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프로 이사꾼

되돌아보는 나의 월세 생활 (2)

by 앨리스

여섯 번째 집은 두 마리의 고양이와 같이 사는 이탈리안 사람과 같이 살았다. 이 사람의 독일인 파트너가 자주 왔는데, 주방에서 담배를 피울 때가 많았다. 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벽에 담배 냄새가 밴다는 것을 그때 몸소 깨우쳤다.


자신의 파트너가 이탈리안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많아서 베를린이 살기가 힘들다고 늘 불평을 하였다. 오래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의 베를린은, 월세를 안 내고 살아도 되는 집이 있었는데, 이제는 월세를 내고 살아야 된다고 불평을 주로 했었다. 지하철 티켓을 안 사다가 너무 많이 걸려서, 벌로 베를린 시에서 하는 공사일을 돕는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고양이 두 마리는 귀여운 검은색 털을 가진 털북숭이들이었다.

(내 머리도 검은색이니...) 누구 털이 되었든 간 게 검은 털들이 부엌과 욕실에도 날렸다.

나는 내가 사는 방 청소만 하면 되었고, 월세를 직접적으로 내서 사는 이탈리안 사람이 다른 곳의 집은 청소를 하였는데, 검은 털들이 수북한 날이면, 내 파트너가 나를 보러 올 때마다 힘들어했다.




실은 이 집은 내가 산다고 주소등록을 못하고 살았다. (독일로 치면 안 멜 둥), 부동산 회사라고 해야 되나, 여하튼 집주인의 집을 관리하는 회사가 원래는 월세로 사는 사람이 다시 월세를 주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안 사람이 원래 자신과 같이 사는 친구가 이사를 가자, 월세를 낼 사람이 필요하였고, 나는 싼 집세를 내는 집이 필요해서 그렇게 살았었다.


이 집도 연식이 된 터라, 건물을 손 보는 작업을 하는 중에 있었는데, 하루는 화장실을 낮시간 동안 쓰지 말라고 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지를 말로 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집에 없어서 공지를 듣지 못했고, 이탈리안 사람은 내가 집에 낮시간에 없을 줄 알고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낮에 집에 와서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았고, 몇 분 후에 공사장의 인부가 초인종을 눌렀다.

화장실을 쓰지 말라고 했는데, 왜 썼냐고 말을 하다가, 집을 관리하는 회사가 내가 등록이 안 되어있는 사람인데 이 집에서 사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와... 나는 그때 경찰 부른다고 해서 식겁했었다. 주소등록을 하고 살아야 되는 게 맞지만, 베를린에는 높은 집세로 인해 내 주변에는 나처럼 사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생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어떤지 알 수 없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집주인은 원래 월세로 계약을 맺은 사람과 나 둘 다 내쫓게 되어있다.


그 당시에 월세를 맺은 이탈리안 사람은 당연히 이 집을 잃고 싶지 않았고, 나는 나대로 다행히 아는 친구의 스튜디오가 하나 비어서 거기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나의 동의가 없긴 했지만, 이탈리안 사람이 집주인에게, 나와 이탈리안 사람이 연인인데, 내가 성소수자이고, 이 주제는 한국에서는 예민한 주제이며, 이것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주소등록을 하지 않고 산 것이라고 이야기를 꾸며내었다. 나는 이성애자이만, 졸지에 내 성 정체성이 그 집주인에게는 성소수자가 되었다. 뭐, 이 거짓말로 다행히 이탈리안 사람은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었다.


현재도 그 집 근처를 지나가면 내 파트너는 항상 놀리고는 한다. 건물 고치는 인부의 입장에서는 집을 고치는 중에 위에서 똥물을 뒤집어졌을 거라면서, 그 부분을 상상하면 나는 아주 창피하지만, 이제는 웃어넘길 수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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