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이 확정되었습니다

1. 이런 불경기에 취업이라니

by Alice Min

‘채용 확정~ 축하해 ^_^’

교수님께 이 문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내 앞날이

이렇게 미친 듯이 힘들고 또 아무렇지 않게 평범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스물 셋을 보름 앞둔 스물 두 살의 여대생은 졸업도 전에 직장을 갖게 되었고 첫 취업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외가 친척들, 친구들, 교수님들도 모두 잘된 일이라며 아낌없는 축하를 해 주었다.

어머니는 나 모르게 눈물을 흘리실 정도였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을 못하고 있다는데 나는 학기 중에 취업이 된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내 인생은 꽃길이 펼쳐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문대로 진학한 것도, 학기 중 열심히 취득한 자격증도 오늘을 위해서였다.

자격증이 너무 많아 준비한 준비된 이력서 칸으로는 부족해 칸을 더 늘릴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선배들은 내게 조언했다. 일은 중요한 게 아니니 여행을 가라고 말이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 갈 거라고.

나는 이 말을 무시했다. 난 지금 경력 하루하루가 절박한데 무슨 소리.

열심히 적금도 들고, 내가 번 돈으로 갖고 싶었던 것들도 사고, 때로는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지.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9개월의 알바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아마 직장도 그러리라 믿었던 모양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조언이 얼마나 소중한 조언인 지, 얼마나 귀한 말씀이었는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


첫 직장은 보건행정 전공을 살린 아동 병원 원무과였다.

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아이들을 싫어한다.

아이 울음소리만 들려도 질색을 하는 사람이 나였고, 그러기에 노키즈존 카페를 반겼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아이는 물론이고 그 부모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아동 병원 원무과로 취업이라니

내게 축하를 하던 사람들은 어떤 근무지 인 지 듣자마자 다시 나를 말릴 정도였다.

성인을 상대하는 병원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조언도 같이 듣게 되었다.

그러나 교수님이 알선해 준 병원은 아동 병원이었고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최고의 위치였다.


면접을 보던 날은 3학년 기말고사 마지막 날이었다.

면접 준비하랴, 시험 준비하랴 정신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 상황에 만족했다.

출근 이틀 전까지 나는 기말고사를 치르느라 첫 출근에 대한 긴장감도 느끼지 못했다.

근무 때 입을 유니폼은 근무 중에 맞춤으로 한다고 해서 첫 출근 하루 전 일요일에서야 당분간 입을 옷을 사러 갔다.

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직장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드디어 시작된 시점이

옷을 고르면서도 내 표정은 밝질 못했다. 무서웠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 나의 직장 생활이.

동기들보다 빨리 취업된 게 학기 중엔 기뻤지만 동기들은 겨울방학을 즐길 때 나는 사회에 나가야 했으므로.

매체에서 보던 극성맞은 부모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되나, 막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런 걱정들보다 가장 큰 걱정은 같이 일할 동료들이었다.

텃세 부리면 어떡하지, 내가 잘 융화될 수 있을까, 일은 바로 익혀서 욕 안 듣고 잘할 수 있을까.


내 머릿속에서 나온 고민들은 괜히 나온 고민들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