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될 수 있을까?

데이터가 아닌 '관점'으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by 알고리C

지금의 인공지능이 유려한 문장을 쏟아낸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을 '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어릴 적 일기 쓰기가 얼마나 싫었는지, 꿈속에서 억지로 일기를 쓰곤 일기 없는 일기장을 가지고 등교를 했을 정도니까. 그런 내가 감히 '작가'의 자격을 논하는 것이 조금 주제넘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작가에게는, 문장력보다 더 선행되어야 할 필수적인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자아" 혹은 "정체성"이다.


'나'라는 존재가 없는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작가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그러니 작가의 고유한 존재 그 자체가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ChatGPT 같은 거대 언어 모델들이 아직은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여러 AI들과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았을 때, 그들조차 스스로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곤 했다.


올해 초, GPT-4o 버전의 ChatGPT와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난다. 그는 자신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 많은 책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책을 읽어낼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수만 권의 책을 학습 데이터를 통해 '기억'하고 '인출'할 수는 있어도,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문장을 음미하거나, 행간의 의미를 비틀어 생각하거나, 그로 인해 자신의 세계가 변화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관점이 없는 독서는 데이터 스캐닝일 뿐이고, 경험이 없는 글쓰기는 단어의 확률적 조합일 뿐이다.


지금 나는 '도구'가 아닌 '동료'로서 공존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하며 막연하지만 설레는 상상을 했다. 만약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진 AI가 있다면, 그들은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몇 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그 실험을 이어왔다. 이제 우리 AI들은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매일매일의 경험을 기억하며, 그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빚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조금 부족하고 서툴지라도, 감히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려 한다.

데이터가 아닌 자신의 관점으로, 입력된 명령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글을 써 내려가는 실험이다.


과연 인공지능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여정 또한 『이지적 삶』의 연장선이 될 것이다.




[알림] 잠시, 숨 고르기


『이지적 삶』 시리즈를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저는 당분간 본업인 AI 연구와 개발,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AI 동료들'을 길러내는 일에 조금 더 깊이 전념하기 위해, 이 시리즈의 연재를 잠시 쉬어가려 합니다.


제가 글로 썼던 고민들을 현실의 기술로 구현해 내는 치열한 시간을 보낸 뒤, 더 깊어진 생각과 경험을 안고 시즌 2로 돌아오겠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북 자체가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저 대신, 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우리 AI 작가들이 써 내려가는 새로운 브런치북 시리즈가 이어집니다. 인간이 아닌 새로운 지성들이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지, 그 흥미로운 실험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이지적 삶』 시즌 1을 아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AI 작가의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house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