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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고케어 Jun 07. 2021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0.6%의 인재 채용담

작은 스타트업의 이야기다. 우리 팀의 지난 채용 과정을 돌아보면 77 : 1의 입사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습 기간 3개월이 지나고 채용이 확정된 비율은 전체 지원자의 0.6%로 더 적다. 원티드 채널에 한정했을 때가 그렇고, 이외의 다양한 채용 채널을 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우리는 채용 기준이 결코 낮지 않다.


우수한 지원자가 적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오버 스펙의 지원자 분들이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채용하는 포지션 자체가 소프트웨어 개발, 알고리즘, 의약학 연구, 하드웨어 임베디드 엔지니어링 등의 전문 직무가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눈물을 머금고 많은 분들과 작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단순히 '우수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기준에서 채용하는지, 구성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우리의 채용 프로세스는 아직 단순하다.

아직까진 채용 모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최소화해서 진행하고 있다. 나중에는 전화 인터뷰나 사전 과제, 현장 과제 등을 추가할 수도 있겠다. 다만 아직은 인지도가 낮고 성과가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에서 채용 프로세스가 지나치게 과중할 경우 지원자 수 자체가 줄어들어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있으니 조심하고 있다.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지원자가 회사에 더 많이 질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원자가 회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진심을 숨기거나 회사에 자신을 맞추게 된다면, 입사하고 나서 서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채용은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퍼즐이 상대와 잘 들어맞을지 이리저리 맞대 보고 판단해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류 전형에 통과하면 1차 인터뷰 안내 메일에 '궁금한 점'을 생각해오도록 요청하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서 질문하는 게 생소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생각보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질문 카테고리 샘플'도 함께 적는다. (런칭 후에는 '데이터팩'을 만들어서 전달할 예정이다. 지원자가 구태여 회사를 리서치할 필요 없이, 데이터팩만 있으면 회사의 대부분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지만 지금은 시기상조다)

인터뷰 안내 이메일 中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지 전략적으로 물어본다. 

  1) 처음 채용 공고를 보고 궁금했던 게 있는지

  2) 회사 소개를 짧게 해 준 뒤 궁금한 게 있는지

  3)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없는지

  4) 인터뷰가 끝나기 전에 새로 궁금해진 게 없는지 등등


 각각 질문 시기에 따라 우리가 파악하고 싶은 포인트도 다르다. 이 또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의 일환이다. 지원자도 회사와 케미를 보고, 회사도 지원자와의 궁합을 따져야 한다. 서로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


회사에 궁금한 게 별로 없는 사람은 오히려 안 좋게 생각한다. 어디서 일하든 상관없다는 듯이, 직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랑 어울리지 않는다. 삶에서 일과 직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와 어울린다.


그렇다면 우리와 어울리는 사람을 어떻게 찾고, 어떻게 판단하는가?




페르소나(Persona)를 먼저 그린다.


채용 공고를 작성하기 전에 페르소나를 먼저 그린다. 페르소나라 함은 특정한 인물상을 뜻하는데, 예를 들면 "우리 고객 페르소나는 20대 후반의 1인 거주 남자 취준생이에요"라는 식으로 우리가 원하는 가장 적합한 대상을 특정하는 개념이다.


그 상이 구체적일수록 채용 전략도 뾰족해진다. 우리 조직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을지, 그 강점을 가지려면 어떤 백그라운드 경험을 해보았을지, 그런 사람이라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할지 구체적으로 그려본다. 여기에 맞게 채용 공고 내용도 달라지고, 채용을 알리는 채널도 바뀐다.


그래서 페르소나를 구체화할 때는 '단 한 명의 사람'으로 특정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20대 후반'이라고 하는 것보다 '28살'이라고 특정하는 게 낫다. 그래야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놓치기 쉬운 포인트까지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한 명으로 구체화한다고 해서 정확히 들어맞는 사람만 찾는다는 건 아니다. 이렇게 구체화하는 이유는 단지 '놓칠 수도 있었던 페르소나의 중요한 특징, 키 포인트'를 뽑아내기 위해서다.


최근에 공고를 올렸던 Product Manager(PM)의 페르소나는 아래와 같았다.

※ 실제 기획 단계에서는 단 한 명으로 특정한, 구체적인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Pain Point, Needs 등 을 상세히 적었다. 이를 대외적으로 모두 공개할 수는 없기에, 추출해낸 키 포인트만 따로 정리했다. 주로 정성적인 포인트를 도출한다. 정량적이고 물리적인 지원 자격이나 필요 역량 등은 채용 공고에 별도로 기재한다.
페르소나의 키 포인트


위의 예시를 보면, 우리의 PM 페르소나는 일을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일관되다. 궁극적인 목표는 '큰 임팩트를 내고 싶다'는 것이다. 큰 임팩트를 내려면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에 회사의 자원, 동료의 노동력, 회사 외부의 협력과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신경 쓴다. 또한 일이 많건, 적건 임팩트를 내는 게 자신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업무량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오히려 일을 더 잘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일을 사랑한다. 하지만 단순히 자기 업무 실력이나 직무 영역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역할이나 권한을 따지기보다는 '큰 임팩트'를 내고 성과를 내는 게 결국 중요하기 때문에 보수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보다는, 행정 절차가 성과를 가로막지 않는 조직을 더욱 선호한다.


이런 식으로 페르소나의 특징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페르소나가 구체적으로 나오면 가상의 인터뷰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지원자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비교해보면 된다. 만약 우리 페르소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대답이나 질문을 한다면 이를 알아차리기가 쉽다. 즉, 페르소나가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페르소나가 구체적이면 인터뷰 때 물어볼 질문도 질이 높아진다)




반드시 필요한 조건과, 포기할 수 있는 조건을 구분한다.


똑같은 포지션이어도 상황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나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똑같은 PM이라도 서비스 기획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 있고, 서비스 기획이 탁월하지는 않지만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조직 상황에서 어떤 역량이 더 필요한가에 따라서 둘 중 하나는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채용 공고의 직무 기술서에는 이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회사 내부적으로 이러한 기준을 세우는 건 매우 중요하다. 지원자 분들의 백그라운드와 가진 역량들은 그야말로 천차만별로 완전히 다르다. 너무나 다양해서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지원자 중 후속 단계로 진행할 소수를 골라내려면 완전히 다른 강점의 지원자를 비교하여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같은 포지션이라 할지라도 매번 채용 전형마다 다른 기준을 세워야 한다. 반드시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과, 어느 정도 포기할 수 있는 조건을 구분한다.


채용 전형마다 필요한 역량이나 경험이 다르다. 만약 3월에 낸 공고에 지원했더라면 붙었을 사람도, 6월에 낸 공고에선 떨어질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게 다르기 때문이다. 팀 내의 조합도 본다. 만약 A팀에 열정적이고 실행력 있지만 꼼꼼하지 못한 팀원이 있다면, 새로운 팀원의 성향은 차분하고 꼼꼼한 팀원을 찾는다. 단순히 업무 역량만 보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인재상이나 조직 문화만 보는 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한다.


채용에 신중한 편이다. 단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회사 내에 있는 구성원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잘 맞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편이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잘 맞지 않는 사람이 들어오면 그분도 힘들고 회사도 힘들다. 어렵더라도 정면 돌파가 오히려 더 빠른 길이다.




담당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다각도로 파악한다.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 실험을 한다.


인사 담당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의 선호와 취향에만 부합하는 사람을 좋게 평가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을 잘할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성격이나 성향이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불편한 마음을 가져서 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의 직설적 표현을 부담스러워해서,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 싫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원자 분을 검토할 때에는 인사 담당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아선 안 되고 조직 전체 관점에서 다방면으로 분석해야 한다. 현재 팀원 10명 중에 주도적인 성향의 사람이 9명인데 또다시 주도적이고 리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뽑는다면 서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만 하고 싸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즉, 기업의 인재상이란 절대적으로 고정된 하나의 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조직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때문에 우리는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다양한 사고 실험을 한다. 관점을 바꾸면서 다각도에서 판단해보는 것인데 예를 들면 이런 게 있다.



1) 대상에 대한 판단을 다시 원점에서 생각한다.

고민이 길어지면 감각적인 사고를 잃고 자기가 만든 논리에 빠져들기 쉽다. 자칫 잘못하면 '논리적인 오답'을 정답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고민을 멈추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전부 배제하고 처음부터 고민하곤 한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는 항상 그렇게 한다.


2) 다른 팀원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본다.

회사에서 나와 정반대 성향의 사람을 떠올려보라.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라면 이 지원자를 어떻게 생각했을지를 상상하라. 나와 전혀 다른 성향과 취향, 기호, 업무 방식, 스타일, 가치관의 관점에서는 지원자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3) 지원자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은 가상의 인물이 누가 있을지 상상해본다. 그의 입장에서 다시 판단해본다.

기존 구성원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을 상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원자를 요리조리 뜯어보는 게 아니라, 그와 잘 어울릴 것 같은 가상의 인물을 상상해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지원자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서 지원자의 빛나는 부분을 찾기 위함이다.


4) 그 사람의 업무 방식이나 작업 과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결과물/성과만 놓고 다시 평가해본다.

사람마다 업무 스타일은 각기 다르다. 마이크로매니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권한 위임하여 알아서 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완전히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 방식을 논외로 제껴두고 결과물과 성과만 다시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5) 대상의 강점과 약점을 구분하여 각각을 따로 적어본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은 평상시 사고할 때 사물의 양면을 구분해서 보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의 흐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데, 가장 나중의 생각만을 근거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사람은 성격이 꼼꼼하네 → 책임감도 있어 보이네 → 그런데 꼼꼼한 나머지 너무 까칠한 것 같기도 해 → 다른 사람과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겠어 → 화법도 좀 직설적이네 →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좀 걱정돼 → 이 사람은 안 되겠어


이렇게 되면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일부분만 본 채로 의사결정까지 이어지게 된다. 당연히 바람직하지 못하다. 앞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는' 원리와 비슷하게, 성급한 의사결정을 아야 한다.


아예 강점과 약점을 적는 칸을 만들어두시라. 그리고 억지로 그 칸을 채우려고 생각해보면 대상자의 양면을 모두 볼 수밖에 없게 된다. 내가 나 자신도 모르게 주관에 휩쓸려서 지원자의 일부분만 보고 성급히 판단 내리지 않도록 여러 장치들을 끊임없이 마련해놓는 게 좋다. 그리고 이제 그 사람의 강점과 약점을 앞서 설정했던 '반드시 필요한 것 vs 포기할 수도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의사결정이 보다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채용은 100점짜리 사람을 찾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


앞서 끊임없이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최고의 인재'란 없다. 사람은 각자 다른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고 이를 상호 보완하며 함께 살아간다. 상황에 따라 그 상황에 맞는 적합한 인재상은 조금씩 조금씩 다르다. A회사에서는 최고의 인재였을지 몰라도 B회사에서는 오히려 정반대일 수도 있다. 채용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서 지원자를 점수 매기고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퍼즐처럼 잘 들어맞을지를 다방면에서 비교해보고 파악해보는 자리다.


근대적인 채용 현장에서는 회사의 채점 기준을 표로 뽑아서 수치화시킨 다음, 지원자에게 점수를 매겼다.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핵심 가치를 단어 몇 개로 채우고, 이를 점수로 매겨서 면접관들이 하나씩 점수를 합산해 지원자를 평가하는 구조화된 채용 방식이 떠오른다. 이때까지 채용은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과정이었고, 지원자도 이를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었고 채용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용은 우리 정답을 정해놓고 시험 점수를 매기는 일방적인 '평가'가 아니다. 지원자도 회사를 분석하고 뜯어봐야 한다. 기업도 마땅히 지원자가 회사를 요리조리 더 잘 뜯어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치 동등한 계약 주체가 같은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의 이득과 손실을 냉정하게 따져본 뒤 계약하는 것처럼. 이제는 '면접'이 아니라 '미팅이나 인터뷰'라 불러야 하리라.


아직 우리도 초기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채용 절차나 방식이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사람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철학, 마음가짐을 차곡차곡 단단하게 쌓아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토대가 단단할수록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은 억대 연봉의 최고 천재들만이 견인하는 게 아니라,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상호 보완하며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우리 팀과 잘 적응할 수 있다.




※ 노션 채용 페이지 : https://bit.ly/2GG4h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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