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나는 기대를 강요당한다

그럼에도 기대를 해버리자. 배운게 그런거니까.

by 알렉스키드

기억이 나는 언젠가부터 늘 연말이 되면

루틴같은 일들을 해내곤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기를 쓰기도 했고,

새해 예배가 끝나고 올해의 성경 구절을 뽑기도 했다

새로운 반에서 맞이할 친구들을 기대하기도 했고,

방학 계획을 세우고 이루는 것 없는 아쉬움도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처음 열었을 때는,

올해의 좋아요 베스트 사진을 골라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해를 기억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흘러,

새로울 것이 적은 어른이 되었다

아마 회사를 다니면서부터, 변한 것 같다


어른의 시간은 멈춤이 없다

방학이 없고, 꾸준히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없고,

모든게 유동적이라, 계획만큼 유연성이 중요하다

변수. 통제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의.


점점 시간이 흐르는 것이 기대되기보다,

흘러버리는 시간의 어딘가에서 길을 헤매는

불안정한 오늘이 두려워지는 그런 사람


그래.

언젠가부터는 어제와 오늘의 큰 차이는 없다고

그저 새해라는 이름에 뭔가를 기대하는거라고

시니컬한 지식인들의 그럴듯한 말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그게 편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를 기대해야겠다

새롭지 않으면 삶이 괴로우니까

그나마 새해라는 세상의 변곡점이 눈앞에 있어,

안으로 아래로 파고드는 내 삶을 새롭게

다잡을 수 있으니까


다음주에는 미국 출장을 간다

딱 14년전의 지금 같다

그때는 1년 회사 다니고 너무 지친 상황에서,

OJT를 통해 한달간 해외에 다녀올 수 있었는데.


새로운 마음가짐을 꿈꾸기보다,

그저 물리적인 새로움이 주는,

경험과 견문의 새로움이 주는 것을 기대하자


다행이다

아무리 부담스럽고 힘들지라도

집중할 수 있고 새로울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올 한해 아프게 고생했다

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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