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쿠키 앤 크림 우유
우유 – 쿠키 앤 크림 우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후로 카페에는 한 가지의 변화가 생겼다.
바로 전에 없던 휴일이 생긴 것이다.
쉬는 날은 화요일로 정했다. 월요병에 시달리는 근처의 직장인들이
간혹 점심 때 찾아오기도 해서 화요일로 정한 것이다.
이날 우리는 같이 다른 카페를 향해 투어를 나선다.
다른 곳의 메뉴는 어떻고, 또 어떤 맛을 내는지 궁금해서
오픈 전처럼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메뉴 개발 공부를 그녀는 사진을 찍고 글을 적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녀는 바닐라 라떼보다 쿠앤크 쉐이크를 더 많이 마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이 장을 보던 날도 그녀는 쿠앤크 분말을 세 박스나 가져와 놓고는
너무 많은 양에 벙찐 나에게 아주 당당하게
‘난 원래 좋아하는 거 쟁여 놓고 마셔!’ 라고 말하기도 했다.
덕분에 이제는 그녀의 취향을 드디어 모두 알게 되었다.
그녀는 커피보다 달달한 쿠앤크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드립 커피는 쓴 맛에 마시지 못하고, 티 종류는 과일을 안 좋아해 못 먹는 것이었다.
바닐라 라떼는 그나마 마실 수 있는 커피였는데,
요즘은 너무 많이 마셔 잠시 쉬고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내 카페의 메뉴에는 초콜릿 종류의 메뉴가 하나도 없다는 걸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카페 투어를 떠나면서야 다른 곳의 메뉴판들은 모두 초코 우유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내 메뉴판은 다시 한 번 리뉴얼 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쿠앤크 우유도 추가해서 주문을 넣으려고 한다.
사랑하는 그녀가 오래 머물 자리에 그녀를 위한 메뉴가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니까.
그녀가 늘 앉던 자리는 마감 후에 더 정성을 들여 닦고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혹시 그녀가 깜빡하고 놓치지 않게 미리 충전기도 준비하고
오늘은 또 어떤 글귀가 노트에 적혀서 올 지, 나는 또 어떤 사진을 구경하게 될 지.
그렇다고 마감 시간만 기다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드립 커피를 내리는 이 시간이 가장 나다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고
수제청들로 마법을 부리는 그 순간들이 가장 즐거운 바리스타 이다.
아무런 토핑 없이 그저 반죽으로만 구워져 막 오븐에서 나온 쿠키였던 나에게
달달한 크림 같은 그녀가 얹혀 비로소 완벽한 쿠키가 되었다고 할까.
오늘은 금요일이다. 그녀가 내게 개인 과외를 해 주는 날이다.
마감까지 30분 남았다.
서둘러 마감 준비를 하고 시원한 쿠앤크 우유와 따뜻한 드립 커피 한 잔 내릴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