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재 Oct 31. 2022

[오늘의 구름]
젊어서 죽은 운동선수에게

[클라우드 마니아] 창문 너머 구름 세상

[창문 너머 구름 세상] 젊어서 죽은 운동선수에게 To an Athlete Dying Young


https://youtu.be/WEe2u9sfi4s


구름 영상 제목: '젊어서 죽은 운동선수에게' [10·29 참사 희생자를 추도 하며]

촬영 장소: 포르투갈 알가브 Portugal Algarve, 우리 집 창문 너머

촬영 일자: 2022년 10월

촬영 장비: 딸이 아이폰으로 바꾸면서 준 삼성 갤럭시 S9 휴대폰




한 편의 영화가 떠 올랐다


오늘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편의 영화가 떠 올랐다. 1986년도 아카데미 수상작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에서, 젊고 매력적인 메릴 스트립이 젊고 잘생긴 로버트 래드포드의 극 중 장례식에서 '눈부신 청춘의 느닷없는 죽음'에 눈물지으며 한 편의 시를 읊는다.


한 편의 시가 떠 올랐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지만 20대의 젊은 나는 자신만만했다. 젊기 때문에 내 앞에 남아있는 길고 긴 세월 동안 못할 일이 없다고 여겼다. 따사로운 4월의 어느 오후 강의실에는 한 편의 영시가 해석되고 있었다. A E 하우스만(1859-1936)의 '젊어서 죽은 운동선수에게(To an Athlete Dying Young)'였다.


운율에 맞춘 영시를 해독하고 앉아있는 것이 무료했을 뿐만 아니라, 벚꽃이 사방으로 휘날리는 창문 너머로 마음을 빼앗긴 지 오래되었고, 20대의 젊은 청춘에게 죽음에 관한 시는 공감되지 않는 전혀 관심사 밖이었다. 그래서, 수업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그 한 편의 시가 떠 올랐다


하필이면, 오늘 그 한 편의 시가 떠 올랐다. 젊은 운동선수의 때 이른 죽음에 관한 그 시가. 처음으로 그 시를 읽었을 때 젊어서 죽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젊음과 죽음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영시를 건성으로 글자만 해석했다. '젊음과 죽음'의 연결은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젊은이는 죽지 않으니까.


오늘은 그 한 편의 시가 나를 울렸다


젊은이도 죽는구나. 그리고, 젊어서 죽는 것이 얼마나 억울하고 아쉽고 안타까운지를 느끼게 되었다. 살면서 이런 것은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데. 이런 것은 몰라도 되는데.


젊어서 죽은 운동선수에게

                    A. E. Housman


그대가 고향에 승리를 안겨주었을 때

우리는 그대를 어깨에 태워 장터를 돌았지

사람들이 길가에서 환호하고

우리는 그대를 어깨에 높이 메고 집으로 갔었지.

 

오늘은 모든 선수들이 달려 나오던 그 길로

그대를 어깨에 높이 메고 집으로 데려와

그대의 문지방에 내려놓았네.

더 고요한 도시의 주민이 된 그대를

 

때에 맞추어 떠나버리다니 영리하다 젊은이여, 

영광이 머물지 않고

일찍 자라난 월계수가

장미보다 빨리 시드는 들판을

 

어두운 밤이 눈을 닫으면 

기록이 깨지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요

흙이 귀를 막아버리면

정적도 환호보다 나쁘지는 않으리니.

 

이제는 그대는 패배를 맛보지 않아도 되리

명예를 소진해버린 젊은이나, 

명성이 앞서 달려 나간 주자들,

이름이 먼저 죽은 사람들이 겪는 패배를 

 

그러니 영광의 메아리가 사라지기 전에

날렵한 발로 어둠의 문지방을 딛고 서서

아직 지켜낸 그대의 우승컵을

낮은 문틀까지 들어 올려라

 

일찍 월계관을 쓴 그대 머리 주위로

힘없는 망자들 모여들어 확인하리라

소녀의 것보다 더 덧없는 화환이

그대의 곱슬머리에서 아직 시들지 않았음을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는, 시를 읽은 뒤에, 눈물 지으며 그를 추억한다.

"그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었고, 우리는 그를 깊이 사랑했습니다."


아웃 오브 코리아

Out of Korea

2022.10.29.




주 1. 영시의 번역은 '화양모재'님의 잘 번역된 한국어 번역을 원본으로 하였다. 시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좀 더 가볍고 쉽게 변경한 부분이 있음을 밝힌다. 번역의 원본과 해설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면 된다. https://url.kr/f3j7zb



[이전에 쓴 구름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seecloud

[지금 쓰고 있는 구름 이야기]

https://brunch.co.kr/magazine/cloudmania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구름] 친구야,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