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작은 책방
너는 종종 책방을 하고 싶다는 얘길 했다.
독립 출판물에 빠져 살았을 무렵에 한참 나누던 대화 소재는 책방이었다.
안정적인 삶만을 원하던 네가 처음으로 너의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노트 한 권에 너만의 아이디어를 적고,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 지에 고민하던 너의 모습에서
나는 어쩌면 정말로 몇 년 뒤에는 네가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네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독립출판 북페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너는 흥분했다.
어차피 안 될 거라며 신청서도 제출하는 과감히 도전하는 네 모습에 나는 또 그 모습이 신기했다.
당연히 너는 굿즈도 없고, 책도 한 권 밖에 완성하지 못한 초보 작가라 신청은 거절 당했지만 너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경할 시간이 많아졌다며, 가서 많은 것을 배우고 오자고 했다.
너의 눈이 반짝이던 순간은 많지 않다.
너는 그런 마켓이나 페어를 좋아했다. 구경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역시 그 날도 나를 끌고 간 북페어에서 너는 준비해 간 책들에 작가들의 사인을 받고
가벼운 얘기도 나누었다.
책을 한 아름 사고 무거운 책들을 대신 들고 있는 나에게 너는 다시 한 번 너의 백일몽에 대해 얘기했다.
‘내년에는 나도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써서 저기 나가고 싶어’
나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줬고 너는 듣고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