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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Oct 06. 2021

질적 연구란 무엇일까.

경험은 과학인가?

박사 학생이라면 전공과 연구주제에 따라서 자신의 논문에 적합한 이론적 틀 (Theoretical framework)과 분석법 (Data analysis)을 채택한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연구 목적에 따른 총 세 가지의 연구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참과 거짓을 탐색하기 위한 1) 실증적 연구 (positive approach), 두 번째로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고 바람직한 방법을 고찰하는 2) 규범적 연구 (normative approach) 마지막으로는 이상적인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 방법을 탐색하는 3) 처방적 연구 (prescriptive approach)가 있다.


기본적으로 연구를 통해 과학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방법 (Methodology) 에는 통계학 접근에 기초해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는 양적연구방법 (quantitative research)과, 반대로 수학적으로 결과를 알기 어려운 주제를 탐구하기 위한 질적연구방법 (qualitative research) 이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양적연구는 인간사회나 전반의 보편타당한 본질과 가치를 찾으려는 데 의의가 있는 반면, 질적연구는 객관적 실제로 인해 일반화될 가능성이 있는 인간의 본성은 없다고 가정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질적연구는 철저한 인과관계를 관찰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양적 연구와 달리 존재하는 현상의 원인과 결과가 모호하거나 어려울 때 사용한다.


양적연구 사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험 연구 같은 경우 같은 대상으로 하는 실험일지라도 연구자의 실험 설계, 피험자의 성숙도, 피험자들의 중도탈락, 차별적 선정 와 같은 내적 타당도나 실험 처치 시의 상호작용이나 실험 참여의 반동 효과에 따른 오류를 유발하는 외적 타당도에 의해 연구결과가 달라진다. 양적 연구 또한 통계적인 논리와 수학적 접근을 통해 결과의 평균을 도출함으로써 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유의미할 지라도 결국 인간의 통제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얼마나 높은 객관성을 가지고 통제하느냐에 그 결과가 달렸다.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얼마나 높은 객관성을 가지고 통제하느냐에 그 결과가 달렸다.


질적연구 또한 어떤 부분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이냐 아니냐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적 대상이 되어왔다. 과학의 가치는 본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의의가 있지만 본래 질적 연구는 주관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적 연구에서는 연구자의 주관적 편향에 의한 오류로 인해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약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대표적으로 1) 참여자 편향과 2) 연구자 편향이 있는데, 참여자 편향이란 연구 참여자가 본인의 실제 느끼는 바가 아닌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를 제공함으로 연구자로 하여금 잘못된 해석을 유발케 한다. 연구자 편향은 인터뷰 시 연구자가 참여자에게 연구자 스스로 세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질문을 유도하거나, 연구자의 확증편향으로 인해 연구자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거나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자료만을 의도적으로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두 가지의 연구법을 모두 채택하여 연구한다면 그 연구결과의 신뢰도를 향상하는데 유의미 하지만, 어떤 주제에 있어서는 양적 연구만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특히 질적 연구를 통해서만 그 의미와 해석을 유의미하게 도출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대전에서 유태인 학살의 온상이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사람들을 인터뷰를 통해 연구논문을 작성한다고 생각해보자.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중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욱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소집단의 경험을 토대로 연구자의 해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존한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빅터프랑클은 자신의 수용소 경험을 다룬 저서에서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이 주제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정신의학은 과학적인 객관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수감자로 갇혀 있으면서 이 모든 것을 목격한 사람이 과연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밖에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물론 공정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가치를 지닌 증언을 하기에는 문제 핵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오로지 그 안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고 있다. 그의 판단이 객관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의 평가가 지나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런 일을 할 때에는 개인적인 편견을 버려야 하는데, 바로 이점이 이런 종류의 책이 지니고 있는 어려움이다."

<빅터 프랑클 Viktor E. Frankl, 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만약 수용소 밖에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서 수용소에서의 삶의 경험과 심리적 경험들을 조사하고 탐색할 수 있다면 수용소 안에 있던 사람들보다 더 중립적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진정한 수용소 경험의 가치를 밝히기에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서 수용소 밖의 사람들에 의해 현상을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양적연구의 가치와 닮아있고, 수용 소안의 처절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은 주관적이고 비약이 존재할 지라도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해석하는데 의의가 있는 질적연구와 그 맥을 같이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랑클 박사처럼 정신분석학자임과 동시에 수용소에서의 생존을 경험했다면, 자신의 경험과 실증적 증거에 기반하여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칠 수 있겠지만, 만약 실제 경험자가 이러한 학술적 능력이 없을 때에는 때에는 불가피하게도 전문영역에 있는 연구자들에 의해서 재해석될 수밖에 없다. 현재 영국에서 다양한 질적연구자들에게 쓰이고 있는 해석현상학적 분석은 (IPA: Interpretational phenomenological analyisis) 특정 경험을 공유하는 소수집단을 탐색하는 데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접근법은 연구참여자의 개별적 지각 및 경험을 연구자가 재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Smith, 1996). 연구자에 의해 재차 해석된 연구 참여자의 이야기를 연구자가 제공한 통찰과 해석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IPA는 여러 정성적 접근의 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와 참여자간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론적틀을 개발하고,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서 하나의 현상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정성적 접근의 질적연구는 과연 과학이라 말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이는 보는 사람에 따라 과학이 되기도 하고 비과학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적연구나 질적연구의 제한점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의 말미에 이론의 한계, 접근법의 한계, 실험의 한계에 대해 논의하며 연구가 내포하고 있는 한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그저 몇몇의 경험적 사실이나 이야기들을 묶어 언론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미디어를 통해서 소개된다면, 그것은 제작자의 의도나 사회적인 편향에 의해서 과대 해석되거나 저평가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렇기에 연구자들은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론적 틀을 개발하고, 다양한 접근법을 통해서 하나의 현상을 바라본다. 이와 같은 행위 자체가 과학적 접근이라고   있다. 질적 연구자들 또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분석할  위와 같은 검증과정을 철저히 지킨다는 명제 하에 질적 연구 또한 과학이라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보편성과 고유함의 가치가 맞물린 채 작동하듯이 과학이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마치 기성세대가 앞으로의 세대들에게 유형적/무형적 유산을 물려줄 때 그 유산만이 절대가치라고 부르짖을 때, 미래세대들과의 갈등이 생기듯이 말이다. 좋고 가치 있는 것은 대물림되어야 마땅하지만 기성세대의 실수와 과오까지 되풀이하게끔 해서는 안될 것이다. 반대로 인간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더 높은 수준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현재의 발칙한 상상과 기존의 가치들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기존의 숭고한 보수적인 가치들이 그 밑을 다져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수적 가치과 진보적 가치는 서로 맞물려 있을 때 상향한다.


따라서 정량적이고 통계적인 양적연구는 인간사회에 보편타당한 근거들을 제시함으로써 다수가 동의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질적연구보다는 좀 더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 반대로 질적연구는 양적연구에 비해 소수를 관찰하며, 개인의 지각 및 특성을 해석하기 때문에 양정연구 보다는 진보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두 연구 방법을 비교했을 때 이런 경향의 차이가 있을 뿐, 양/질적  연구자들 모두 자신이 취한 증거들을 바라볼때 철저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져야만 한다. 따라서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의 상호 간 지적 함양의 결과들이 서로 부딪히고, 합쳐지고 또 대립하는 과정에서 과학이라는 가치는 더 깊어질 여지가 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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