어느 지점을 찾았던 재밌던 기억.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글쓰기는,
크게 4가지 주제로 진행 되었고,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대기업 입사와 퇴사기
부동산 상승장에서의 분투와 매수 성공기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자소서 가이드
현재 일하는 업무에 대한 고민들
혼자 쓸때보다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강제성이 있어 매주 글을 써야하니 습관이 자리잡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이 읽을 것을 감안하기에 배설적인 글을 지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글을 잘 쓰거나, 또한 전문적인 지식과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기 때문에 글쓰기에 “담”이 필요함을 매번 느낀다
혼자 마음 달래는 글을 쓰던 10대가 장성하여,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40대가 되었다.
이제는 나의 경험을 담아 누군가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하는 값진 글을 쓴다.
내가 오래간 써오던 그 “집착의 과거 글”을 모조리
불태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 글이 있을까?
앞으로는 태워지지 않을 글을 쓰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기 위해 더 값진 경험과
생각을 꿈꾸고, 더 잘하는 사람들 곁을 지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