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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버른앨리스 Aug 26. 2022

내 사랑 떡볶이의 과거 (3)

나의 사랑 떡볶이가 이 미식의 도시 멜버른에서

특별함을 뽐내지 못하고 다른 K-FOOD들에게 밀리고 치여서 빛을 못 보는 동안 내가 손을 놓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야.


첫 레스토랑 SUDA는 정말 호주 현지인 단골 장사였거든. 가정법원, 대법원, 법률 사무소들 건물에 둘러싸여 있던 곳이라 법원 공무원이나 동네 변호사분들이 거의 매일 구내식당처럼 들리기도 했고 그러다가 친구가 된 사람들도 많았어. 근데 그 친구들이 매일 먹는 것만 먹는 거야. 닭강정 도시락, 불고기 비빔밥, 떡갈비 버거 같은 것만 먹길래 나는 다른 한국 음식도 맛 보여주고 싶었어. 내가 좋아하는 건 내 친구들도 좋아해 줬으면 좋잖아? 다른 메뉴도 진짜 열심히 개발해서 팔았지만 그중에서도 떡볶이를 유난히 좋아했던 우리는 2014년부터 6년 동안 떡볶이를 열심히 변주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꾸어 현지 손님들에게 소개해보았어.


우리의 떡볶이 알리기 고군분투는 진짜 보면 노력이 가상하다 싶을 거야.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몇 장 안 남았지만 사진으로 한번 보여줄게!


2014년 3월에 우리 팀의 첫 레스토랑 수다가 오픈해서 2019년 11월에 신전떡볶이 호주 1호점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우리 팀이 개발해서 현지인들에게 소개했었던 수다의 자랑스러운 떡볶이들이야.







일단 시작은 평범하게.

우리가 모두 아는 그 떡볶이야.

이건 거의 한국인 고객님들만 찾으셨었어.










이게 수다의 오픈부터 쭉 시그니쳐 메뉴 중 하나였던 TTOEK & HALLOUMI 야

노릇하게 구운 떡과 구워 먹는 치즈인 할루미에 매실 꿀을 뿌리고 크랜베리와 해바라기씨, 매장에서 직접 만든 자색고구마 칩을 얹었어. 아무리 떡의 식감을 싫어해도 이 메뉴를 싫어한 사람은 나는 6년 동안 한 번도 못 봤어! 떡을 먹으면서 이건 한국의 치즈냐고 물어보기도 했어. 밖은 바삭 안은 쫄깃하니까 모차렐라 치즈 같았나 봐. 이 메뉴로 '떡'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손님들이 대부분이었어.






왼쪽은 두 번 구워서 아주 바삭한 가래떡을 표고버섯과 함께 약간 궁중떡볶이식으로 졸여낸 떡강정이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슴슴하니 손이 계속 간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즌 메뉴야.


그리고 오른쪽은 진짜 손꼽히는 헬메뉴였는데 튀긴 떡을 꿀계피양념에 버무린 후 견과류, 자색고구마 크럼블을 잘게 빻은 크럼블에 굴려서 골고루 묻힌 강정을 만든 다음에 그걸 또 고구마 무스에 올려서 서브한 특별 메뉴였어. 손이 너무 많이 가고 힘들어서 오래 하지는 못했어.







이게 또 우리의 시그니쳐 메뉴였던 수다 크림 떡볶이야. 이걸 우리가 2014년부터 했으니 우리가 아마 로제 떡볶이의 원조격이 아닐까 싶은데. ㅎㅎ

떡볶이를 먹으면서 식감이 뇨끼 같은데 너무 맵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거든. 그래서 거기에 착안해서 만든 메뉴야. 매콤한 고추장 소스에 크림을 넣어 졸인 후에 구운 브로 콜리니, 표고버섯과 양송이버섯을 함께 곁들였어.  파마산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 후 청양고추를 더해서 느끼함을 줄였어. 나도 정말 좋아했었던 메뉴야. 구운 떡에서 정통 떡볶이로 가는 길목쯤에 있는 메뉴라서 이걸로 떡볶이에 입문한 손님이 참 많았었어.








떡강정도 인기가 많았어. 바싹 달군 팬에 고추장 양념이 살짝 타게 해서 왜 더덕구이처럼 양념에 확 불맛이 나게 하는 게 포인트였어. 호주인들이 좋아하는 바삭함을 더하려고 완탕 피 (중국식 만두피)를 튀긴 것을 부셔서 고명을 얹었고 밑에는 갈릭 샤워크림을 깔아서 찍어먹도록 했어.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무난히 먹을 수 있는 궁중식 떡볶이도 물론 시도했었는데 이거보다는 불고기나 갈비찜, 잡채가 인기가 많아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던 메뉴야.







이런 것도 실험적으로 시도했었어. 호주는 베이컨이 아주 두꺼워서 베이컨 말이는 하지 못했고 이탈리안 프로슈토로 말아서 구워보았어. 보코치니 치즈를 곁들인 후 발사믹 드레싱을 끼얹어서 먹었는데 와인 안주로 아주 딱이었던 기억이 나.








떡꼬치도 여러 버전으로 시도해봤었지.

간장 양념으로도 해보고, 샤워크림과 함께 서비도 해보고 피스타치오 크럼과 함께 서브해보기도 하고! 무난히 다들 좋아해 줬던 메뉴야.







시계 방향으로 떡볶이 소시지 그라탕, 두 가지 버전 떡꼬치, 궁중 떡볶이, 아스파라거스 떡을 프로슈토로 말아 구운 떡꼬치








풀 토핑 떡볶이라는 말이 없었을 때였는데, 외국인들한테 떡볶이 먹는 재미를 좀 주고 싶어서 만들었던 메뉴야. 큼지막한 빠에야 팬을 써서 해물 빠에야처럼 아주 푸짐하고 화려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 떡볶이는 매우니까 그 매운맛을 중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토핑으로 변주를 준거야. 떡볶이 위에 튀김만두, 한국식 순살치킨, 삶은 계란, 라면 토핑, 소시지, 그리고 모차렐라 치즈를 뿌려서 2인용을 만들어서 서브했어.






빠에야 팬 때문에 얼핏 보면 외국음식 같아 보이지?

아무튼 이 2인용 대형 사이즈 떡볶이가 예상치 못하게 엄청 히트를 쳤어. 우리가 치즈 토핑을 테이블에서 뿌려주면서 대화도 많이 나눴거든.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았어. 2018년에 38불이었으니까. 치즈를 눈앞에서 뿌려주는 것도 인스타그래머블하고 여러 토핑을 먹어보는 게 재미있으니까 이게 바이럴을 좀 탔던 것 같아. 근데 바이럴은 여러 번 겪어봐도 사실 그때뿐인 경우도 많아서 나는 크게 신경안 쓰거든. 근데 손님들이 계속 돌아왔어. 왔던 손님들이 친구들 바꿔가면서 계속 오셔서 이걸 먹는 거야.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인상 깊었어. '매운데 중독성 있다'라고.


그래, 그거잖아. 떡볶이가 원래 그런 거잖아. 이제 때가 되었나, 이제 호주 현지에서도 이 맛을 알게 된 건가? 싶더라.


 전까지만 해도 떡볶이는 개인적인 원탑이긴 해도 사업적인 면에서는 외식메뉴로 포지션하긴 힘이 딸리는 서브메뉴라는 느낌이 강했었어. 그런데 이 메뉴를 기점으로 이제는...? 떡볶이도 '원탑'  수도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게  거지. 나의 사랑 떡볶이가 이제 때를 제대로  때가 왔구나, 하는 직감이 왔어.


그때가 2018년, 지금부터 4-5년 전이야.  



Friendly NOTE :)

1. 이건 어디까지나 호주라는 나라에서 나라는 개인이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도출한 사견이므로 다른 사람들 혹은 다른 국가에서 느끼는 것과 다를 수 있어! 다양한 경험과 의견 댓글로 공유해주면 좋겠어!

2. 한국 친구를 사귀고 한국을 여행하고 한식에 열광하는 K-Culture 팬들이 아닌 보편적인 젊은 호주 멜버른의 20대, 30대의 사람들이 손님이라서 그 그룹을 기준으로 쓰는 글인 것을 참고해줘!

2. 다정한 반말로 소통이 좋아서 반말로 쓴 것일 뿐 무례한 의도는 없어! 댓글도 나이 상관없이 반말로 해주면 좋지만 존댓말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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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 (호주) @Sinjeon_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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