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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Apr 20. 2022

두 달 만에 초밥장인이 되는 비밀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 또는 있는 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고,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과 없는 것을 없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이다."

- 아리스토델레스 <형이상학> -



두 달 만에 초밥장인이 되는 비밀


이 글과 이어진 다섯 가지 글의 주제는, '켈리 최의 사례 분석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 중에서 다음 질문을 검증해 보기 위한 것이다.

"1. 켈리 최는, 꾸미거나 감추는 것 없이, 항상 정직하게 사실과 진실만을 우리에게 말해 왔는가? 그래서, 켈리 최의 말은 '모두' '말하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본사에서 재료와 함께 초밥장인들을 슈퍼로 보내서 초밥을 만든다고요?


켈리 최가 유튜브 삼프로TV 채널에 나와서 자신의 스시 프랜차이즈 매장의 운영 방식을 설명한다.


"초밥 장인들을 재료와 함께 슈퍼에 보내서... 직원분들이 가서 초밥을 만드는 거죠."


(관련 영상: 주식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2022년 3월 31일 자 업로드 인터뷰 영상 4분 19초부터)

https://youtu.be/BKel4VrhPAk?t=255


"초밥 장인들을 재료와 함께 슈퍼에 보내서 직원분들이 가서 초밥을 만드는 거죠."라는 표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초밥 장인들을 슈퍼로 보낸다. 재료도 같이 슈퍼로 보낸다. 슈퍼로 간 직원(스시 장인)들이 초밥을 만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즉, 모든 매장은 본사에서 사람도 보내고, 재료도 같이 보내서 운영을 한다. 즉, '모든 매장은 켈리델리가 직접 운영한다.'라는 듯한 뉘앙스를 전달한다. 그렇게 켈리델리 본사에서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이해한 인터뷰 사회자가 나중에 인터뷰 중에 "아, 직원들이 각자 마트나 슈퍼마켓으로 (일하러) 가니까?"라고 반문을 하기도 한다.


슈퍼마켓에 파견을 보낸다?


켈리 최가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에 나와서 자신의 스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어떻게 스시 도시락을 만드는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사회자: "도시락을 만드는 걸 볼 수 있는 초밥이네요?"
켈리최: "맞아요. 거기서 지금 일하시는 분만 해도 저희 장인이 6천 명 정도 돼요."
사회자: "아, 그거 훈련을 시키고 교육을 해서 슈퍼마켓에 파견을 보내고 거기서 판매가 이루어지고?"
켈리최: "녜"


(관련 영상: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 2020년 11월 24일 자 업로드 인터뷰 영상 15분 15초부터 15분 34초)

https://youtu.be/SIlhtqE_wDo?t=915


영상에서 "훈련을 시키고 교육을 해서 슈퍼마켓에 파견을 보내고"라는 질문에, 켈리 최는 당연한 듯이 "녜"라고 대답한다. 질문자나 대화를 지켜보는 우리는 "아, 켈리 최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6000명에 이른다는 스시 장인을 훈련시키고 교육을 해서 슈퍼마켓으로 파견을 보내는구나."라고 이해하게 된다.


왜 헷갈리게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켈리 최와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의 사회자와 같이 켈리 최의 본사에서 직접 재료와 인력을 매장으로 보내는 것으로 이해했다면 틀렸다. 부분적으로 맞으려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직영을 하는 경우인데, 실제 직영점의 개수는 아주 적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직영을 하는 키오스크라도, 재료는 위생 및 안전 규정에 따라서 재료 원래의 형태대로 배달되어 슈퍼 내의 적절한 장소에 손질하고 준비하지 본사에서 보내지 않는다.


그런데, 켈리 최는 마치 본사에게 인력을 파견하고 재료도 같이 보내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듣는 사람들이 본사에서 직영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추측해 본다.


대부분의 매장은 직영이 아니라, 계약된 개별 사업자가 운영한다


대부분의 매장은 켈리델리에 가입비, 연회비, 매달 커미션을 지불하도록 계약된 개별 사업자가 운영한다. 통상 파트너라 불린다. 파트너사는 각 국가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독립 법인(회사)이다.


해당 파트너 회사는 고용법에 따라 직원들을 독자적으로 고용하며, 켈리델리에서 고용 절차에 관여하지도 않고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생산 설비, 재료비, 인건비, 세금, 고용 등 모든 현장 매장의 생산 및 운영의 책임은 매장의 개별 법인 사업자에게 있다. 켈리 델리는 계약 갱신, 메뉴 개발, 그리고 매달 일정 수준의 커미션을 가져가는 구조다.


직영 매장이 1200개가 아니다. 아주 소수다.


켈리델리 본사에서 초밥 장인들과 재료를 직접 슈퍼마켓에 있는 매장으로 보내서 생산하는, 즉, 유럽 전역에 12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직영 체제로 운영되는 것처럼 상상하게 한다면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대부분 독립 채산의 가맹점이고, 직영점의 개수는 아주 적다. 켈리 최가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개정판에서 매장 근무 직원의 수가 2021년 6월 현재 236명으로 밝히고 있으니, 매장 근무자의 수를 4-5명으로 잡으면(236÷4=, 236÷5=), 1200여 개의 가맹점 중에서 직영을 하는 매장은 47-59개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최대 60개의 직영점으로 추정해도, 12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고 하니, 각 국가별로 겨우 5개(60÷12=) 정도의 직영점이 있다고 산출해 볼 수 있다. 이런 추정 수치로 환산하면, 직영 매장의 비율은 아주 낮은 5% 정도이다. 100개 중에서 5개만이 직영점이고 95개가 독립 가맹점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또 이런 말씀을?


켈리 최가 '세바시 인생질문'이라는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말한다.

(관련 영상: '세바시 인생질문' 유튜브 채널, 2022년 3월 28일 자 영상, 3분 15초에서 3분 38초)

https://youtu.be/wH-8puzvttM?t=193


"지금 6000명의 초밥 장인들이 저희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그 초밥 장인들을 트레이닝을 제가 다 했습니다. 원래 우리 야마모토 선생님은 연어를 짤르는데 해체하는데 45분이 걸리는데, 우리 초밥 장인들이 해체하는데 4분 걸려요. 일반인을 데려다가 두 달 만에 우리 야마모토 선생님처럼 초밥을 잘 만들게 제가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겨우 20초에 몇 개의 거짓이 있을까?


무척 놀라운 것은, 겨우 20초 남짓한 짧은 영상에서 자그마치 6개의 이슈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개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이고, 4개는 과장이나 거의 거짓말의 영역에 속하는 내용이다. 한국 대중들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어떻게 이런 말을 천연덕스럽게 자랑하듯이 말할 수 있는지 그저 놀랍고 대단할 뿐이다. 어느 말이 사실과 진실이고 어느 말이 과장이나 지어낸 영역인지 확인해 나가기가 두렵다. 그녀에 대해서 더 실망하게 될까 봐.


6000명의 직원?


첫째, "6000명"이라는 숫자는 다른 글에서 정확한 통계 수치에 의한 엄밀한 근거가 있는 숫자가 아님을 지적한 바 있다. 둘째, "저희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라는 표현을 통해서 6000명이 마치 '자기 회사 켈리델리의 직원'인 것 같은 어감을 풍기지만, 켈리델리에서 직접 고용한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라는 점이다. 아래 글에서 분석한 바 있다.


https://brunch.co.kr/@algarve/161


트레이닝을 제가 다 했습니다?


셋째, "그 초밥 장인들을 트레이닝을 제가 다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상상력이 풍부한 분들은, 엄청난 규모의 실내 체육관 같은 곳에서, 수백 개의 주방 용품 세트를 구비해 놓고, 스시 유니폼을 입은 몇 백, 몇 천명의 스시 세프들이 모여서, 켈리 최가 시범을 보이고 지시하는 대로 스시를 만드는 훈련을 받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이런 상상과 주장을 했다면, 켈리 최가 의도한 대로 상상한 것일 수는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뻥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개설 예정 가맹점주를 일부 직영 매장에 불러서 몇 주간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때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가맹점주를 매장 생산 현장에 투입하여 무임금으로 호되게 부려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국가나, 현지 슈퍼마켓과 스시 매장의 개업일이 확정되었으나 개업 직전까지 가맹점주가 모집되지 않았던 지점들의 경우에는 급한 대로 점주 교육 절차를 흉내만 내고 일단 무조건 개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켈리 최의 켈리델리 본사에서 그나마 '트레이닝'이라는 것을 진행할 수 있다면, 보통 2인으로 구성되는 가맹점주에 대해 개업 이전에 진행되는 '가맹점주 교육' 정도이다. 가맹점은 독립 법인 회사의 형태로 켈리델리와 계약을 한다. 독립 법인 회사인 가맹점이 해당 지점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법률적 의무와 책임을 진다. 다시 말해서, 가맹점에서 알아서 직원도 고용하고 월급도 주고 분쟁이 생기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직원을 면접하고 고용을 결정하는 것도 가맹점주이다. 당연히, 새롭게 뽑은 직원들을 '트레이닝' 시키는 것도 가맹점주가 해야 할 일이다.


가맹점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을 왜 우리에게


가맹점주가 켈리델리나 켈리 최에게 "새로 뽑은 우리 직원들 좀 교육시켜 주세요?"라고 요구한다면, "아니, 가맹점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을 왜 우리에게 요구하느냐?"라고 어이없어할 것이다. 왜냐하면, 켈리델리가 다른 회사(가맹점)의 직원까지 교육을 시켜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켈리 최가 자그마치 6000명이나 된다는 초밥 장인들의 트레이닝을 '제가 다 할' 방법이나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6000명의 트레이닝을 제가 다했다"라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혹시, 켈리델리가 엄청나게 변해서 "가맹점의 직원을 '무료로' 훈련시켜 줄 테니 각 국가의 어느 지점으로 직원들을 보내달라"라는 요청을 하는 일어나기 힘든 상황을 상상한다고 해도, 가맹점주들은 "매일매일 빈틈없이 직원들이 근무일정이 있어서 우리 지점의 직원은 보내기가 힘들다."라고 답을 할 가능성이 높다. 가맹점주들은 이렇게 덧붙일 것이다. "우리 직원들 교육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켈리델리에서 가맹점 직원들에 대한 무료 교육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가맹점에서 호응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물론, 가맹점을 옥죄고 있는 '감사(Audit)' 방문을 통해서, 완벽할 수 없는 스시 상품에 시비를 걸고, 만듦새가 어떻니, 품질이 떨어지니, 가능한 모든 시빗거리를 발견하여 벌점과 벌금으로 보복성 압박을 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 2천만명이 나의 제자다


몇 년간에 걸쳐서, 유럽 2개 국가에서, 4개의 가맹점에서 근무하였고, 3개의 가맹점을 개업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훈련을 시켰지만, 켈리 최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목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다. 켈리 최가 트레이닝을 시켜 준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다.


만약에, 궁색한 변명으로, 스시 프랜차이즈 매장의 메뉴 구성이나 매뉴얼을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 매뉴얼을 보고 스시를 만들고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직원은 자신에게 훈련받은 것이나 다름없고, 그래서, 켈리 최가 "트레이닝을 제가 다 했습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한다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한국의 학생 대부분이 보고 공부했을 '수학의 정석'의 저자 홍성대 선생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66년부터 지난 57년 간 나는 한국의 모든 수험생들을 트레이닝을 저가 다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 2천만 명(연도별 수능시험 응시자 수로 추정)이 모두 저의 제자입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나름대로 존경을 받고 있는 그분이 갑자기 왜 이러시나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성공이나 성취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아전인수식 과장이니까.


스시 장인 야마모토상이 연어 한 마리를 해체하는데 45분이나 걸린다고?


켈리 최가 말한다. "원래 우리 야마모토 선생님은 연어를 짤르는데 해체하는데 45분이 걸리는데, 우리 초밥 장인들이 해체하는데 4분 걸려요." 아마, 모두 자신이 트레이닝을 했다는 6000명의 초밥 장인들이, 자신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자랑하고 싶었는가 보다.


평생 스시를 만들어 왔다는 스시 장인 야마모토 상이 45분이나 걸린다는 연어 해체는, 숙련된 야마모토 상이 걸린다는 시간으로 유추해 보면, 보통 내장만 제거된 채로 식당으로 배달되는 연어에서 머리를 자르고, 등뼈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포를 뜨고, 뜨인 포에 잘려 들어가 있는 잔 뼈를 제거하고, 지느러미와 내장막을 제거하고, 질긴 연어 껍질을 제거하고, 부위별로 사시미, 니기리, 마끼 용 등으로 나누고 제단하고 구분하여 저장하는 전처리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평생 스시를 만들어 온 야마모토 상이 연어 한 마리를 해체를 하는데 45분이나 걸린다는 것에 큰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신선도 유지와 변질되지 않도록 산지에서부터 배달 과정까지 적정 온도 관리를 해 온 연어를 (어떤 온도에서 작업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실온에서 45분이나 노출시킨다면 식품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지적받을 수 있을 정도다.


나는 야마모토상이 45분이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평생 스시를 만들어 온 야마모토 상이 연어 해체를 하는데 45분이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늦장을 부려도 스시 장인 야마모토 상이 45분이 걸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45분이나 걸릴 일이 없다. 오히려, 켈리 최가 "야마모토상이 연어 한 마리를 해체하는데 45분이나 걸린다"라고 세상에 떠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느냐?"라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스시 장인 야마모토상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불쾌한 묘사라고 생각한다. 연어 한 마리를 들고 45분이나 씨름을 하려면, 연어를 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왕 초보 중에서도 왕 초보다.


45분


그런데, "왜 45분이 나왔을까?"가 몹시 궁금할 뿐이다. 45분은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 규정에도 위배되는 아주 긴 시간이다. 짐작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합리적으로 현실성 있게 따져보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시간을 대충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또, 비교하려는 수치와 상당히 큰 격차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상당히 큰 숫자를 순간적으로 지어 내어서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겠다. 또, 비교에서 금기시되는, '야마모토상의 45분과 직원의 4분'이 처리 과정이 서로 다른데 마치 같은 똑같은 과정인데 시간만 더 걸리는 것처럼 비교하였을 수도 있겠다. 열등하게 비교되는 야마모토상만 억울하게.


돋보이려는 욕심


가맹점의 매출이 높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연어 (팔을 넓게 벌리며) 이따만한거 하루에 30마리. (스튜디오를 가리키며) 요 조그마한 데서 엄청 잘 팔려요."라고 말하는 순간과 유사한 상황이 아닐까 짐작된다. 어떤 사항을 돋보이게 하려는 욕심 때문에 다른 주변의 상황이나 수치를 과장하거나 근거 없이 지어내는 경향이나 태도를 말한다.


https://brunch.co.kr/@algarve/163


성공적인 비교를 위해서라면


동시에, '영국 여왕도 내 뒤'나 '베컴은 나 보다 훨씬 뒤'의 비교와 같이, "야마모토 선생님은 45분이 걸리는데, 우리 초밥 장인들은 4분 걸려요."라는 표현도, 오직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사실에만 관심을 갖고 있고, 비교되는 상대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나 상처를 줄지에 대해서 고려하거나 배려하지 못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타인의 아픔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결과와 성취 지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대의와 명분을 위해서는 (나 아닌) 몇 사람쯤은 죽어 나가도 어쩔 수 없다'라는 의식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가맹점 몇 개쯤은 죽어 나가도 어쩔 수 없다'라는 흔한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합리화가 그렇듯이.


연어 해체에 4분? 기네스북에 올리려고?


넷째, 스시 장인이라는 야마모토상이 연어 한 마리를 해체하는데 45분이 걸리는데, "우리 초밥 장인들이 해체하는데 4분 걸려요."라고 켈리 최는 말한다. 본인의 스시 프랜차이즈 직원은 자신이 만든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과 자신이 발견한 방법 덕분으로 그 정도의 시간 단축과 효율을 보여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보다. 와, 대단하다. 4분밖에 안 걸린다니. 정말 대단하다. 한 번 보고 싶다. 4분 만에 연어 한 마리를 해체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혹, '세상에 이런 일이'나 '생활의 달인' 등에 등장하는 자신의 영역에서 경이로운 기술을 보여주는 달인들이 있다. 그래서, 세상을 뒤져 보면 4분 만에 연어를 해체하는 달인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익숙해지고 숙련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최단 시간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손가락 하나쯤은 걸 수 있다고 객기를 부리게 만드네


하지만, '4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을 보고 나니, 갑자기 치기 어린 어리석은 제안을 하고 싶을 정도가 되었다. 켈리 최가 임의로 '스시 장인'이라고 지칭하는 6000명이나 된다는 스시 프랜차이즈 직원들 중에서, (야마모토상이 45분이 걸린다는 동일한 과정을) '4분 안에' 연어 한 마리를 해체할 수 있는 사람이 1200개나 된다는 가맹점에 한 사람씩만 있다고 해도, 한국의 어느 정치인처럼 손가락 하나쯤은 걸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싶을 지경이다. 켈리 최가 인원을 특정하지 않고 마치 6000명 모두가 '4분 안에'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80%인 4800명은 4분보다 훨씬 오래 걸려도, 겨우 20%인 각 지점당 1명(1200명)만이라도 (야마모토상이 45분이 걸린다는 동일한 연어 해체 과정을) 4분 안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켈리 최에게 나의 불신과 비아냥에 대해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것이다.


모두 우리 탓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4분'은 거짓말이다. 위의 하루에 연어를 30마리나 소비한다는 매장처럼, 과장이고 근거 없는 구라다. 이 말을 듣는 대부분의 한국 대중들이 '연어 해체'나 '4분'이나 '연어 30마리'가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지는 모를 것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무척 '안전한' 구라다. 말을 듣는 당신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도 않고, 사실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그저 경이로운 수치에 입을 벌려서 "와 대단하다"라고 감탄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기 때문이다.


만약에 거짓이라면, 겁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우리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내버려 둔 우리 탓이다.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빛으로, 때로는 '뭐 그런 걸 따지고 있어'라는 귀찮은 표정으로, 때로는 '(거짓말을 하든 말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것만 가려서 들으면 되지'라는 안이한 타협으로, 거짓을 방조하고 방치한 우리 탓이다.


두 달이면 누구나 초밥 장인?


'100일이면 나도 영어천재', '4개월이면 나도 골프천재'. '일정기간을 집중하면 어느 정도의 기능이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를 통한 판매 촉진용 홍보 카피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100일 만에 영어천재가 되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4개월 만에 골프천재가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켈리 최는 말한다. "일반인을 데려다가 두 달 만에 우리 야마모토 선생님처럼 초밥을 잘 만들게 제가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즉, 일반인을 데려다가 두 달 만에 '초밥 장인'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6000명에 달한다는 직원을 모두 '초밥 장인'이라고 부르고 있나 보다.


초밥 장인?


삼프로TV 채널 인터뷰에서 켈리 최가 "초밥 장인들을 재료와 함께 슈퍼에 보내서 직원분들이 가서 초밥을 만드는 거죠."라는 말이, 모든 매장을 직영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음을 앞서 논의하였지만, 지적되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다섯째, '초밥 장인'이라는 표현이다. 유튜브 세바시 인생질문 채널에서는 "지금 6000명의 초밥 장인들이 저희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라고 자신의 프랜차이즈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모두를 동일하게 '초밥 장인'으로 지칭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장인'을 마이스터(Meister)라고 한다.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도제로서 수련을 거쳐야 하고 전문 분야와 관련된 많은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장인'이라는 말은 '특정 분야에서 오랜 세월 동안 수련하여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숙련된 사람'이며, 보통 사람은 모르는 어떠한 깨달음이나 경지에 도달하고, 자신의 작품이나 분야에 대한 신념이나 자부심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래서, '장인'이라는 말에는 권위가 있고, 대상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초밥 장인', 즉, '스시 장인'이라는 표현은,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평생을 일식 스시에 대한 애정과 자신만의 조리법으로 숙련된 기술과 맛의 경지에 이른 사람과 같은 이미지를 전달해 준다. 엄청난 수련과 재능으로 밥을 쥘 때마다 밥알의 개수가 정확하게 똑같다거나, 매번 밥의 무게가 똑같다거나 하는 그런 경지에 오른 스시 장인을 상상하게 된다.


'스시'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켈리 최의 스시 프랜차이즈의 구조상, 가맹점주가 유일하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인건비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맹점주가 인건비라도 건져 보려고 자신의 건강을 갈아 넣으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거나, 최저 임금 수준으로 생산직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가맹점 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최저 임금 수준에서 고용할 수 있는 생산직 직원은 (아무리 고상하게 '스시 장인'이니 '스시 세프'라 이름을 붙일지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유럽 국가에 따라서 일식 경험이 있는 직원을 낮은 급료로 고용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당 허드레 일이라도 좋으니 일하게 해 달라고 매달리는 외국인 직원을 뽑아서 하나씩 가르쳐 갈 수밖에 없다. 히말라야의 높은 산봉우리들이 집 앞으로 펼쳐지는 첩첩산중의 자연 속에서 살다 온 직원은 바다를 본 적도 없고, 평생 '스시'라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다.


늘 일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가맹점에서는, 스시라는 말을 평생 처음 들어 본 생초보에게, 슈퍼마켓 스시 팩으로 판매되는 메뉴 중에서 모양이 뭉개져도 다른 재료로 덮어 씌울 수 있는 메뉴를 만들도록 훈련하고 지시한다. 간단한 재료로 김밥과 유사한 스시 롤을 만드는 것이 고도의 정밀함과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고 바로 생산에 투입된다.


일부분이겠지만, 이 것이 켈리 최가 말하는 '초밥 장인'의 실체이고 현실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켈리 최는 "우리는 가맹점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면 즉시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다 알고 있으면서) 흥분한 듯이 답을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독립 가맹점의 직원 고용에 대해서 켈리 최가 관여하지도 못하고 책임을 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하였듯이 대부분 직영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된 스시 상품의 품질에 대해서는 매장을 방문하여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는 있겠다.


초밥 장인!


'초밥 장인'라는 용어를 통해서, 켈리 최는 자신의 스시 프랜차이즈에서 만드는 스시는 모두 숙련된 '스시 장인'들이 만들고 있음을 우리에게 주지 시키고 인식시키고 있다. "초밥 장인들이 스시를 만들어? 야, 엄청나게 대단한 스시 상품을 만드는가 보네. 그럼, 한 번 맛보고 싶네." 이런 대중들의 반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초밥 장인? 아무나에게,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듣기 좋으라고, 내 맘대로 붙이는 칭호는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장인'이라는 칭호가 갖는 이미지가 존중되고 훼손되지 않으려면. 뻔히 가맹점의 인적 구성이나 고용 현황을 알고 있으면서, 과장하거나 미화한다면, 이 또한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과장·과대광고의 범위에 포함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레이다가 감시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직원의 경력이나 숙련도와 상관없이, 매장 생산직 직원들을 존중하여 모두 '초밥 장인'으로 부르고 있다"라고 설명한다면 뭐라고 할 말은 없다. 다만, 예전에 읽었던 유머가 생각날 뿐이다. 어느 건축주가 자재의 분실이 잦자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구입하였다. 강아지를 '레이다'로 이름 지었다. 그리고, 공사장에 크게 써 붙였다. "이곳은 레이다가 감시하고 있습니다."


직영 매장이 60개 정도가 아니라 1200개 이상인 것처럼 보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초밥 장인들을 재료와 함께 슈퍼에 보내서"라는 표현으로, 켈리 최가 직영 매장이 약 60개(추정) 정도가 아니라 1200개 이상인 것처럼 보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주 적은 직영점의 개수를 솔직하게 밝히면, 수치로 짐작되는 프랜차이즈 회사의 규모가 작고 초라하게 여겨질까 봐, 더불어, 영국 여왕보다도 더 부자라는 이미지와 성공의 크기를 과시하지 못하고 약화시킬 수 있으니까,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모호한 서술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켈리의 장점만 바라보고 선한 영향을 받으면 되었지, 매장이 1200개라고 했던, 1500개라고 했던, 모두 직영인 것처럼 오해를 유도했던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 이런 자잘한 것 따질 시간에 켈리의 긍정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당신 인생이나 챙기는 것이 어떨지요?"라고 변호하고픈 추종자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켈리 최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위상이, 어떤 '자잘한' 정보는 감추고, 어떤 '자잘하게 부풀린' 정보를 쌓아서 목표로 하는 개인 브랜드 이미지의 큰 산을 만들어 온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녀가 항상 모든 사항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진실되게 말하도록 요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 추종하는 사람들과 추종할 사람들이 앞으로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믿음이 더 안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한국 사회에서 그녀의 선한 영향력이 오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터뷰하실 분은, 켈리델리의 직영점 개수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 켈리 최에게 이렇게 질문하라 ]


1. 스시 데일리에서, 가맹점을 제외한, 켈리델리가 직영하는 매장(스시 키오스크)은 몇 개나 되나요?

2. 켈리 최가 말하는 '스시 장인'은 어느 정도의 수련 기간을 거친 전문가를 지칭하는 것인가요?

3. 가맹점을 포함한 생산직 직원들의 평균 근무 연수는 얼마나 되는지요?

4. 다른 인터뷰에서 "2달에 하루 정도 근무"를 한다고 하셨는데, 6000명에 달하는 초밥 장인들의 트레이닝을 직접 '다(모두)' 한다는 것은 사실인가요?

5. 연어 해체를 '4분' 안에 할 수 있는 직원들의 비율은 6000명 중에 얼마나 되는지요?




https://brunch.co.kr/@algarve/241

https://brunch.co.kr/@algarve/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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