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에서 식당봉사를 했다. 150명 식사준비를 해야 했다. 우리 아이들이 하는 주방놀이와는 차원이 다른 어른들의 식당놀이다. 이번엔 재료 준비부터 다 해야 해서 시작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150명 정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재료를 얼마나 사야 할지도 몰랐다. 어른들께 물어보니 어림잡아 알려주시는데 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콩나물은 한 박스 사라고 하시는데 한 박스가 어떤 한 박스인지부터 몰랐다. 동생이 아는 학교 영양사분이 있다고 해서 정보를 얻었다. 메뉴는 된장찌개와 어묵볶음으로 정했다. 김치는 기존에 김장이 있었고, 깻잎무침은 샀다. 애호박 20개, 두부 큰 거 8모, 감자 10kg, 어묵 8kg, 양파 큰 망, 대파, 마늘 이렇게 장을 보았다. 어제 아침 일찍 장을 보고 재료손질을 해놓고 오늘 조리는 어른들이 도와주셨다. 육수를 내고 쌀뜨물도 더했다. 된장을 풀고 손질한 재료를 넣고 액젓으로 감칠맛을 더해주셨다. 어묵볶음은 어묵에 뜨거운 물을 부어 한번 헹궈준다. 양념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큰 냄비에 식용유,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물엿 등을 넣고 끓인다. 양념이 한 번 끓으면 양파, 당근을 넣고 볶다가 어묵을 넣는다.
대량으로 음식을 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매년 돌아가며 한 달씩 맡아서 하는데 할 때마다 어렵고 힘들다. 그냥 먹을 때는 반찬투정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고생하시는 걸 보면 절대 그럴 수 없다. 남기는 것도 정말 죄가 된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하기는 것도 있고, 아깝기도 하고, 잘 먹어서 남길 음식이 없기도 하다. 음식을 준비하는 것뿐 아니라 설거지와 뒷정리도 만만치 않다. 크고 무거운 밥통은 불려서 철수세미로 박박 닦아야 하고, 국을 끓이는 솥은 욕조만 하다. 바닥청소와 하수구청소, 음식물 쓰레기까지 싹 다 정리하고 나면 오후 1시가 넘는다. 너무나 힘든 일이다.
우리 교회는 이제 일할 수 있는 중년들이 많지가 않다. 대부분 나이가 많으시다. 요즘 교회에서 식당을 아예 안 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우리도 일할 사람이 없어 식당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교회에 노인들 뿐 아니라 어떤 이에게는 밥 한 끼가 정말 소중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서 아직 식당을 문 닫지 못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다 맞는 말이다. 예배보다 밥이 중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의 밥 한 끼도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일단 내가 이번달 맡은 일은 열심히 해야겠다. 다음 주는 짜장밥이다. 태워먹진 않을지 벌써 걱정이지만 따듯하고 맛있는 한 끼가 되길 바라며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