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침묵, 그저 키보드 대화 속에 내가 없을 뿐인데 말이죠.
작가는 '회사에선 알아서 일만 하고 집에 가자'는 주의를 단단하게 붙들고 사는 사람이다. 퇴근하고 누군가의 시간을 얻기 보다, 업무 시간 중에 충분히 기회가 닿으면 이야기도 듣고, 업무 외적인 물음에 대답도 할만큼의 친근감 정도를 가져가려는 선택적 내향인이다.
친한 사람들과는 지분 싸움이 치열할만큼 300% 외향인 그 자체지만. 계약관계의 사람들끼리는 그러지 말자는 ‘답답한데 그럴싸한 직장인’ 마인드를 탑재한 그런 사람. 적어도 누가 불편할 일은 적겠지만.
그렇게 10년 가까이 독립형 사회 생활을 하다가, 최근 몇 년간 즐겁게 웃으면서 일하는 부서에 있을 수 있었다. 회의하면서도 즐겁게 웃을 수 있었고, 업무를 하다가도 웃으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 그런 팀. 꿈 같은 시간이었다. 회사를 가는게 즐거웠고, 힘들고 고된 일이 있어도 같이 웃고 떠들면 긴장감이 완화되었다.
그 시간이 지났다. 함께 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이제 부서에는 원년 멤버는 나 혼자 남았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고, 여전히 예전부터 친했던 동년배 선배도 있고, 내 부담을 많이 가져가주는 업무를 함께 맡게 된 열심인 후배도 생겼다. 어딜 봐도 전보다 나은 상황인데, 요즘 회사에 갈수록 점점 기운이 빠진다. 왜지?
뭐랄까. 이방인이 된 기분을 자주 느낀다.
아침에 일어날때마다 명치 끝이 아팠는데, 원인 중 하나가 이것일지도.
예전부터 온라인 대화(카톡 등)를 크게 즐기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았다기보다 "눈치"를 봤다. 이 사람이 언제 나랑 대화를 끊고 싶어 하는지 대화를 안하고 싶은상황인데 끊지 못 해서 계속 나랑 얘기하고 있는지..
회사에선 아무래도 한번 이상 생각을 해봐야하기 때문에, 다들 메신저로 즐겁게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최소한의 몇몇과는 가끔 대화를 나눴지만.. 그마저도 그/그녀의 눈치를 봤다)
그래. 나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선호하는 방식의 대화를.
불행히도, 나의 이런 성향을 사람들이 주변에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온라인으로 대화 하지 않는 사람으로 그들에게 인식되고, 나에게 걸려오는 온라인 대화는 없다.
요즘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하는 성향이다
나는 온라인 대화 선호형 인류가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도 나를 그런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사무실의 침묵 속에 키보드 소리가 조용히 퍼진다
나는 타닥 거리는 소리를 스치며 솔직히 생각한다
다들 열심히 이야기하면서, 일도 하는구나
내 저리는 어디에도 없다. 이 책상 말고는.
하지만 어느새부턴가 느낀다. 이 적막을 깨고 사무실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는 것이 그들에게 다른 대화의 소재를 주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두려움 말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 봐도 나에게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뭐라고.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성격인데.
오히려 홀로 잘 지내오다가, 요 몇 년간 처음 느낀 즐거움이 독이 된걸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다시 혼자가 된 조제는 전과 달리 혼자 세상을 피하지 않고 마주 서서 사는 삶을 택했다.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지 않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지만. 그저 홀연히 피어난 꽃처럼, 새 삶을 산다. 조제가 되어야하는 시기,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