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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후배가 오늘 결혼했다.

10년이 지나 29살이 되었지만, 아직 눈에 선한 그 아이들-

by 알렉스키드

잔뜩 뿌연 하늘이지만,

뭔가 별이 아름답게 빛나는 것같은 기분인 그런 밤이다.


사회 생활 10년이 넘어가는 사회인이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받은 부서 후배의 결혼이라는건 생각보다 큰 의미로 느껴져서

* 더군다나 내가 딸아빠라 그런지


주책맞게도

그만둔지 7년이나 된 전 직장 후배 결혼식에 방문,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아직도 내 눈에는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소녀가


간식 몰래 먹어서

죄송하다고 붙여둔 쪽지가 선하고,

교육장 세팅 갔다가 피곤하다고

회사 선배인 내 앞에서 책상에 엎드려서는

야자 시간에 자는 고딩처럼 자던 모습이 생생한데.


기대도 안했는데 식장에서 만난

인사팀 형들도 다 아빠가 되서 모였고,


왕눈이 안경을 쓰고 있던 K양,

술자리에 가면 늘 자리를 지키던 Y양까지

그녀의 친구들도 다들 멋진 사회인,

숙녀가 되어서 나타났다.


약간, 막내 사촌동생이 시집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2011년 어느 봄, 아이같이 순수한 너희 어쩜 좋니 정말

소녀가 숙녀가 된 모습을 보니,

세월이 흐르는 것이 꼭 아쉬움만 있는게 아니라는


감사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사회 생활이 힘겹고,

당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너 인상이 무서워졌다"는 말을 할만큼 박해졌어도,

그래도 나를 웃게 해줬던

몇 안되는 사람들의 소중함은

세월이 지날수록 잊혀지긴 커녕 더욱 깊어지는지.


순수하던 시절에 만나던 사람들은

언제나 좋은 기운을 준다.

K형 T형 전화하면서 신입 때 같이 인사팀 워크숍 준비하던 코엑스를 걸으니,

참 가슴이 따뜻해진다


많이 고마웠던 사람들, 그들의 기억 속에도 내가 있기를. 지금 일하는 이곳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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