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디스토피아, 혹은 그 너머

AI 가 가져올 두 갈래의 미래에 대하여

by 알고리C

요즘 'AI 에이전트'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나의 비서 역할을 하고, 내 대신 코드를 짜고, 고객을 응대하는 존재. 이런 흐름대로라면 머지않아 지금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마주한다.


만약 단순한 일자리 대부분이 AI로 대체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총생산, 즉 세상의 '부'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가정은 소득을 잃고 빈곤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부는 AI와 그것을 소유한 소수에게 집중되고, 대다수는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세상. 이것이 우리가 두려워하는 차가운 '일자리 디스토피아'의 풍경이다.




하지만, 만약 이 방정식에 다른 숫자를 넣어본다면 어떨까?


만약 AI의 등장이 인류의 총생산을 몇 배, 혹은 몇십 배로 폭발시킨다면 말이다. 7편에서 상상했듯, 3년 걸리던 신약 개발이 하루 만에 끝나고, 10년이 걸리던 도시 설계가 일주일 만에 완성되는 '초가속' 시대가 정말 온다면.


그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총생산의 10% 혹은 20%만으로도 모든 인류가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허황된 상상이 아니다. 정부는 기업이 창출한 막대한 총생산의 일부를 세금이라는 형태로 환수할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재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충분히 가능해진다.




최근 빌 게이츠는 "우리는 일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이 말의 무게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사실 '노동' 그 자체가 신성하고 가치 있다는 지금의 관념은, 인류 전체의 역사에서 보면 지극히 짧고 현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그 이전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일은 그저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어쩌면 AI는 우리에게 그 '일'로부터의 해방을 선물할 수 있는 첫 번째 기술일지도 모른다.


결국 AI가 단순히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AI가 우리의 '생산성' 자체를 폭발시켜, 그 넘쳐흐르는 부의 낙수만으로도 우리를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상상해 왔던 유토피아의 모습일 수 있다.




어느 길로 향하게 될까. 두 갈래의 길 앞에서, 솔직히 말하면 지금 AI 에이전트의 발전 방향은 꽤나 디스토피아적인 시나리오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그로 인해 발생할 부를 어떻게 나누고, 일의 의미를 잃어버릴 우리 자신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너무나도 더디기만 하다.


결국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AI에게 그저 우리의 일을 빼앗기게 될까, 아니면 AI 덕분에 비로소 '일하지 않을 자유'를 얻게 될까. 이 거대한 전환 앞에서, 우리는 기술만큼이나 우리의 철학을 함께 발전시키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