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반느 영화를 보고 잠에 들지 못하는 새벽 두시

이십대의 내가 사십대의 내 등을 두드리던 영화

by 알렉스키드

며칠전 동기 모임에서, 나를 오래 알아온 동생이 내게 이 영화를 추천하며 건낸 말,


”형이 좋아할 것 같아요“


아이들을 재우고 별 생각 없이 틀었는데,

이 시간까지 한 호흡에 다 보고 말았다


주인공의 대사 ”청춘은 영원할 것 같지만“이라는말..

나는 오히려 청춘 시절엔 저 말을 부인했다


영원한 건 없다고 믿어왔으니까

그래서 그 영원은 결국 흘러갔고 내 예상대로_

나는 아이 둘을 키우고 회사를 다니는 아저씨다


그런데 왜 청춘 영화를 보고 눈물이 나는걸까


스물세살 때쯤엔 십대 때 보던 영화를

보면서 울적해했지만 이제는 이십대의 감성으로

영화를 보니까-

이게 내모습이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술 한잔 마시지 않아도 나에 대해서

일주일 내내 눈만 뜨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을 준비시켜서 등원시키고,

헐레벌떡 달려가서 밥먹는 시간 외엔

모두 일에 모든 마음과 시간을 쏟아내고

퇴근해서 집안일 그리고 아이를 함께 보고

하루간의 이야기를 나누다 잠에 든다


요즘은 갑자기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부동산 책도 흥미를 잃고

그저 내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이대로,

아이들이 내 곁에서 소원해지는 딱 그 순간까지만 이렇게 나를 놓치며 살면 되는걸까?


영원하지 않은 청춘인걸 알면서 나는 왜,

방황하는걸까


나는 이제 모르겠다

능글맞고 당당한 것의 차이

오지랖과 배려의 차이

오해와 진심의 차이


홀로 침전하기에 나는 이제 너무 외롭다

그 외로움을 말하는 것조차 오해이고 사치 아닌가


고맙다, 니 덕에 좋은 영화 잘 봤다

영화 너머에 20대의 내가 나를 쳐다 보고 있더라

그 기분 나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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