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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영 May 03. 2024

실패를 배우는 법

마흔엔튜닝_사십대 북에디터의 기타 분투기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틀려도 돼요. 누가 뭐라고 안 하잖아요. 틀려도 되니까 자신 있게 손을 움직여봐요.”


기타 선생님은 내가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크다고 분석했다. 메이저 코드 7개와 마이너코드 7개를 외운 지도 이제는 좀 되었건만 나는 아직도, 지긋지긋하게 아직도 한번에 코드를 옮겨가지 못한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정말 내게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 북에디터 일 중 하나가 틀린 걸 바로잡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는 실수가 있는 법. 이는 책을 쓰는 저자도 마찬가지다. 에디터는 혹여라도 저자가 놓친 맞춤법이나 내용상 오류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한번 인쇄된 책은 돌이킬 수 없기에 제작을 넘기기까지 틀린 게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또 찾는다. ‘내가 틀리면 끝장이다’라는 자못 비장한 각오를 품고.


내가 한번에 시원하게 코드를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적지 않은 시간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라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기타 선생님 시범을 보고 난 후 “저게 어떻게 되지?” 머릿속 생각이 입 밖으로 크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기타 줄 위에서 선생님의 열 손가락은 하나하나 자유롭다. 반면 내 열 손가락은 태초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기 전 대륙처럼 거의 붙어 잘 벌어지지도 않는다. 한 손가락에 힘을 주면 다른 손가락을 잘 쓰지 못하고 제멋대로 휘어버린다. 


손가락이 또 따로 놀아서 문제일 때도 많다. 고작 두 마디를 반복해서 연주할 때뿐인데도 검지, 중지, 약지를 한번에 움직이지 못하고, 따닥 혹은 따다닥 기타 줄을 잡는다. 


“아니, 이게 왜 안 되지? 착, 착!” 답답한 마음에 또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한번에 착! 착? 착!” “아니, 입으로 말을 하지 말고 손을 움직이라고요. 손을…” 


아니 선생님, 제가 손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한번에 착착 안 옮겨가는 걸, 제 손이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어찌 합니까.  


기타 선생님은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한다. “안 되는 게 당연한 거예요. 처음이니까. 당연한 건데 왜 안 되냐니.” 


나는 안 되는 나를 자꾸 답답해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나란 사람은 애초에 실패할 것 같은 일엔 잘 도전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패 경험이 적다. 다른 말로 하면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한다는 말일 수도 있겠다. 


기타를 시작하며 ‘환갑 버스킹’을 목표로 잡았을 때도 환갑이라는 단어 자체가 앞으로 20년 정도는 남은 일이라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아무튼 요즘 나는 기타 레슨으로 실패를 배우고 있다. 기왕이면 ‘잘’ 실패하고 ‘잘’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싶다. 



-매주 토요일 <마이데일리> 연재 중

https://www.mydaily.co.kr/page/view/2023062401238709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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