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CRUSH)는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에서 만든 다큐 시리즈이다. 2022년 10월 29일에 있었던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록이다. 1부 '골목길'과 2부 '군중'으로 구성된 2부작이다. 1부에서는 그날 그 작고 좁은 '골목길'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생존자의 증언과 영상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고, 2부에서는 그날 밤에 예상된 '군중'에 대한 통제가 왜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보는 내내 그 골목길에 끼어 서 있는 듯이 가슴이 답답했다.
보는 내내 그 골목길에 서서 갈비뼈가 으깨지는 듯이 고통스러웠다.
보고 나서 나는 울었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이유도 모른 채
어이없이
허무하게
같이 죽어 간
서로 모르는
158명의 비명이 들려서 울었다.
우연히 나도 그곳에 있었더라면
어쩔 수 없이
이유도 없이
무기력하게 죽어 갔을 것이다 싶어서
무서워서 울었다.
보고 나서 나는 울었다.
부끄러워서 울었다.
아직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싶어서.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도 아니고
거역할 수 없는 엄청난 자연재해도 아니고
어디에나 있는 흔한 골목길에서
158(159)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었다.
그것도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선진 국가라고
스스로 자랑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흔하디 흔한
상점 앞 식당 앞 주점 앞
골목길에서.
보고 나서 나는 울었다.
억울해서 울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들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들의 손길을
오ㆍ랫ㆍ동ㆍ안
애타게 기다리며
길ㆍ고ㆍ도
긴 시간 동안
어느 평범한 골목길에 서서
느ㆍ리ㆍ고
천ㆍ천ㆍ히
서ㆍ서ㆍ히
죽어가야 했다는 사실이.
보고 나서 나는 울었다.
화가 나서 울었다.
반질거리는 구두를 신고
구김 없이 잘 다려진 옷을 입고
짓눌린 신발 더미와 구겨진 옷가지들을
남의 일처럼
내려다보며
거들먹거리며
폼나게
사고 수습을 지휘하는 기름 낀 면상들을 보면서
겨우 감상문이나 쓰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울었다.
오늘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많이 미안하다.
대비는 한심하기 그지없고
대응은 허둥지둥 어찌할 줄 모르고
게다가
진실마저 가리고 감추는
뻔뻔하고 정직하지 않은 나라처럼 보여서.
K-팝이니 K-드라마니 하면서
더 이상
잘난척하며
자랑할 수 없을 것 같다.
잘난척하는 우리의 자랑을 믿고
한국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믿고
그곳에 있었던 친구들에게
사과한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 된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해서 여전히 싸우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번에는 그 골목길에 없었지만
혹시나 모를 나와 당신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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