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히.
예전에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엔 이런 마음으로 찍었던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몇백 장이던 다시 찍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필름이 다 채워질 때까지 사진을 다 찍고 필름을 꺼내어 사진관에 맡기러 갔다.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 껏 들떠서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사진을 찾으러 가면 구도에서 인물이 잘렸거나, 빛이 잘못 들어가서 사진이 제대로 안 나왔거나 하는 등 오류가 많았다. 그런 사진들을 버리고 잘 나온 사진들을 추려 사진첩에 꽂아 두었다. 사진을 다시 보며 추억하고 사진 옆에 날짜와 설명을 적어 놓기도 했다.
그땐 그렇게 사진이 소중했다. 어릴 적 사진은 거의 없었고 어쩌다 찾기라도 하면 신기하고 좋았다.
요즘은 아이들 사진을 너무 찍어서 사진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사진으로 추억하는 것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남는 건 사진이다.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핸드폰 용량이 모자라 관리도 어려웠다. 그래서 사진을 돈 주고 백업한다. 구글포토, 네이버 마이박스, 아이클라우드를 비교해 구글포토로 정했다. 요즘은 구글포토 어플에서 알림이 뜬다. 1년 전, 2년 전 오늘 등으로 저장되어 있는 사진이 뜨면 보게 된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1년 전 사진만 보아도 정말 많이 자랐다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어렸구나. 완전 아기였구나. 아기 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못난이네 라는 생각도 든다.
전엔 sns에 사진을 열심히 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중독이 되어버려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만두었다. 사진을 잘 활용하고 싶은데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잘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데 아직 나의 하루도 정리가 되지 않으니 문제다.
이 순간을 영원히 남겨둘 수 있는 사진을 보며 감사하기도 하고 나의 사진을 보면 세월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해 두렵기도 하다. 가족사진을 많이 찍으면 좋겠다는 첫째 아이의 말에 전에는 내 모습이 싫어 찍기 싫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나는 엄마이기에 엄마아빠의 모습을 간직하고픈 그 마음을 이해하고 앞으로 같이 많이 찍어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