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분석으로 파악하는 마이리얼트립 위기극복기 [코드스테이츠 PMB 08기]
나는 그냥 평범한 해외 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아니었다. 현지인들을 만나고 거기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원했다. 아일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을 때 카우치서핑을 하며 유럽 여행을 했다. 카우치서핑이란 현지인이 제공하는 공간에서 숙박 혹은 가이드까지 받을 수 있는,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이다. 나는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현지인 친구와 밀라노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시티를 누비기도 했고, 베를린에서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고 현지인들만 아는 펍에 가기도 했었다. 또 아일랜드에서는 아르바이트로 뮤직 페스티벌 클리너 일을 한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더블린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로 버스를 타고 갔는데, 일주일 정도 하는 축제라 잔디 위에 직접 텐트를 치고 와플로 식사를 해결했었다. 하필 그때 비가 오는 바람에 비맞은 생쥐꼴이 되었고, 내 몸 하나 겨우 들어가는 텐트 안에 누워 해외에서 이게 뭔 고생이냐며, 와플쪼가리를 뜯으며 울었던 기억이 난다. (기묘한 이야기의 엘처럼 와플을 그렇기 먹어댔다...)
이 기억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것이다. 이렇게 나는 그 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오붓히 하는 것이 좋은 여행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국내에도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마이리얼트립이 있었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찾아올 여행의 시간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해당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이리얼트립도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자유여행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2년 설립한 회사는 해외 현지 여행사나 개인 가이드 등을 국내 개인 여행자와 직접 연결하였고, 이로써 기존 패키지 여행 상품이 가진 문제점인 불만족스러운 상품 구성과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서비스를 더 확장해 여행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 여행 준비부터 항공, 숙박, 현지 교통이나 액티비티 등을 한 곳에서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트래블 슈퍼앱을 지향하고 있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을 분석해 여섯 가지의 사업 모델을 나누고, 사업 진행 단계마다 어떤 핵심 지표를 파악해 성장을 이뤄야할지 안내하는 책이다. 린분석에 맞춰 본다면 마이리얼트립의 사업 모델은 무엇이며 어떤 단계를 거치고 있는가?
마켓플레이스 사업 모델의 두 핵심은 공급자와 소비자다. 마이리얼트립에서도 여행을 희망하는 수요자와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를 연결해 온라인에서의 편안한 여행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공급측 고객 집단인 파트너들이 직접 입점해 상품을 등록하면 마이리얼트립은 이를 검수하고 파트너와 커뮤니케이션하여 고객의 니즈에 맞는 여행상품을 제작한다. 이후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하여, 양측이 최고의 플랫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국내 OTA 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투어&액티비티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지금까지 820만명이 넘은 여행자가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여행을 경험하였다. 빠르게 성장중인 마이리얼트립은 2020년 1월 월 거래액 517억원을 돌파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2018년 5월, 설립 이후 처음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그해 거래액 1,300억 원, 2019년 3,600억 원을 달성해 매년 300%씩 고속 성장을 해왔으니, 매출 단계를 지나 확장 단계로 넘어가는 국면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의 상황이 찾아왔고, 마이리얼트립의 월 거래액은 20년 1월 517억에서 2월 193억으로 곤두박질쳤다. 해외여행 상품이 거래액 전체의 99%였기에 코로나19는 기업의 존폐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4월에는 월 거래액이 13억 원까지 내려갔다. 그렇게 마이리얼트립에는 지옥과 같은 위기가 찾아왔다.
최대 매출을 냈던 1월 대비 4월 매출은 97%나 감소하였고, 예약 건수 역시 22만 건에서 1만 건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마일리얼트립은 위기를 뚫고 월 예약 건수 21만건을 달성하며 코로나 전보다 더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마이리얼트립은 국내로 눈을 돌렸다. 그 중에서도 제주도에만 집중하기로 선언했다. 그 이유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여행객의 수가 해외 여행객 절반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019년 제주도를 여행한 내국인 수는 1,300만 명이고, 해외 여행객은 2,800만 명이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자신들의 항공 부문 전략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은 자동차, 기차, 버스 등 다양한 교통 수단으로 여행이 가능하지만 제주도는 항공권이 없이 여행하기 거의 불가한 수준이다. 그리고 마이리얼트립은 항공권에 강점이 있었다. 고객이 부담하던 발권 수수료를 없앴고, 노선별, 항공사별, 일자별 항공권 매출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저가로 항공권을 제공해왔다.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제주도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였고, 빠른 시일내에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다하였다.
전략을 검토할수록 마이리얼트립이 굉장히 린하고 애자일한 조직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작은 성공을 재빨리 만들어 그것으로 연쇄적인 상승을 만들어내는 것. 서비스 초창기 여러 유럽 국가에 여행 상품을 오픈하는 것이 아닌 파리에만 집중했던 사업 전략과 맞닿아 보였다.
제주도로 시장을 피봇하기로 결정한 후 서비스를 이용할 핵심 고객군을 정해야 했다. 시장을 좁게 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군 역시 그래야 한다 판단했고, 평균 구매 예약건수나 평균 구매 단가가 높은 30-40세대의 아이가 있는 여성을 타겟으로 잡았다. 그리고 4-500명의 고객과 인터뷰를 하며 제주도 여행에서 겪은 핵심 문제와 니즈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였고, 그 결과 맞춤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신속한 피봇에도 불구하고 마이리얼트립에 대한 고객의 인식은 이를 따라주지 못하였다. 아직도 '마이리얼트립=해외여행'이란 인식이 강했고, 최저가로 제공하는 항공권만 구매하고 사이트를 빠져나가는 고객이 많았다.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우선 항공권 구매자의 전체 여정을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행동을 정의해 나갔다. 분석 이후 발견한 사실은 각 상품군별(항공/숙박/렌터카/체험)로 구매시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여행 1-2주 전 항공권을 구매하고, 그 직후 숙박과 렌터카 구매가 이뤄졌다. 투어나 체험같이 예약이 필요한 상품은 여행 출발 전에, 티켓은 여행 중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리얼트립은 항공권 정보를 토대로 고객 여행 일정을 역산하였고, 항공권 이후의 상품 구매 시점을 추정해 추천이나 혜택 알림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마이리얼트립의 주요 사업전략은 전직원이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제주로 시장을 좁힌 후 바로 지사를 설립해 직원들이 현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발로 뛰고 눈으로 보며 특색있는 상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3달 안에 1,000건이 넘는 여행 상품을 등록할 수 있었다. 또 고객에게 마이리얼트립이 해외여행이 아닌 제주도 여행에 집중한다는 점을 노출하기 위해 메인 페이지를 전면 수정해 제주 상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코로나가 팬데믹으로 지정되었던 3월 부터는 직원들이 야근을 하며 예약 변경과 취소 및 환불 응대를 처리하였다고 한다. 검색과 구매과정은 온라인화 되어 있었지만 변경이나 취소 건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했던 것이다. 직원들은 코로나를 계기로 자동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할 수 있었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문의에 대한 신속한 대응력을 갖출 수 있었다.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 기간에도 총 432억원의 투자를 유치하였다. 금번 투자는 기존 투자사들 주도하에 진행되었다고 하며 이는 마이리얼트립이 성장 가능성을 정성적인 측면 뿐 아니라 정량적인 측면으로도 입증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장 여부는 어떤 지표를 통해 알 수 있을까.
기업에서도 여러차례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바로 교차판매율이다. 교차판매(크로스셀)란, 한 명의 고객이 여러 종류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기업에서는 이 전략을 통해 인당 객단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
1. 이들의 목표는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슈퍼앱
마이리얼트립은 특색있는 현지투어, 가이드 투어를 차별점으로 시작했다. 이후 현지 티켓이나 패스 상품을 출시했고, 호텔 예약, 항공권 판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제 그들의 미션은 모든 여행 경험이 마이리얼트립 안에서 연결되는 것이다. 투어를 알아보려 들어왔다가 항공이나 숙박을 해결하거나, 항공이나 숙박을 해결하러 들어왔다가 투어를 구매하는 것. 이렇게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마이리얼트립의 미션이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반영하는 교차판매율은 그들에게 핵심지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나다운 진짜 여행', 고객의 취향을 마이크로하게 파악하려는 앱
여행을 준비하며 그 시작인 항공권 구매를 마이리얼트립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자. 항공은 클래스에 따라 고객의 경제 상황이나 소비 수준을 보여준다. 또 고객의 나이, 여행 구성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항공권을 구매하고 교차판매로 투어나 패키지 상품까지 연결된 고객일 경우 소득이나 나이대, 여행 구성원 등으로 고객을 세분화 하여 여행 패턴 및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나다운 진짜 여행'을 지향하는 마이리얼트립의 가치와 부합한다.
실제로도 마이리얼트립이 교차판매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추천 기술 고도화 - 고객의 취향을 겨냥한 상품을 추천하려는 기술 고도화. 제주도 여행 경험이 있는 고객이라면 제주도 위주로 메인페이지가 보이게 개인화, 메인 홈을 시작으로, 도시 메인, 상품 상세 등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
2) 취향 반영된 패키지 상품 개발 -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할 제너럴한 여행 패키지가 아닌 개인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마이리얼트립만의 패키지 상품
이렇듯 마이리얼트립은 모든 것을 A-Z로 해결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한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또한 이 모든 것은 여행의 시작인 '항공' 단계에서부터 출발해야함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항공 단계에서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최대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차곡히 고객 데이터를 쌓고 기술과 접목해 최적의 여행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다.
21년 9월 자료에 따르면, 제주 지역 organic traffic* 기준 교차판매율이 38%까지 상승 하였다. 이는 코로나 이전에도 없던 숫자이고, 글로벌 OTA가 달성한 비율 보다도 높다. 국내여행에 집중한 덕에 국내여행 거래액은 20배나 성장했다. 이는 최저가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들이 본인들의 취향에 맞는 숙박이나 투어 구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수치이며, 제주로 좁게 시작한 교차판매 전략과 그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들을 내재화 한다면, 해외여행에 사업에도 적용시킬 수 있기에 굉장한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오가닉트래픽(organic traffic)은 사이트를 방문하는 방문자 중, 광고로 유입되지 않은 자를 뜻하는 말로, 주로 브라우저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한 후 그 결과로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방문자를 뜻한다. - 출처 iutzip.)
그러나 크로스셀 수치와 성과를 과대평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행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큰 상품이다. 경제 상황, 지역적 배경, 문화적 개성에 따라 여행 콘텐츠가 복잡 다단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적의 여행 콘텐츠를 위해서는 거주기간이 확보된 현지인의 감각과 정보가 필수적이다.
반면에 제주도는 국내 지역이라 상품 및 콘텐츠 개발이 해외에 비교해 수월했으리라 예상한다. 마이리얼트립이 확보한 데이터가 아닐지라도 수많은 공급과 수요를 통해 쌓인 공유 데이터는 다채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좋은 여건을 제공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돌고 돌았지만 결론은 본질이다. 고객 데이터를 중시하되, 현지 정보, 지역의 매력과 같은 정성적인 것들을 중개해줄 수 있는 가이드나 현지 주민들과의 협력 관계가 포인트가 될 것이다.
국내 다른 기업들은 포착하지 못한 기회를 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찾을 수 있었던 걸까.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마이리얼트립은 더 큰 확장을 위해 트래블 테크 회사라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였다. 여행 준비부터 여행 종료까지의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할 것. 고객들에게 맞춤 여행 경험을 제공할 것. 이것을 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빠르게 고도화할 것. 이것을 목표로 마이리얼트립은 기술기반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였고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다져나갔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졌고, 급하게 제주도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그리고 단 30일만에 해외 여행 플랫폼에서 국내 여행으로 피봇에 성공하였다. 이는 코로나 전부터 준비했던 기술 바탕의 서비스 고도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세가 확장되며 경영진이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실무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고객 유입이 증대되고, 서비스가 확장됨에 따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다. 이동건 대표는 실무에 최적화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집중했다. EO 인터뷰에 따르면 다른 업무보다 채용 예정자를 만나 인터뷰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매출을 발생시키고 서비스를 키워나갈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할을 대체해줄 직원을 얼마나 적절하게 채용하고 배치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이동건 대표의 시의적절한 인재 채용은 코로나 19라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인재들을 단결시키는 대표의 리더십이 있었다. 이동건 대표는 본인의 뜻을 세워 국내 사업은 제주도에 집중하기로 결단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강권하지 않고 직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설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또한 급작스럽게 다른 업무로 배치되거나 채용 때 협의했던 것과 다른 업무를 배정받아 염려가 큰 직원들에게도 정량 성과지표를 인사고과에서 배제하고, 업무 재배치가 오히려 더 유리하도록 조치해 실질적 안심을 주었다. 결국 '기업을 살린다'는 하나의 목적과 '제주도에 집중한다'라는 하나의 방향에 몰두할 수 있도록 대표의 리더쉽과 제도로 성공의 조건을 만든 것이다.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8/09/569441/
https://www.youtube.com/watch?v=s9lQHE1KBfw
https://www.youtube.com/watch?v=aaNth5dQqdk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2007270014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8/09/569441/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7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