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그만 읽어

by 글빛아름

저녁을 먹고 뒷정리와 설거지를 마쳤다. 아이들과 나는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언니, 같이 놀자."

"......"

"언니, 같이 놀자니까."

"응 그래."


식탁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나에게 둘째가 쪼르르 다가와 하소연을 했다.


"엄마 언니가 나랑 안 놀아."

"그래? 언니 뭐 하는데? 언니한테 가서 말해봐."


30분 전부터 방에서 소리 없이 있는 첫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았다. 방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책상에 있는 줄 알았는데 없었다. 반대편 책장 앞 바닥에서 고개를 숙이고 한 손가락을 입어 넣은 채 집중하고 있었다.


"엄마 언니 책 보고 있어."

"그래? 그럼 언니 책 다 보면 놀자고 하자."


또 30분이 흘렀다. 언니는 아직도 책을 보고 있었다. 둘째는 같이 놀기를 포기하고 혼자 티니핑 그림에 색칠을 하고 가위로 오리고 놀고 있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첫째 딸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고 책을 읽어주었다. 티브이가 없는 우리집에서 할 수 있는 게 장난감 아니면 책 읽기이다. 가끔 놀고 싶은데 책도 보고 싶어 괴로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작년에 나민애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마지막에 질문시간이었다. 한 엄마는 아이가 책을 너무 읽어서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인데 그냥 놔두어야 하는지 물었다.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이 섞인 반응소리가 들렸다. 교수님은 그게 무슨 고민이냐고 그냥 지금처럼 놔두시면 된다고 하셨다.


"여울아, 이제 그만 읽어."


나도 요즘 이 말을 자주 하게 된다. 밥을 차려놓았는데 책을 보고 있거나, 밤에 자야 하는데도 책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땐 오히려 나는 한 권만 읽어준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어떤 책은 정말 글씨가 많아서 신랑도 읽어줄 때 1.5배속으로 읽어주다가 아이에게 혼이 난다.


이제 3학년이 되어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대견하다. 아이가 책을 읽는 속도만큼 엄마인 나는 다양하고 좋은 책을 찾아서 제공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고로 내가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언니를 보고 자란 39개월인 둘째도 책을 좋아한다.

오늘도 자기 전에 각자 원하는 책 한 권씩만 읽어주기로 약속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