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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Apr 13. 2022

켈리 최의 '한국형 도시락'의 진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실제보다 잘나 보이고 싶거나 못나 보이기 싫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또는 곤란과 불편을 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 라르스 스벤젠 <거짓말의 철학>에서 인용 -




켈리 최의 '한국형 도시락'의 진실


이 글과 이어진 다섯 가지 글의 주제는, '켈리 최의 사례 분석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 중에서 다음 질문을 검증해 보기 위한 것이다.

"1. 켈리 최는, 꾸미거나 감추는 것 없이, 항상 정직하게 사실과 진실만을 우리에게 말해 왔는가? 그래서, 켈리 최의 말은 '모두' '말하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자랑스러운 한국인 켈리 최

이미지 출처: 엑스포츠뉴스 2022년 3월 22일 자 관련 기사, 다음 뉴스 일부 화면 갈무리

                   (기사 원본 링크: https://entertain.v.daum.net/v/20220322095002928)


KBS 2TV '아침마당' 프로그램에 나와서 켈리 최(Kelly Choi, 본명 최금례)는 유럽에서 '한국형 도시락'으로 자그마치 연간 6000억을 벌고 있다고 자랑을 한다. 그녀의 흥미로운 성공담은 "한류의 영향으로 유럽에서도 '한식'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나 보다"라고 우리를 흥분시킨다. 괜히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어깨가 저절로 올라간다. 동시에, 유럽 현지에서 한식과 한국 문화를 알리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켈리 최는 대단하고 정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이미지 출처: 전주 MBC 유튜브 채널 2019년 10월 30일 자 공개 영상 일부 화면 갈무리


'한국형 도시락'이 뭐예요?


어떤 형태의 '한국형 도시락'이길래 유럽에서 그렇게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어떤 '한국형 도시락' 메뉴로 유럽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 몹시 궁금해진다.


이미지 출처: KBS 월드, 2021년 7월 23일 자 기사 중 일부 화면 갈무리


베스트셀러가 된 그녀의 책,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나 한국의 언론에 소개된 '도시락'과 '한국형'으로 유추해 보면, 파리와 유럽에서 연간 6000억이나 팔린다는 '한국형 도시락'은 우리가 알고 있는 '김밥 도시락'이나 '한식 도시락'과 비슷한 것이지 아닐까 쉽게 짐작이 된다.


이미지 출처: 리디북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도서 소개  일부 화면 갈무리


한국형 초밥 도시락?


해당 기사를 조금 더 읽어 보면, '한국형 도시락'은 '한국형 초밥 도시락'이라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형 '초밥' 도시락'이라니? 한국형과 초밥의 조합이 다소 생뚱맞다.


이미지 출처: 엑스포츠뉴스 2022년 3월 22일 자 관련 기사, 다음 뉴스 일부 화면 갈무리, 원본 링크: 위와 동일


켈리 최가 파리에서 파는 것을 왜 '도시락'이라고 해야 했을까?


간편하게 휴대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을 '도시락'이라고 정의한다면, 켈리 최가 유럽의 슈퍼마켓에서 소포장 팩으로 판매하는 식품의 형태를 도시락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켈리 최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식 도시락'도 아니고, '김밥 도시락'도 아니다.


다만, '도시락'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우리나라 대중들이 한식 도시락이나 김밥 도시락을 친근하게 상상해 주면 고마울 뿐이다. 그래야, 켈리 최가 유럽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이 사실은 '일식 스시 팩'임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의 성공이 한국 사회에 반감 없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형 도시락'은 정교하고 교묘하게 잘 지은 제목이다.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한식 도시락'이나 '김밥 도시락'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미지 출처: 전주MBC 유튜브 채널 2019년 10월 30일 자 공개 영상 일부 화면 갈무리


파리에서 파는 것은 '한식 도시락'인가? '일식 스시 벤또'인가?


'스시'에 대한 대응어는 우리말로 '초밥'이다. 초밥은 이미 한국에서도 고유성과 다양성을 획득한 한국의 독자적인 음식 영역이다. '초밥'이라는 고유 명사로 충분하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초밥 도시락'이 존재하고, 초밥 도시락이나 김밥 도시락을 세계화하여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chobab'이나 '초밥'이 아니고, 'Kimbap'이나 '김밥'이 아니고, 'sushi' 또는 일본어 '寿司(스시)'로 표기한다면 그 음식은 한식이 아니라 일식이다.


켈리 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명은 'Sushi Daily'이다. '스시 데일리'는 유럽 시장에서 쉽게 읽힐 수 있는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문 Sushi Daily 브랜드 옆에 애써 일본어 번역인 '毎日 寿司'(매일 스시)를 표기하고 있다. 생뚱맞게 유럽 사람들이 읽을 수도 없는 일본어 '毎日 寿司'를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아마, 유럽 사람들에게 Sushi Daily가 '정통 일본 스시'임을 인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포함된 브랜드 디자인의 요소라고 짐작할 수 있다.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브랜드명이다. 중앙에 일본어로 '매일 스시'가 표시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유럽 슈퍼마켓에서 2022년 3월에 직접 촬영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브랜드


한국에서 '한국형 도시락'이라고 소개한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스시 상품에는 한국어나 한국 음식이라는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켈리 최의 스시 브랜드의 중앙에 있는 일본어 '毎日 寿司'를 유럽 사람들이 '한국어'라고 착각해 준다면, 또, 영어 'SUSHI'가 '일본 음식'이 아니라 '한국 음식'으로 유럽 사람들이 생각해 준다면, 유럽에서 '한국형 도시락'을 팔고 있다는 켈리 최의 말을 기꺼이 수긍하고 인정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에게 '스시(Sushi)'는 단연코 일본 음식이다.


'아시아에서 최고'인 '일본 문화'를 '세계로 보급'하는 사명을 실천한다


자료 출처: 켈리 최의 회사 KellyDeli에 홈페이지 소개 일부 화면 갈무리, 원본 링크: kellydeli.com


켈리 최의 회사인 켈리델리(KellyDeli)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스시 프랜차이즈 스시 데일리의 역사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켈리 최는 일본으로 이주하여 일본 문화에 흠뻑 빠져 들었다. 그래서, 켈리 최는 아시아 최고의 것(일본 문화)을 세계로 보급하기 위한 자신의 사명을 시작하였다. 그래서, Sushi Daily에서 함께 일할 스시 장인 야마모토 상을 설득하였다.

이미지 출처: Kelly Loves 홈페이지 켈리 최 소개 중 일부 화면 갈무리, 원본 링크: kellyloves.com


"그녀는 일본으로 이주하여 일본 문화에 흠뻑 빠져 들었다. 스시 대가인 야마모토-상을 만났고 Sushi Daily에서 함께 일하자고 설득했다. 야마모토상에게 그녀의 회사가 항상 세계 최고의 '스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하였고, 그렇게 함께 실천 해 왔다."


그녀의 책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와 각종 매체에 일본인 스시 장인 야마모토 상과의 인연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따라서 전통 일본 스시를 계승하고 있음을 브랜드 이미지로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일식 스시'를 만들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스시 데일리 로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일식뿐 한식의 이미지는 찾기 어려웠다. (출처: 스시 데일리 홈페이지)


유럽에서는 '정통 일본 스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일식 스시 프랜차이즈'라고 밝히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밝히고 있다. 유럽에서 신문이나 각종 매체에서는 정통 일식 스시 프랜차이즈임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 사용하는 영문 브랜드명에도 구태어 일본어 '毎日 寿司(매일 스시)'를 넣어서 진짜 정말 정통 일본 스시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영국 정부 상표 등록 사이트 검색 결과, 등록된 Sushi Daily 상표의 예시


한국에서는 '한국형 도시락'


그런데, 왜 한국에서만 일식 스시 프랜차이즈라고 하지 않고, 억지로 '도시락', '즉석 도시락', '한국형 도시락'이라고 어색한 표현으로 에둘러대어야만 했을까? 짐작하기로는,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반일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은데, 유럽에서 일식 스시 벤또를 팔아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까 봐, 일본 음식과 일본 문화를 유럽에 열심히 알리면서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하면 욕을 먹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유럽에서 '일식 스시'를 판다는 사실도 감추고, 동시에, 마치 유럽 국가에 한식과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인 기업가처럼 보이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한국형 도시락'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보다 더 훌륭하게 평가받고, 진실의 크기보다 더 큰 칭송을 받고 싶어서.


진짜 개 뻥이 아니라


"진짜 개 뻥이 아니라..."라는 고상한 언어로 시작되는 부읽남TV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켈리 최는 자신의 스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었다.

(영상 원본 링크: https://youtu.be/QE6kXWea5jc?si=DUeI0q7PqupY0YPW)


사회자: "어떤 걸 하세요 지금?"
켈리최: "도시락을 팔아서 제가 지금 네 이렇게..."
사회자: "아 근데 도시락을 유럽 사람들이 못해요?"
켈리최: "근데 우리나라 도시락, 그 롤, 초밥 이런 도시락, 그담에 김밥 이런 도시락을 슈퍼에서 라이브로 만들어요. 우리 직원들을 어 그 저기 장인들을 보내요. 그러면 막 참치 해체 작업 연어 해체 작업을 고객 눈앞에서 해서 거기서 도시락을 참치 착착착...."
사회자: "아~ 아니 그런데 저도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맨날 어릴 때 도시락 먹으러 가면 김밥 싸주고 막 하잖아요. 그런데 근데 그게 다 들어 있잖아요. 요거 하나에. 반찬 밥 다 들어 있잖아요. 그니까 이게 정말 도시락에 최적화된 어떤 그런 거 이기도 한데, 그걸 아예 그냥 만드는 걸 보여주신 게 그 시장에서는 되게 신기한...
켈리최: "신기한 거죠."
사회자: (감탄하며) "아~~"

(원본: 유튜브 부읽남TV 2022년 4월 4일 자 영상 "여공에서 연 6천억" 진짜 부자가 매일 지키는 7가지 부의 규칙 [켈리최/켈리델리 회장] 영상 중 0:55초부터 2:06초까지)

https://youtu.be/QE6kXWea5jc?si=K0w6IX8ZRzbxbubB&t=55


켈리 최를 겨우 5년도 안되는 짦은 기간에 연 6천억 '어마어마한' 사업으로 성장시킨 대단한 능력의 회장님으로만 막연하게 알고 있을 뿐, 사회자는 구체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의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적당히 감추고 둘러대는 켈리 최의 설명을 듣고는 사회자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먹어 온 정감있는 우리나라 김밥 도시락을 떠올리고 있었다. 결코 사회자는 그녀가 하는 사업이 일식 스시 프랜차이즈임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한국의 수많은 대중들이 오랫동안 그러하였던 것처럼.


일본과 스시 뿐


이미지 출처: 프랑스 Capital.fr의 2014년 5월 13일 기사 중 일부 화면 갈무리, 불어 원문을 구글 크롬에서 영어로 자동 번역하였다. 남편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2014년 5월 13일 자 프랑스 Capital.fr의 온라인 기사의 한 부분이다. 통신 엔지니어 출신인 '제롬 카스탱'과 스타일리스트 출신인 '그의 아내' 켈리 최가 2010년에 사업을 시작하였다. 유럽 시장에 불고 있는 '스시의 파도를 타라(Surf the sushi wave.)'는 것이 그들이 지향하는 사업의 목표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기사에는 온통 일본(Japan, Japanese), 스시(sushi)로 도배되어 있었다. 해당 기사는 당연히 '일본(Japan)'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한국'이나 '한국형'과 관련된 단어는 한 마디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캘리포니아에서 7년간 살았던 제롬은 "일본과 미국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스시 바를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프랑스 대형 마트에서 신선한 스시(sushi), 마키(maki), 사시미(sashimi)를 현장에서 만들어 키오스크에서 판매하는 것..." (해당 기사에서 발췌 및 번역)


그런데도 '한국형 도시락'이라고 하면 거짓이잖아?


'초밥 도시락'은 편의상 '스시 벤또'의 번역이라고 핑계를 댄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럼, '한국형'은 어쩔 건데? 일식 스시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서 다양한 형태와 레시피가 있다. 그래서, 스시 벤또의 메뉴 구성도 너무나 다양하다. 게다가, '이것은 한국형, 저것은 미국형, 요것은 일본형이다'라고 정해져 있지도 않다. 그래서,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의 메뉴 구성은 일본인 스시 세프 야마모토상이 만들고, 메뉴나 재료가 일본어로 되어 있지만 어쨌든 무조건 '한국형'이라고 우겨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정통 일식 스시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서는 정통 일본식 스시라고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한국에서 말할 때만 한국 사람들이 반감을 가지지 않도록 슬그머니 '한국형'이라는 말을 넣어서, 마치 '한식 도시락'인 것처럼 여기도록 의도하였다면 그것은 구역질 나는 거짓말이다. 한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한국 사람들이 알 수가 있겠나 싶어서 대충 얼버무린 것이라면, 한식 도시락으로 유럽 국가에 한국 음식 문화를 전파하는 선구자로 칭송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만이다. 한국 음식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는 생각에 한국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이미지 출처: 스시데일리 영문 홈페이지 화면 일부분 갈무리, 원본 링크: https://sushidaily.com/gb-en/, 영문 홈페이지임에도 일본어를 노출하고 있다.


삿포로, 아사히, 이찌반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판매대에 전시되어 팔리는 맥주다. 삿포로, 아사히, 기린 이찌반. 모두 일본 상품이었다.

사진 출처: 유럽 슈퍼마켓에 있는 스시 데일리 판매대에서 2022년 3월에 직접 촬영하였다


아지노모도(Ajinomoto) 라면.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판매대에서 팔리는 라면이다. 일본 상품이다. 기꼬만(Kikkoman) 간장.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판매대에서 팔리는 간장(OEM)의 제조사다. 일본 회사다. 모든 것이 정통 일본 스시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어떤 것이 한국형 초밥 도시락일까?


Nori(노리, 김), Nigiri(니기리, 회초밥), Maki(마끼, 김초밥), Wakame(와카메, 미역), Mochi(모찌, 찹쌀떡)...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의 메뉴를 구성하고 있는 재료의 영어식 표기다. 모두 일본어다. 이름과 표기는 모두 일본어이지만 스시 데일리의 스시 상품은 무조건 '한국형이다'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다.


스시 데일리 파티 메뉴 (이미지 출처: 스시 데일리 홈페이지 메뉴에서 캡처)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패키지의 파티 메뉴는, 사쿠라 파티('사쿠라'는 '벚꽃'의 일본어), 교토 파티('교토'는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역사적인 도시), 나라 파티('나라'는 고대 일본의 중심지였던 일본의 역사적인 도시), 하나비 파티('하나비'는 '불꽃'의 일본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럽 소비자가 기억하여 주문하는 메뉴가 모두 일본의 역사적인 도시를 지칭하고 일본 문화를 상징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한국형 도시락'이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다.


아니, 인공지능도 검색해서 알려주는 내용을, 어떻게 켈리 최는 아닌 척할 수 있어?


이미지 출처: chat.openai.com에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프로그램 대화 내용 일부 화면 갈무리


'일본 식재료를 사용하는 '일본식 초밥 전문' 브랜드'라고 쉽게 검색되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는 '한국형 도시락'이라고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가 있을까? 저 먼 유럽에서 일어난 일인데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어찌 알겠나 싶었던 것일까? 혹시, 실시간으로 세상의 온갖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아니면, 라르스 스벤젠이 <거짓말의 철학>에서,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실제보다 잘나 보이고 싶거나 못나 보이기 싫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또는 곤란과 불편을 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라고 예시하였듯이, 실제보다 잘나 보이고 유리한 이미지를 만들고 곤란과 불편을 면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적당히 얼버무리고 있는 것일까?


그래, 이렇게 일본어로 이름 붙이고 일식 스시를 만들어 파는 것이 뭐 어때서?


일본어로 구성된 상품에 정통 일식 스시를 표방하며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한다고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 전수받은 정통 일식을 표방하는 초밥집도 있고 우동집도 있다. 여러 다양한 나라의 음식 전문점이 있다. 다들 나름대로의 맛과 차별성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모두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나는 왜 정통 일식 스시를 팔면 안돼?


"그런데, 나는 왜 정통 일식 스시를 팔면 안 되냐?"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 창업자인 프랑스인 남편의 역할이 있었겠지만, 유럽에서 아시아인으로서 사업을 일으키고 성장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에 노력과 성공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이미지 출처: 머니투데이, 2022년 3월 22일 자 관련 기사 일부 화면 갈무리, 원본 링크: news.mt.co.kr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한국의 대중들이 싫어할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한국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적당히 둘러대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대로 정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한국의 대중들이 오해를 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묘한 왜곡을 통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대중의 인기를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기를 통해서 개인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개인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에서 펼치는 비즈니스의 원천이다. 그런 의도와 목표를 갖고, 교묘하게 '한국형 도시락'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밥'이 아니라 'Maki(마끼)'


켈리 최의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재료로 속을 채운 밥을 김으로 말아서 파는 상품이 있는데, 이 것을 켈리 최는 "메뉴에는 김밥도 있어요"라며 한식 메뉴인 듯이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럽에서 팔리는 해당 메뉴의 이름은 '김밥'이 아니라 일본 음식 '마끼(Maki)'라는 상품명으로 팔린다. Maki는 김밥이 아니다. 정해진 일식 조리법으로 만든 Maki는 일식이지 한식이 아니다. 뭐, '마끼'를 한국식으로 설명하자면 '김밥'과 유사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렇게 말했다고 둘러댄다면 뭐라고 할 말은 없다.


'김'이 아니고 'Nori(노리)'


'Kelly Loves'라는 소포장 스낵류 상품을 근래에 몇 가지 개발하여 코너 상품으로 가맹점에 판매를 강권하고 있는데, 아쉽다면, 한국이 원산지인 조미김이 켈리델리에서 파는 상품명은 'Gim(김)'이 아니고 일본어 'Nori(海苔)'다.


켈리델리의 일본어 상품명 Nori를 보고 유럽인들은 한국을 떠 올릴까? 일본을 떠 올릴까? 당연히 일본이다. 해외에서 김치(Kimchi)조차 기무치(Kimuchi)로 알리고 선점하려고 했던 일본을 생각하면, 한식의 독자적인 형태와 풍미를 가진 우리나라 조미김 정도는 '아직 한식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핑계'로 일본어 명칭 Nori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식에 대한 최소한의 자부심과 애정이 있다면.


'노리' 주세요


지금도 여전히 유럽 슈퍼마켓에 있는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판매대에서는, 유럽 손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이 원산지인 '한국산 조미김' 팩을 찾으면서 일본어 "Nori(노리)"를 찾는다. "노리 주세요." 왜냐하면, 상품명이 'Nori'니까.


한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유럽에 거주하며', '일식 스시로 돈을 벌고', '한국인 직원이 한 명도 없다'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한국 언론 매체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추겨 세우고 있는 켈리 최는, '한국에 거주하며', '한식에 대한 애정이 있고', '한국을 사랑하는' 프랑스인 파비앙(Fabien)의 한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으면 좋겠다.

"참 우리가 좀 노력해야 할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가족에게 한식 요리나 식자재를 소개했는데 다 일본 단어로 알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두부를 모르는데 토푸(Tofu)는 알고, 된장찌개를 모르는데 미소수프는 알고, 라면보다 라멘, 도시락보다 벤토, 삼각김밥보다 오니기리, 인삼보다 진셍, 솔직히 좀.. 짜증 났거든요.

제가 프랑스에서 한식 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일부로 식자재를 다 한국말로 썼어요. 두부(Dubu), 된장(Doenjang), 음식 이름도 다 그대로 고유명사로, 김치 프라이드 라이스(Kimchi fried rice)가 아닌 김치볶음밥(Kimchi Bokkumbap).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해야 한식도 조금 더 세계화할 수 있을 거예요."


( 원본 영상: '프랑스 가족이 처음으로 한국에 놀러 왔습니다' https://youtu.be/tC4wb32I2TE?t=515 )


프랑스에서 출간한 책에 '김'을 일본어 'Nori'가 아닌 'Kim'으로 표기한 파비앙의 말을 부끄러워하며 새겨듣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해야 한식도 조금 더 세계화할 수 있을 거예요." 


(아차, 잠시 헷갈렸다. 켈리 최의 '한국형 도시락'이라는 말 때문에. 켈리 최가, 한식에 자부심을 갖고 한식을 세계화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정통 일식 스시를 유럽 시장에 활성화시켜서 돈을 벌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원산지가 한국'이든 상관없이 '일본어' 'Nori'라고 이름을 붙여 유럽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적절한 마케팅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한식이 아니고 일식이었지... 그러고 보니 애초부터 무리한 부탁이었다.)


그런데, '스시 벤또'가 아니라, '한국형 도시락'이라는 포장이 한국에서 먹혀들었다


이미지 출처: KBS 월드, 2021년 7월 23일 자 기사 중 일부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엑스포츠뉴스, 2022년 3월 22일 자, 다음 뉴스 화면 일부 갈무리
이미지 출처: 실제 스시데일리 홈페이지 화면 일부분 갈무리, 영문 홈페이지임에도 일본어를 노출하고 있었고, '전통 일식 벤또'라고 홍보하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존재감이 없고, 한국에서도 어떤 사업적 성공을 거둔 적이 없는 켈리 최는, '유럽에서 '한국형 도시락' 사업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어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이미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덕분으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었고, 한국에서 출간한 2권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고, 50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가진 인플루언스가 되었고, 시사저널 선정 2022년 차세대 리더 100인으로 선정되었고, 각종 기관과 단체의 행사에 글로벌 리더로 초청받으며, 인생의 롤모델이라며 따르는 다수의 추종자를 갖고 있는 인기인이 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전주 MBC 유튜브 채널 2019년 10월 30일 자 공개 영상 일부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경기연합신문 2023년 1월 8일 자 일부 화면 갈무리, 원문: https://www.gy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1792
이미지 출처: chat.openai.com에서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프로그램 대화 내용 일부 화면 갈무리


인기와 유명세는 돈이 된다


지금은 이렇게 형성된 인기와 유명세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회사를 세우고, 상품을 판매하고, 고액의 강좌와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유튜브 콘텐츠 등을 통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 출처: 켈리 최 강좌 판매 페이지 화면 일부 갈무리, 원본: www.wealthinking.com
이미지 출처: 켈리 최 관련 상품 판매 페이지 화면 일부 갈무리, 출처:웰씽킹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켈리 최 관련 상품 판매 페이지 화면 일부 갈무리, 출처:웰씽킹 홈페이지


'선한 영향력'은 진실되고 정직해야


일단, 인기와 영향력을 갖고 나면, 대중과 추종자들에게는 흠모의 대상이 자행하는 사소한 왜곡이나 과장이나 거짓은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게 되고, 보여도 무시를 하는 심리 상태에 있게 된다. 그래서, "한국형 도시락이든, 김밥 도시락이든, 스시 벤또든 무슨 상관이냐?"라며 흠모의 대상을 옹호하게 된다. 자신들이 갖게 된 호감의 출발점이 조작되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설사 조작되었다고 해도 이제는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 존경하게 되었으니까. 흠모하니까. 추앙하게 되었으니까. 이미 인생의 롤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결함이 발견되어도 덮어주고 싶어 진다. 자신과 동일시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면 자신의 일처럼 격렬하게 옹호하고 저항하게 된다. "누군가의 꿈을 망치지 말아라."라는 읍소에서부터, "당신 목적이 뭐야?"라는 추궁으로, "이러고 있는 당신 인생이 불쌍하다."라는 비난에 이르기도 한다.


이것이 이미지 마케팅의 힘이고, 동시에 이미지 조작의 위험이다.


켈리 최는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선하기 위해서는, 삶이, 말과 글이, 누구보다도 진실되고 정직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혹시 과장하고 꾸며대는 사실들로 일시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드러날 진실들이,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실망과 상처를 줄지에 대해서 주의하여야 한다.


자신이 갈망하며 애쓰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의 인기와 영향력만큼이나, 동일한 크기의 정직함과 진실됨을 항상 보여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켈리 최는, 꾸미거나 감추는 것 없이, 항상 정직하게 사실과 진실만을 우리에게 말해 왔는가? 그래서, 켈리 최의 말은 '모두' '말하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라는 최초의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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