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좀 설명해 주실 분 찾습니다.

31개월에게요

by 글빛아름
삶이 지루하다면


'삶이 지루하다면 아들을 낳아라.'라는 말이 있다. 나는 딸이 둘이지만 말하고 싶다.


"삶이 지루하다면 둘째를 낳아라!! “


1호 방학이 시작되고 열흘 쯤 지난 어제부터 2호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2호 방학이 시작된 지 이틀밖에 안 된 것이다!!




아침 8시.

기상이다. 아니 방학이라 난 더 자고 싶은데 아이들은 이미 일어나 있다. 조금 뒤 귀에 이런 말이 들려온다.


엄마 배고파.

어어 그래 그래..


우리 집 아침은 늘 정해져 있다. 야채, 과일, 그리고 삶은 계란이다. 야채는 요즘 오이와 토마토를 먹고 과일은 복숭아, 키위, 수박 등 제철과일을 그때그때 먹는다.

감사하게도 나의 아이들은 야채를 아주 잘 먹는다. 두찌는 전자레인지 계란찜을 해주곤 했는데, 요즘은 언니랑 똑같은 걸 먹는다 하여 삶은 계란을 먹는다. 어쨌든 이 정도면 영양가 있는 아주 훌륭한 아침식사라 생각한다.


첫찌 두찌 야채 과일 아침식사




9시 30분.

태권도 관장님께 전화가 온다.


네! 관장님~ 1호 내려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학이지만 1호는 오전에 태권도 특강을 간다. 월, 수, 금에는 줄넘기를 하고 화, 목에는 레고 만들기를 한다. 순둥이 1호는 언제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특별히 하기 싫다는 것 없이 엄마의 말을 잘 따라준다.


우리 1호 잘 다녀와.

응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언니는 어디가?

응. 태권도 특강 가는 거야.

그럼 나는 어디가?

응. 2호는 방학이야.

아니잖아! 나는 어디가!?

응. 너는 방학이고 어린이집에 오늘은 안 가요.

아니야~~~ 방학 아니야~~~


휴.

이 대화는 뭔가 데쟈뷰같지만 아니다. 어제 방학 첫날부터 계속 이야기해 오던 똑같은 말이다.

월요일 방학 첫날 아침에 2호가 어린이집에 가자고 하길래 처음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2호야 오늘부터 어린이집 방학이야.

왜?

선생님도 쉬고 친구들도 집에서 쉬는 거야.

아니야! 방학 아니야!


사실 31개월 2호는 방학이 뭔지 모른다.


아니, 이번주는 방학이라 어린이집에 못 가. 몇 밤 더 자고 다음 주에 가자^^

아니야! 다섯 밤 자면 키즈카페 간다고 했어!!

“ㅣ지금 어린이집에는 아무도 없어. 선생님도 친구들도 다 집에 있는 거야.”ㅣ

(아이들은 가끔 선생님이 어린이집에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2호는 하루조옹일, 정말 하루 조오오오옹일 어린이집에 간다고, 방학이 아니라고 우겨댔다. 나는 지쳐서 대답조차 하기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30쯤 1호가 영어학원에 갈 시간이 되어 데려다주었다. 그때부터 2호는 말이 바뀌어 그럼 자기는 이제 어디 가냐고 한다.


엄마 언니는 어디가?

응, 언니는 영어 학원에 가.

그럼 나는 어디가?

… …

나는 어디가?

너는 낮잠 자야 하는데..

싫어! 자기 싫어. 낮잠 안 잘 거야~~


나는 이 진상 부리는 꼴이 정말 보기 싫다.


그럼 가물치 보러 갈까?(단지 내 가물치가 있음)

놀이터에 가볼까? (타 죽을 수도 있음)

싫어!! 어린이집 갈 거야~~~~!!


와 돌겠네.

예전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초1, 2학년 아이들에게 사랑, 감사, 예의 등을 설명해야 할 때가 있었다. 너무 어렵다 생각했는데, 31개월에게 방학을 이해시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이상하다.

나는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데 육아가 잘 안 맞는 것 같다. 게다가 체력도 좋지 않다. 나는 가능하면 낮잠을 자야 한다. 그런데 저 2호는 1호와는 달리 에너지가 넘쳐 얼집에 안 가면 낮잠도 안 잔다. 다시 낮잠을 자자고 하면 분명히 싫다고 할 것이다. 그걸로 또 싸우고 힘 빼기 싫어 2호에게 말했다.


엄마는 지금 졸려서 낮잠을 잘 거야. 너도 자고 싶으면 자고 놀고 싶으면 놀아.

응 나는 놀게. 엄마 잘 자. 엄마 씩씩하지?

……응


눈떠보니 어느새 내 옆에서 자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이 잤다.

하 이제 겨우 이틀인데 2달은 된 듯. 이 순간 정말 존경심에 그리운 분이 있다. 바로 31개월 금쪽같은 내 두찌쉬끼를 받아주신 어린이집 원장님과 매일 돌봐주시는 담임 선생님이다.

선생님. 정말 늘 감사합니다. 곧 뵈어요. 제발.



그래도 두찌는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