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인생이 그렇잖아요
20대 초반까지 가장 좋아했던 영화를 꼽으라 하면 항상 <500일의 썸머>를 말하곤 했다.
그 중 이런 대사가 있다.
"It's life"
톰이 썸머에게 왜 전남친과 왜 헤어졌냐고 묻자
썸머는 너무 간명하게도 '그냥 인생이지, 뭐'라고 대답한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이혼을 한 후 썸머는 자신이 아무리 아끼는 긴 생머리라도 미련 없이 자른다.
톰과의 이별도, 회사를 나오는 일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 일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삶을 살 수 있게, 크게 상처 받지 않게 돕는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초반에 흐르듯 지나가는 대사임에도 꽤 오래 기억에 남아있던 것을 보면
썸머에게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2년 짝사랑에게 차이고, 또 친했던 친구와 멀어지고, 또 원하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택하게 되는 일들의 연속 속에서 나름의 답을 찾았던 것 같다.
'인생이 원래 그렇지'
그런데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살겠다는 결혼을 결심해 나타난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 후 영화를 보니 나는 영화를 반밖에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선택이 어느 순간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It's life의 대사는 영화의 말미에 완성되었다.
누군가에게 너무 어려운 일도, 어느 순간에는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듯이
삶의 단계마다 선택은 달라진다.
삶의 모습이 180도 바뀌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어느 순간 가능해지기도 하고,
또 없을 거라 생각했던 기회들이 인생에 찾아오기도 한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선택의 이유, 선택하는 그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뒤돌아 보면 언젠가 다 추억이 될 순간을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의 선택을 보며 위로받고 힘을 얻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