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화 Apr 21. 2024

개발자의 죄책감

온라인에서와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여러 개발자를 만나보면 100이면 100 하는 얘기가 있다.
"아, 리액트 공부해야 하는데" "아, 플러터도 배워야 하는데" "쿠버네티스도 배워야 하는데"...
이처럼 각자 분야에서 트렌드가 된 기술을 배워야 한다거나, 분야를 넓히기 위해 다른 분야의 트렌드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과거 PHP, jQuery를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개발자를, 최근에 만났는데, 같은 얘기를 했다. 최근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못 따라가겠다고.


개발자의 이러한 성향 덕분에(?) 온라인 강의 시장이 개발 관련 주제로 크게 성장했던 것 같고, 시장도 제일 큰 것으로 보인다. 입시를 뺀다면.


핀터레스트 (https://www.pinterest.co.kr/pin/657455245575173408/)


당연히 나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워낙 대세인 스프링뿐만 아니라 함께 발전해 온 OOP 개념, 기술을 따라가지 못했다. 갈증이 생겼고, 책도 보고, 영상도 봤다. 실제 개발자들이 맨 줄에서 걷고 있다면, 나는 100보쯤 뒤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살펴보니 그렇게까지 멀진 않았다.


개발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 요구사항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이다. 조금 더 정확히 제한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할 수 있는지 이다. 여기서 요구사항은 새로운 기능일 수도 있고, 기존 기능의 변경일 수도 있다. 결국 제한된 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술은 언제나 도구에 불과하다. 리액트를 사용해야만 만들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 당연히 플러터만 사용해야 만들 수 있는 앱도 없다. 내가 바닐라JS와 jQuery만을 가지고 프론트엔드를 다 만들 수 있고, 오래 해와서 내가 쓰는 라이브러리 셋도 있고, 결국 제한된 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당연히 배우면 좋겠지만, 배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다른 예를 하나 더 보자. MSA로 구성하진 않았지만, Scale-out은 필요한 서비스가 있다면 쿠버네티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굳이 "요즘 배포하려면 도커와 쿠버네티스는 당연히 알아야지"라는 대세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 이미 인스턴스 그룹같이, 클라우드에서 Scale-out 해주는 서비스만 알아도 충분하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만들 줄 알면 공부할 필요 없네"라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맞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는 것은 그것들이 필요해질 때이다. 개발 조직이 커져서 프론트엔드를 페이지 단위로 개발할 수 없고 컴포넌트로 구성하고, 재사용성도 확보가 필요해지고 그럴 때 고민해 보는 것이다. 팀 구성이 TS(TypeScript)나 리액트에 대해 진입장벽을 느낄 구성원이라면 상대적으로 쉬운 Vue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이미 필요한 사람은 "~해야 하는데" 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이미 하고 있다. 필요하니까.
그러니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렇게 볼 수 있다. 배우고 싶은 기술이 있으면, 그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거나, 만드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당연한 얘기다. 동시접속자가 1~2명이고 DAU가 10명 내외인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페이지 캐시를 위해, Redis를 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접속자가 늘어나고, DB 인스턴스가 힘들어하고, 여러 지표가 드러날 때 또는 예상될 때 고려하게 된다.


그러니, 개발자들은 뭔가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죄책감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자유로워진다면,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개발자가 화나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